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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곤과장애여성
 빈곤과장애여성
ⓒ 장애여성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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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여성이 경제적/관계적으로 빈곤한 이유

이전보다 교육현장의 장애 접근성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많은 장애여성이 공교육에서 직·간접적 배제를 경험한다. 학교에 접근할 수 있는 물리적 조건이 형성되지 않거나 부모 등 주변인이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아 지원을 하지 않는 상황이 아직도 발생하고 있다.

특히 가부장제 사회에서 장애여성은 성역할과 관련한 억압과 일상의 통제를 생애적으로 경험하면서 가사노동과 돌봄 노동을 요구받는다. 나아가 교육 시스템에서 배제된 장애여성은 자연스럽게 직장이나 경제활동의 제약을 받는다.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장애여성이 빈곤한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은 필연적인 결과다.

또한 학교생활을 통해 익힐 수 있는 공적 관계맺음, 도전과 실패, 관계로 인한 역동들을 경험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자기결정능력, 의사표현의 역량을 쌓을 기회가 박탈된다. 장애여성이 받는 수급비나 장애인연금 혹은 장애수당을 관리라는 명목으로 가족이 자유롭게 쓰는 경우도 많다. 생애 전 과정에서 '보호' 받아야 할 '미성숙한' 존재로 규정된 장애여성의 의견은 주변인들이 대리하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주변인들의 인식에서 비롯된 언어적/비언어적 메시지는 장애여성을 위축되게 하여, 주변인들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수동적인 위치에 놓이게 된다.

빈곤과 장애 그리고 폭력의 상관관계

장애여성공감 인권상담 현장에서는 경제적/관계적 빈곤함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사회환경적 요인에 의해 후천적 장애상태에 놓이거나 장애가 더 심해지는 경우를 목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빈곤한 장애인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 어렵거나 영양섭취가 안 되고, 지원체계나 관계망이 없는 경우에 새로운 질병을 갖게 되거나 장애가 중증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빈곤과 장애는 상호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또한 거리에서 노숙생활을 하는 경우 성폭력에 대한 긴장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데 특히 홈리스 장애여성의 경우 사회경험의 부재와 장애 특성 등으로 인해 폭력에 노출될 가능성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장애여성은 자신을 돌보는 가족이나 주변인들로부터 "인사를 잘 해야지", "말을 잘 들어야해", "대답을 잘해야지" 등 타인의 언어를 수용할 것을 요구받아 왔고, 그 과정에서 거부할 권리에 대한 교육은 이뤄지지 않아 거부를 해 본 경험이 거의 없다.

그리고 발달장애여성들이 아직 관계가 쌓이지 않는 사람에게도 "사랑해요","좋아해요"등의 말을 어렵지 않게 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제한된 언어만을 말하도록 허용된 발달장애여성들에게 경험으로 체화된 언어들은 타인에게 호감을 주고, 친밀함을 유지할 수 있는 언어들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특성은 타인에게 호감의 표현으로 읽힐 수 있으며, 사람들이 이런 특성을 이용해서 갈등이나 폭력이 발생할 때 이를 멈춰달라고 요구하거나 저항하는 것이 발달장애여성 입장에서는 쉽지 않다.

인권상담을 통해 만났던 장애여성들 중 몇 명은 원가족의 억압이나 폭력을 피해 가출을 하고 이후에 홈리스로 살아가게 되었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노숙 생활을 하게 될 때 다른 사회적 지원체계나 커뮤니티와 연결되지 못하고, 장애인 등록이 안 되거나 다른 지원을 활용하는 정보나 자원이 없는 상태에서 본인이 만나는 남성들에게 많은 것을 의존하게 되는 취약한 상태가 될 수 있다. 경제적으로 열악하고 주거가 불안정한 상황일 때 관계에서 오는 어느 정도의 폭력은 감수해야 한다고 여기고 참는 경우가 많다.

더불어 빈곤한 홈리스 여성이 아직 장애등급을 받지 않는 미등록 상태의 장애여성이거나 장애등록이 어려운 경계선 장애여성이라면 폭력피해를 받더라도 현행 지원제도의 사각지대에 머물 게 된다.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빈곤과 폭력의 악순환을 만들어내는 구조적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인권상담 현장의 딜레마

장애여성의 경우 자신의 유일한 자원인 몸이 착취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가족 안에서는 장애여성이 제공하는 가사노동과 돌봄 노동, 그리고 장애여성이 받는 사회서비스에 가족들이 의존해서 사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장애여성은 그것을 착취라기보다는 자신이 해야 하는 역할 혹은 자신이 가족에 기여함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는 긍정적 경험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또한 원가족 관계 안에서 억압과 폭력을 경험했던 장애여성에게 애인과의 관계는 불안정한 현재를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이자 안정적인 의식주 제공과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삶의 전략'이기도 하다.

대안적 관계가 부족한 장애여성의 입장에서는 폭력적이거나 착취적인 관계라고 해도, 관계를 아예 단절하거나 변화를 위한 시도를 하기 까지는 긴 시간과 조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권상담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장애여성을 지원하는 활동가는 이 과정에서 때로 소진되기도 하고 장애여성의 삶에 어느 정도, 어떻게 개입해야 하는 것인지 딜레마를 경험하게 될 수 있다.

따라서 장애여성을 상담하고 지원하는 과정에서 장애여성의 경험과 삶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는 것이 중요하다. '부적절해 보이는' 관계에 진입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인권상담의 목표가 아니라 왜 그런 관계를 맺고 싶어 하는지, 그 관계에서 장애여성이 시도하거나 얻는 게 무엇인지를 살펴보고, 장애여성이 스스로 힘을 가지면서 최대한 많은 정보를 통해 결정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조력하는 것이 지원의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장은희 장애여성공감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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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여성 인권운동을 하는 단체입니다. 장애여성을 배제하는 제도와 기준이 가진 문제에 공감하고 다양성이 인정되는 사회를 만들고자 1998년에 창립했습니다. 장애여성공감은 장애여성이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 존중받고 장애여성의 선택과 결정이 존중되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며, 소수자들을 차별하고 배제하는 사회에 변화를 일으키는 움직임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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