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컬링클럽의 리그경기가 열린 태릉빙상장에서 동호인 선수들이 스톤을 스위핑하고 있다.

12일 서울컬링클럽의 리그경기가 열린 태릉빙상장에서 동호인 선수들이 스톤을 스위핑하고 있다. ⓒ 박장식


서울 노원구 태릉빙상장 컬링장 한켠에는 주말마다 스톤이 부딪히는 소리가 요란하다. 매 주말을 거르지 않고 세 개 레인의 컬링장을 지키는 사람들끼리 리그를 치르고, 실업팀과의 대결을 준비하고, 훈련하느라 바쁘다. 서울컬링클럽의 선수 회원들은 강산이 바뀌고도 남았을 12년 동안 매주 태릉 컬링장을 지켜왔다.

12일 선수들이 훈련에 매진하고 경기에 참전하는 장소인 태릉빙상장을 찾았다. 동호회 팀이지만 열정만큼은 프로 컬링 선수들 못지 않다. 자체 리그가 열리는 현장에서는 경기장이 울릴 정도로 커다란 '허얼' 소리가 들리고, 스톤이 강하게 상대 팀의 스톤을 밀어낼 때는 너나할 것 없이 '폭풍 스위핑'을 한다. 

이번 제101회 전국동계체전에 여자부 '서울 대표'로 출전하며 도전장을 내미는 이가희, 반혜진, 이정아, 오하은, 김보미 선수까지 다섯 명의 선수와, 이번 2019-2020 코리아컬링리그에도 출전하며 스포츠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는 박성욱 서울컬링클럽 회장을 만나 인터뷰했다.

10년 전엔 동호인 대회도 없었는데... 지금은 자체 승강제 리그까지
 
 인터뷰에 응한 서울컬링클럽 선수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가희 선수, 반혜진 선수, 이정아 선수, 김보미 선수, 박성욱 회장, 오하은 선수.

인터뷰에 응한 서울컬링클럽 선수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가희 선수, 반혜진 선수, 이정아 선수, 김보미 선수, 박성욱 회장, 오하은 선수. ⓒ 박장식

 
2008년 서울컬링클럽이 처음 결성됐을 때는 '컬링 동호회' 개념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터라 전문 선수들의 대회에 참여해야 했다. 하지만 소치와 평창에서 열린 동계올림픽에서의 컬링 인기가 기점이었다. 이제는 한 달에 수백 명의 강습을 받기도 하고, 2015년부터는 자체 리그를, 2018년부터는 승강제까지 운영한단다.

지금은 리그에도 참가하는 정회원이 80여 명 정도다. 박성욱 회장은 "처음에는 멤버가 많지 않았다. 그런데 올림픽 때 컬링이 관심을 끌면서 소치와 평창 때에는 1천여 명 회원이 클럽의 포털사이트 카페에 가입했다. 올림픽이 열렸던 2018년에만 2000여 명이 강습을 받으러 오시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그래서인지 선수들의 컬링 입문도 올림픽과 큰 연관이 있었다. 김보미 선수는 "소치 올림픽 때, 김연아 선수의 피겨 경기 전에 컬링 경기를 틀어줬는데, 그 때 '입덕'을 했다"며 "올림픽이 끝나고 클럽에 가입해서 지금까지 활동한다"고 말했다. 이가희 선수도 "평창 올림픽을 보고 흥미를 느껴서 시작했다"고 답했다.

오하은 선수도 평창 올림픽 직후 '재능나눔 컬링교실' 프로그램을 통해 가입했단다. 오 선수는 "친구들과 함께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박성욱 회장님이 동호회가 있으니 가입해보지 않겠냐는 권유를 받고 가입했다"고 말했다.

창단 멤버였던 이정아 선수는 "원래는 스케이트를 배우고 싶어서 찾아보았는데 컬링이라는 종목이 있더라. 서울컬링클럽이 그때 막 생겨났다고 해서 당시 양재봉 부회장님께 연락을 해봤더니 꼭 와야 한다고 해서, 그 때 가입해 지금까지 컬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호인 선수들이니만큼 평일에는 직장에 다닌다. 박성욱 회장은 평일에 서울시 컬링연맹 사무국에서, 이가희 선수는 프리랜서로, 다른 선수들은 회사에서 근무한다. 특이하게 반혜진 선수는 평일에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의 10년차 경정 선수로 조종간을 잡고, 주말에는 컬링 동호인 선수로 브룸을 들어올린다.

반혜진 선수는 "경기도청에서 뛰었던 염윤정 선수와 친분이 있었다. 염윤정 선수의 소개로 클럽을 소개받아 컬링을 시작했는데, 컬링 종목 자체의 재미가 있어서 지금까지 뛰고 있다"며 웃었다.

