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영화 <바람의 언덕>이 '커뮤니티 시네마 로드쇼'라는 다소 생소한 상영방식으로 관객을 찾아갑니다. 이 '아주 특별한 여정'을 연재글로 전합니다.[기자말]
 영화 <바람의 언덕>의 포스터.

영화 <바람의 언덕>의 포스터. ⓒ 영화사삼순


저는 독립영화 감독 박석영입니다. 지난 7년 동안 <들꽃> <스틸플라워> <재꽃>까지 '하담'이란 인물을 따라가는 세 편의 영화를 마무리했어요. 이어 2018년 겨울에서 2019년 봄으로 계절이 바뀌는 시기에 강원도 태백에서 4번째 영화 <바람의 언덕>을 촬영했고,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와 서울독립영화제를 거쳐 각 지역의 영화 커뮤니티와 독립예술영화 극장, 또 비극장에서의 상영을 진행하고 있어요.

실은 이제부터 관객과의 만남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시작하고 있다니 어쩌면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네요. 실은 영화라는 것이 개봉을 하면 하는 것이고 아니면 아닌 것일 텐데요. 굳이 시작하고 있다고 말씀드리는 것은 <바람의 언덕>의 상영방식이 조금 다르기 때문이에요.

저와 우리 배우들, 또 제작진은 지금 '커뮤니티 시네마 로드쇼'라고 명명한 방식으로 관객 분들을 만나고 있어요. 모든 상영에 '관객과의 대화'를 포함하는 방식으로, 다시 말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 다양한 공간에서 관객 분들을 직접 만나는 것이에요. 간단히 말해 '유랑극단' 같은 것이죠.

영화를 사랑하는 '지역과 공동체'와의 아주 특별한 경험
  
 지난해 10월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 선 영화 <바람의 언덕> 박석영 감독과 배우들.

지난해 10월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 선 영화 <바람의 언덕> 박석영 감독과 배우들. ⓒ 유성호

 
이런 상영의 길을 택한 이유는, 어쩌면 제 경험 때문인 것 같아요. 몇몇 영화제들에서 <바람의 언덕>을 상영하면서 만나뵀던 관객 분들의 모습을, 저는 매우 다르다고 느꼈어요. 유별나지 않은 가족드라마에 가까운 이 이야기를, 때로는 고백 같고 때로는 자기 자신에게 보내는 응원처럼 자신의 삶을 비추어 이해해 주시는 관객들의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어쩌면 이 영화는 이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과 영화를 보는 일이 운명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관객과의 대화를 반드시 포함한 상영을 이어가는 것은 어떨까 싶은 마음이 든 건 그래서였습니다. 그리 하려면, 함께 상영을 기획할 분들을 만나는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각 지역의 독립예술영화 극장들과 또 영화를 사랑하는 개인 관객들, 이미 영화 상영회를 해왔던 시네마 커뮤니티 분들을 만나야 했어요.

부산국제영화제가 끝나던 작년 10월부터 지금까지 3개월여 동안 부산에서 진주로, 창원으로, 목포로, 청주로, 인천으로, 대구로, 전주로, 그리고 강릉으로 춘천으로 전국을 다녔습니다. 이렇게 영화를 사랑하는 많은 분들을 만난 것은 저로서도 처음이고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그리고 그 만남들이, 지금 이 글을 쓰게 된 가장 커다란 이유이고요.

저는 이 분들을 기억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소개해야한다고 믿어요. 이들은 각 지역에서 영화를 상영하고 고민하시는 분들이고, 모두 지역과 공동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또 영화에 대한 깊은 애정을 담아 개별 공간에서 문화의 간격을 줄이기 위해 힘쓰는 분들이었어요.

