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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청와대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청와대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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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 신년사에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반칙과 특권의 온상인 부동산 투기, 토지불로소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통령의 의지는 '여전히' 강력하다. 대통령은 집권 초반 2018년 3월에도 대통령 개헌안에 '토지공개념'을 명시하겠다고 발표할 정도로 부동산 투기 문제에 대해 강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부동산 투기 근절에 대한 강력한 대통령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집권 이후 2년 반 동안 서울 평균 아파트가격이 연 평균 1억씩 올라갈 정도로 폭등한 것은 왜일까?

지난해 12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청와대 고위공직자 부동산 재산 변화 분석'을 발표했다. 경실련은 문재인 정부 임기 절반 동안 재임한 청와대 고위 관료 65명의 부동산 재산이 3년여 만에 평균 3억2000만원 올라 40% 정도 부동산 재산이 늘어났으며, 부동산 재산액 상위 10위권은 9억3000만원이 증가해 52%가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강력한 부동산대책을 발표해도 시민들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신뢰하지 않는다. 작년 12월 17일 오마이뉴스에서 발표한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도 조사에서는 10명 중 6명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을 보였다.

대통령이 아무리 강력한 의지를 천명해도 부동산 정책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고위공직자들이 자신이 소유한 부동산으로 수억의 시세차익을 남겼다고 하니 국민들이 정부의 정책을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일시적 이벤트 넘어 영구적 제도화로
    

청와대도 이러한 여론을 감지했는지 정부가 12월 16일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던 날, 노영민 비서실장은 수도권 내 2채 이상 집을 소유한 청와대 고위공직자들에게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집 한 채를 제외한 나머지 부동산을 처분하라고 권고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역시 언론사 경제부장단과의 간담회에서 "다주택 고위공직자들은 집을 팔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총선기획단은 4월 총선 후보자 공천 시 '실거주용 1주택 보유' 기준을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바람직한 방향이다. 다만 고위공직자 부동산 투기 근절이 여론 무마용 수사 또는 일시적 이벤트로 끝나지 않아야 한다. 부동산가격이 폭등하면서 악화된 민심을 수습하기 위한 정치적 발언을 넘어 이를 계기로 부동산정책을 입안하는 고위공직자들이 자신이 소유한 부동산으로 인해 정책에 영향을 주는 일이 없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까지 나아가야 한다.

촛불시민들이 꿈꾸었던 나라는 권력자의 선호에 따라 집행되는 시혜성 정책이 아니라 누가 권력을 잡든 개혁 의제가 제도화되고 시스템으로 구축되는 나라였다. 청와대와 집권여당이 진정성을 보여주는 방법은 일시적으로 부동산을 매각하라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 정책을 다루는 고위공직자들의 이해관계가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방식을 영구적으로 제도화시키는 것이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 필승 요건

경제 정책으로 이득을 취하지 못하도록 정책을 담당하는 고위공직자의 주식을 백지신탁하는 제도는 시행되고 있다. 공직자 주식 백지신탁제도는 공직자가 직무 관련 주식을 보유한 경우 이를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하도록 함으로써 공무 수행 중에 특정기업과 공적 이익이 충돌할 가능성을 방지하여 직무수행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부동산 역시 백지신탁을 하는 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 헨리 조지의 저서 <진보와 빈곤>의 역자인 김윤상 교수(경북대학교 명예교수)는 10여 년 전에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제도를 제안했다.
    
주식과 마찬가지로 고위공직에 나가려는 사람들은 실수요가 아닌 부동산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하여 자신의 부동산 소유가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원천적으로 차단할 필요가 있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겨놓고 생선이 온전하길 바란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에 대한 기대이다. 생선가게를 지키기 위해서는 애시당초 생선에는 관심이 없는 놈으로 생선가게를 지키게 해야 한다.  

오래된 이야기지만 이명박 정부의 초대 경제부총리였던 강만수 전 장관은 한때 헨리 조지의 토지가치세를 적극 지지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가 되자마자 종부세 형해화에 앞장섰다. 토지보유세는 사회 전체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지만 급등한 주택가격에 대해 자신이 세금을 내는 상황이 되니 생각이 달라졌던 것이다.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는 맑스의 통찰은 여전히 유효하다.
    
진보정권의 고위공직자들이라고 다를까? 모든 사람이 강남에 살 필요가 없다고 했던 장하성 전 실장이 보유세 강화에 부정적이었던 이유가 그가 가지고 있는 자산의 영향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문재인정부가 보유세 강화에 미온적이었던 이유가 정책을 담당하는 고위공직자들이 다주택자인 것과 무관할까? 자신의 물적 토대를 거스른다는 것은 진보진영이건 보수진영이건 쉽지 않은 일이다.

고위공직자들의 이해관계가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일시적 권고를 넘어 제도적으로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남은 국정기간 동안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제도를 정착시킨다면 향후 한국사회는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고 땀흘려 일하는 사람들이 대접받는 사회로 환골탈태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태그:#부동산 백지신탁, #헨리 조지, #부동산 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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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불로소득 없고 땀흘려 일하는 사람이 대접받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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