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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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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간에서는 재판부가 준법감시제도를 언급한 후,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구성, 준법감시위원장 기자회견, 변호사 의견 제출로 이어지는데, '이재용 봐주기' 명분 쌓기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1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변호인이 파기환송심 재판부를 상대로 삼성 준법감시제도 개선안을 발표하자, 양재식 특별검사팀 특검보가 항의했다.
 
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가 지난해 10월 25일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서 "실효적인 기업 내부 준법감시제도의 필요성"을 언급한 뒤, 삼성은 재판부의 요구에 충실히 따르고 있다. 삼성준법감시위원회 구성→김지형 준법감시위원장 기자회견→재판부 상대로 한 변호인 설명으로 이어졌다.
 
특히 이날 재판부는 삼성의 준법감시제도의 실효성을 따져볼 전문심리위원 3명을 두겠다고 밝혔다. 특검이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재판부는 전문심리위원 후보로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을 발표했다. 재판이 끝나자, 방청객에서 "해고자 원직복직부터 해결해야지, 준법감시팀이 뭐야. 재판부는 이러면 안 돼" 등의 항의가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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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부터 파열음

6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 심리로 이재용 부회장 파기환송심 4차 공판이 열렸다. 재판 초반부터 파열음이 나왔다. 변호인과 특검은 전성인 교수 증인 채택을 둘러싸고 공방을 벌인 데 이어 삼성바이오 수사 자료와 관련 증거인멸 재판 기록의 증거 채택을 두고 기 싸움을 벌였다.
 
재판부가 이들 자료에 대한 증거 채택을 기각하며 변호인 쪽 손을 들어주자, 양재식 특검보가 발끈했다.
 
"재판부 결정에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중략) 기각 결정을 재고해달라는 취지에서 이의신청을 한다. 유무죄가 확정돼 양형심리를 하는 데 이의신청마저 기각된다면 상고이유로 다툴 수 없다. 결론적으로 이 재판이 불공평하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어 이 부회장 쪽에서 삼성 준법감시제도 개선안을 발표하자 특검 쪽은 재차 반발했다.
 
이재용 부회장 변호인 이경환 번호사는 법정 한쪽 스크린에 삼성 준법감시제도 개선안 내용을 띄웠다. 이 변호사는 "이번 준법감시제도 개선의 목표는 최고 경영진의 위법행위 재발을 방지하고 삼성 내에 준법 문화를 정착하는 것에 있다"면서 "최고 경영진으로부터 독립된 준법감시위원회를 설치하고 실질적 권한을 부여했다"라고 밝혔다.
 
스크린에는 대법관 출신 김지형 위원장을 비롯한 준법감시위원회 위원 이름이 나왔다. 20분가량의 발표 후 양재식 특검보가 거세게 이의를 제기했다.
 
"준법감시제도는 미국 연방법원 양형기준 제8장을 참조한 것으로 보이는데, 미국에는 삼성 같은 거대재벌 그룹이 없다. 이를 감안할 때 미국에서 만들어진 이 제도가 우리나라에 도입될 때 실효성이 있는지 극히 의문이다."
 
양 특검보는 이어 재판부에 "적극적 뇌물 제공 등 다른 양형 사유를 함께 살펴봐 달라", "양형심리를 투명하게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삼성그룹준법감시위원장으로 내정된 김지형 전 대법관(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이 9일 서대문구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0.1.9
 삼성그룹준법감시위원장으로 내정된 김지형 전 대법관(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이 9일 서대문구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0.1.9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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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반발에 아랑곳하지 않은 재판부

재판부는 양 특검부의 발언 이후 잠시 휴정했다. 5분 후 다시 법정에 돌아온 정준영 부장판사가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과 삼성그룹은 오늘 준법감시위원회를 포함한 실효적 준법감시제도 운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것은 우리 재판부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에 대한 약속이라고 생각된다. 국민 중에는 이러한 피고인과 삼성의 약속에 대해서 의구심을 가진 분도 계신다. 따라서 이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과 삼성의 약속이 제대로 시행되는지 그 시행과정을 엄격하고 철저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
 
재판부는 형사소송법 279조의2에 따른 전문심리제도를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중립적인 제3자 전문가 3명을 전문심리위원으로 지정해 삼성 준법감시제도의 실효적인 시행을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양재식 특검보는 "봐주기 명분이다", "재벌체제 혁신 없는 준법감시제도에 반대한다. 전문심리제도에 반대하고 협조할 생각이 없다. 더 나아가서 이 재판이 불공평하게 진행된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특검 쪽 반발에 아랑곳하지 않고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을 전문심리위원 후보로 발표하고 나머지 2명에 대해서는 특검과 변호인 쪽에서 추천해달라고 했다.
 
재판이 마무리되자, 방청석에서 항의가 터져 나왔다. 또한 이재용 부회장이 법원을 나와 차량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시위대와 삼성 쪽 관계자들이 거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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