어떤 곳은 2~3년, 또 어떤 곳은 20년 넘게 상영을 이어오고 있고요. 영화를 만드는 일은 물론 지난한 과정이지만 마무리가 있는 일이라면, 각 영화 커뮤니티와 극장들은 끝없는 일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 분들은 그 경제적인 부담까지 끝없이 감당하고 계신 분들이죠. 다시 말하지만, 저는 이 분들을 기억해야한다고 생각했어요.

4월 말까지 20회 이상 상영... 영화가 '만들어 지는 순간'을 위하여
 
 작년 11월 열린 <바람의 언덕> 태백 시사회.

작년 11월 열린 <바람의 언덕> 태백 시사회. ⓒ 강원영상위원회

 
<바람의 언덕> 팀은 우선 올해 4월말까지, 각 지역의 영화 커뮤니티와 독립예술영화 극장 등에서 매주 토요일 혹은 일요일을 포함해 20회 정도의 상영을 계획했고 이미 진행 중이에요. 그리고 매회 상영을 마치면, 상영을 주최한 커뮤니티 혹은 개인의 소개와 극장의 소개를 포함하는 연재 글을 게재해 나갈 계획입니다.

저희가 독립영화를 대표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이곳에 소개될 분들과 단체들도 어떤 의미에서는 전국의 모든 영화 커뮤니티를 대표하는 것은 아닐 수 있어요. 그저 <바람의 언덕>의 '커뮤니티 시네마 로드쇼'란 여정을 함께 하는 영화 커뮤니티와 극장들을 소개하고 싶은 바람이라 여겨주셨으면 해요. 우선 앞선 상영을 포함해 앞으로 우리의 여정을 함께 해주실 공간과 커뮤니티, 개인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서울 인디스페이스, 진주 페미씨네와 진주시민미디어센터, 창원 이윤성 관객과 창원시네아트리좀, 파주 박현숙 장해금 모녀와 헤이리시네마, 대구 곽라영 관객과 오오극장, 강릉 인디하우스와 신영극장, 제주 혼듸독립영화제와 아트락소극장, 청주 씨네오딧세이, 인천 백승기 감독님, 서울 너띵밧필름과 KU시네마, 부산 모퉁이극장, 목포 시네마라운지 Mm, 전주 무명씨네와 필름타워, 서울 구지프, 대전아트시네마, 서울 대독만, 그리고 아직 확정은 아니지만 춘천과 부산, 통영, 그리고 광주극장 등이에요.

창원과 대구처럼 관객 개인이 관객과의 대화를 주관하기도 하고, 진주나 전주처럼 각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진행하는 곳도 있어요. 또 때로는 지역의 개별 감독님들이 이야기를 나누어주기도 하는 것이니, 이 연재를 마치고 나면 어쩌면 영화를 사랑하는 이유로 만난 다양한 분들의 얼굴과 목소리를 마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연재의 구성은 각 커뮤니티와 극장들 스스로 적은 글로 각자의 활동과 역사를 나누는 식이 될 것이고요.

저는 영화가 만들어 지는 순간이, 이미 만든 자의 것이 아니라 영화를 마음에 담은 사람들의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 연재가 영화를 마음에 담고 나누며 살아가는 분들을 지면으로, 또 가능하면 실제로 각 지역에서 만나는 일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본격적인 연재는 바로 다음 편, '페미씨네'와 '진주시민미디어센터'로 시작하겠습니다. 영화 <바람의 언덕>이 당신을 기다립니다. 
 
 작년 11월 광주극장에서 열린 상영회에 참석한 <바람의 언덕>의 배우 김태희, 정은경, 장선.

작년 11월 광주극장에서 열린 상영회에 참석한 <바람의 언덕>의 배우 김태희, 정은경, 장선. ⓒ 김윤경 작가

 작년 11월 광주극장에서 열린 상영회에 참석한 <바람의 언덕> 팀과 광주 지역 관객들.

작년 11월 광주극장에서 열린 상영회에 참석한 <바람의 언덕> 팀과 광주 지역 관객들. ⓒ 김윤경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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