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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인권단체들이 법무부 외국인 불법체류 대책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하고 있다.
▲ 미등록 체류자 합법화 대책 촉구 기자회견 이주인권단체들이 법무부 외국인 불법체류 대책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하고 있다.
ⓒ 정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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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불법체류 외국인 관리대책'을 비판하며 대안을 제시하는 이주인권단체 공동기자회견이 9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있었다. 이 자리에서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와 이주인권연대 등 참가 단체들은 관리보다 인권이 먼저라면서 미등록 체류자 합법화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법무부와 고용노동부는 작년 말 '불법체류 외국인 관리대책'을 발표했다. 작년 12월 11일부터 올 6월 말까지 자진출국제도를 시행하되, 출국하지 않는 미등록 체류자와 고용주에 대한 범칙금 부과 및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이다. 또한 자진출국자에게는 재입국 규제를 완화하여 단기상용비자(C-3)를 발급하여 자진출국을 유도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관련단체들은 C-3비자는 취업을 할 수 없는 비자로, 재입국 후 취업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서 자진출국을 유도하기 어려운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더불어 재입국 가능성을 재취업 기회로 호도하며 비자 발급을 약속하는 브로커들로 인한 피해는 필연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처럼 실효성이 없는 정책인데도 단속 과정에서 많은 이주노동자의 희생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한다. 

근대국가에서 국경 통제는 주권 국가가 마땅히 행사해야 할 의무이자 권리다. 자국 영토로 들어오는 이민자 유입을 통제하기 위해 출입국관리사무소나 국경수비대 등의 행정 혹은 군을 동원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국경 통제는 완벽하게 성공할 수 없다. 출발국가에서 비자를 발급받고 입국하는 이들을 거부할 명분을 찾기 어려운데다 외교 마찰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입국 후 체류 기간을 넘긴 미등록자들에 대한 단속과 추방 정책은 주권국가에서 일상으로 이뤄진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추방 대상자 모두를 단속할 수 없다 보니, 일부 혹은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추방 정책을 실시한다는데 있다. 대한민국에서 미국 등 선진국 출신 백인들이 단속 추방의 주 대상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단속과 추방 정책은 언제나 동남아 출신 이주노동자들이다. 그들에게 일자리 잠식 프레임을 씌워서 경찰과 합동단속이라는 방법으로 실시하여 범죄자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사실상 미등록자 증가는 정부 정책이 낳은 결과

이와 관련하여 정부는 올해부터 외국인 단속 업무를 상시적으로 수행하는 출입국관리 공무원에게 월 5만 원의 위험근무수당 지급한다. 국민 안전과 밀접한 영역에서 각종 위험과 격무에 시달리는 현장 공무원 처우를 개선한다는 명목이다. 

하지만 출입국관리법으로 따져도 미등록으로 인한 추방은 행정적 조치이지, 범죄에 따른 처벌이 아님에도 국민 안전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런 프레임에서는 미등록자들이 범죄율이 합법 체류자에 비해 낮다는 경찰청 통계 따위는 아무리 이야기해도 소용이 없다.

그럼 정부는 왜 단속 추방에 드는 노력과 비용에 비해 실제 추방되는 사람도 많지 않고, 미등록자들이 한국 경제에 기여하는 바를 모르지도 않을 텐데, 미등록자 단속과 추방 문제에 집착할까? 대한민국에서 단속 추방의 순기능이 과연 국민 안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그런 걸까? 

사실상 미등록자 증가는 정부 정책이 낳은 결과임에도 불구하고 단속 추방 정책은 보수와 진보 정권을 따지지 않고 일관되게 추진되고 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때 실시했던 관람객 무비자 입국 제도와 태국과 베트남 대도시 지역 출신자들에 대한 무비자 정책, 법무부 계절노동자 제도와 고용허가제의 제도적 결함으로 인해 발생한 미등록자 등은 정부 정책이 가져온 결과다.

관련 단체들은 정부가 실책은 인정하지 않으면서 일자리 잠식이라는 프레임으로 모든 문제를 미등록자들에게 덧씌우는 것은 이주노동자들을 희생양 삼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한다. 미등록자, 흔히 말하는 불법체류자 문제에 대해 정부가 손 놓고 있지 않고 있다는 근거로 추방 통계를 사용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정부 정책이 가져온 실패를 비판하는 목소리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단속추방을 실시함으로 이주민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고 있지 않은지 법무부와 고용노동부는 자성해야 한다. 차제에 정부는 경제와 인권,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라도 미등록자 합법화를 통해 실질적 통제를 강화하는 발상의 전환을 모색해 보는 것이 마땅하다. 명분과 실리를 얻을 수 있는 길은 외면하고 정책 실패를 덮기에 급급한 탁상행정은 이제 탈피할 때가 됐다. 

덧붙이는 글 | 고기복 기자는 용인에서 이주노동자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태그:#법무부, #미등록, #이주노동자, #외국인 체류, #합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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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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