"컬링의 매력은 '변수', 팀의 유대감 중요해요"
  
 2월 전국동계체전에 출전하는 서울컬링클럽 여자 선수들이 훈련하고 있다. 스톤을 투구하는 오하은 선수.

2월 전국동계체전에 출전하는 서울컬링클럽 여자 선수들이 훈련하고 있다. 스톤을 투구하는 오하은 선수. ⓒ 박장식

 
그렇다면 선수들이 말하는 컬링의 매력은 무엇일까. 반혜진 선수는 "실력이 좋다고 해서 무조건 이긴다는 보장이 없는, 변수가 많다는 점이 흥미있다. 집중력과 순발력, 판단력이 경기를 통해 점점 좋아지는 것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이정아 선수는 "부상 위험이 다른 종목에 비해 비교적 낮고, 심판이 필요없는 신사적인 스포츠인 것이 장점이다"라고 말했다.

오하은 선수는 "완전한 팀플레이라서 팀원들끼리 유대감이 올라간다는 점도 장점이 아닌가 싶다"고 짚었다. 이가희 선수는 "날씨의 영향을 안 받고 계속 할 수 있다. 여름에도 경기장이 추워서 긴팔을 챙겨다녀야 한다는 것이 단점이긴 한데 어차피 스위핑 하다보면 더워져서 긴팔을 벗게 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이가희 선수는 "대회를 통해 TV에서 보던 선수들과 직접 경기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다른 스포츠는 리그 사이에 벽이 있어서 선수는 선수끼리, 동호인은 동호인끼리 붙는 경우가 많은데, 이 정도 인지도가 있는 스포츠 중에서 실업 선수들과 동호인이 직접 맞붙을 수 있는 종목이 흔치 않다"고 강조했다.

박성욱 회장도 "경북체육회 송유진-전재익 조와 작년 회장배 때 맞붙어서 이겼던 적이 있었고, 지금 코리아컬링리그에 같이 참가하는 서울시립대 믹스더블 선수들도 신입생 때부터 계속 맞붙었다. 서울시립대 선수들을 상대로는 두 번 이기면 세 번 지는 정도로 전적이 나왔었다"고 거들었다.

그러면서 박 회장은 "서울시장기 대회는 6엔드까지 진행되는데, 전적은 좋지 않지만 5엔드까지 팽팽하게 경기를 끌고 가는 등 대등하게 경기하려 애쓰고 있다"며 "사실 경기할 때, 그리고 행사 같은 곳에서 마주하고 있는 사람이 스타라는 느낌이 그렇게 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미디어에도 컬링 자주 오르고, 서울에 새로운 경기장 있었으면
 
 코리아 컬링 리그에도 동호인 팀으로 도전장을 내민 박성욱 회장(왼쪽)과 이가희 선수.

코리아 컬링 리그에도 동호인 팀으로 도전장을 내민 박성욱 회장(왼쪽)과 이가희 선수. ⓒ 박장식

 
컬링이 앞으로 동호인들도 자주 즐기는 스포츠로 발전하기 위해 바라는 점이 있을까. 박성욱 회장은 "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미디어의 주목을 받는 종목이라 그런지, 올림픽 때마다 회원 수라던가, 강습 문의가 확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리그가 진행되다보니 문의를 주시는 분들도 생각보다 많다"고 말문을 열었다.

박 회장은 "단적으로 평창 올림픽 전에는 자체 리그가 4개의 팀으로 운영되었는데, 올림픽 후 14팀으로 늘었다. 이렇듯 방송의 조명이 동호인의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 쇼트트랙이나 스켈레톤처럼 지속적으로 컬링의 국제대회나, 국내대회도 중계하고 미디어에 실리면서 더욱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었으면 한다"고 답했다.

이가희 선수도 "컬링을 시작해도, 컬링장이 멀어 접근성 문제 때문에 그만두시는 경우가 많다"며, "서울에서도 다른 지자체처럼 접근성도 좋고, 그리고 사람들이 꾸준히 올 수 있는 시설 좋은 공간에 사시사철 이용할 수 있는 컬링장을 새로이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전국동계체전과 리그 남은 경기에 대해 각오를 들었다. 오하은 선수가 먼저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대회에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어 좋다. 대진운이 좋고, 우리의 실력이 좋다면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최선을 다해 경기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리그 휴식기가 끝나는 다음 주에는 다시 선수로 출전하는 박성욱 회장도 "동호인 클럽이 전국체전에 나가고, 리그 경기에 나가는 것 자체가 어렵다"며, "이번에 시기가 좋아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나를 포함한 선수들이 잘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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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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