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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23일 오후 4시 54분] 

KTX를 처음 이용하게된 몇 년 전이 생각난다. 일로 울산에 가야 했다. 자가용으로 5~7시간씩 걸려 가곤 하던 포항이라 그에 가까운 울산도 그쯤 걸릴 것이다고 막연하게 추측,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서울역에서 11시가 다 되어 출발했는데도 하룻밤 자면서 처리하려던 일까지 모두 마치고, 밤 9시 30분 무렵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서울역에서 울산까지 2시간 남짓 걸리는 KTX가 없었다면 시간은 물론 비용도 훨씬 많이 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울산행을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그날이 뭣보다 의미 있고 남다르게 생각되는 것은 덕분에 여행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결혼과 함께 남편과 자가용을 이용해서만 여행하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일정 때문에 쉽게 나서지 못하곤 했었다. 그런데 그날 이후 선뜻 나설 수 있게 된 것. 예전보다 훨씬 자주, 그리고 다채로운 여행을 즐기고 있다. 아마도 그날 KTX를 만나지 못했다면 대중교통을 이용한 여행은 생각조차 못했을 것이다. 게다가 남편에게만 의존하는 여행밖에 몰랐을 것이다.

어디론가 떠나는 것에 훨씬 용감해지고 자유로워졌다고 할까? 훨씬 많은 것들을 얻거나 느끼고 있음은 물론이다. 교통수단은 이처럼 우리의 삶을 바꾼다. '현대인의 삶에 가장 영향력 있는 존재'란 생각까지 종종 들 정도로 매우 비중 있게 말이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가 접하는 교통수단들은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어떤 변화를 거쳐 오늘에 이를까?
 
각 나라에서 처음으로 건설되는 지하철 1호선은 대개 도심의 가장 핵심적인 곳을 통과한다. 때문에 도시의 가장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지하철 1호선 역시 마찬가지다. 시청, 종로를 지나 청량리로 향하는 이 구간은 서민들의 소박한 모습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지하철 1호선은 1974년 8월 개통된 우리나라 최초의 지하철 노선이다. 개통 당시 역은 서울역, 시청, 종각, 종로 3가, 동대문, 동묘 앞, 신설동, 제기동, 청량리 이렇게 10곳이었고, 기본 구간 요금은 30원이었다.(…)원래 서울 지하철 1호선 구간은 지하2복선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1호선 개통식 당일 영부인이 살해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고, 이 일로 서울 시장이 경질되면서 1호선의 지하2복선 계획은 백지로 돌아갔다. 현재 지하철 1호선은 수도권의 국철 노선까지 포함하여 총길이 200㎞에 달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지하철 노선이다. 또한 1호선과 2호선이 만나는 신도림역은 유동 승객이 가장 많은 지하철역으로도 유명하다. - <얄팍한 교통 인문학> 263~264쪽에서.
(* 이 기사 보도 후 저자 확인 결과 ,당시 개통역에 동묘 앞은  없었던 것으로 사실과 다름을 밝힙니다. 이후 재쇄 과정에서 오류를 수정하신다고 합니다.-기자말) 

<얄팍한 교통인문학>(크레파스북 펴냄)은 우리 삶에 폭넓고 깊게 스며있는 교통에 관한 이야기다.
 
 <얄팍한 교통인문학> 책표지.
 <얄팍한 교통인문학> 책표지.
ⓒ 크레파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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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새로운 삶의 방향을 알게 한 KTX 관련 책 내용을 토대로 좀 덧붙이면, 아마도 '성인 둘이 앉기에는 아무래도 불편한 KTX 좌석'에 공감할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두 좌석을 구분하는 것은 팔 하나 올릴 정도로 좁은 팔걸이 하나. 나머지 한 사람은 팔을 몸쪽으로 당긴 채로 가야 하는 데다가 조금만 움직여도 옆 사람과 닿기 일쑤, 그러니 가는 내내 가시방석이다.

책에 의하면, 아마도 '말 엉덩이가 조금 더 컸더라면 KTX의 좌석이 좀 더 넓어졌을지도 모를 일(57쪽)'이다. 대체 어떻게?

증기기관이 등장하기 전까지 레일 위의 탈것들은 사람이나 가축이 끌었다고 한다. 영국에서 마차를 끈 것은 말. 그렇다보니 마차 바퀴 폭을 말 두 마리 엉덩이 폭에 맞춰 제작했다고 한다. 두 마리가 함께 끌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국은 이를 기준으로 마차 바퀴 폭을 1.4m로 표준화한다. 나아가 첫 대중교통용 철도인 스톡턴~달링턴 구간에 그대로 적용한다. 오늘날 레일 설치시 적용하는 국제 표준궤 길이 1,435㎜도 여기서 비롯됐다고 한다.

책은 크게 3부로 나눠 가장 보편적인 교통수단인 자가용이나 트럭 같은 자동차를 비롯한 기차, 선박, 항공기, 전기 자동차,  자전거 등과 같은 모든 교통수단과(1부), 교통수단 때문에 생겨난 신호등을 비롯한 각종 교통시설물(2부), 교통과 함께 발달한 문물과 문화, 사회 풍경(3부)등, 교통을 둘러싼 참 많은 것들을 폭넓게 다룬다.

책 제목에 '얄팍한' 표현이 들어갔지만 결코 적은 내용이 아니다. 오히려 꾹꾹 눌러 담았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교통 관련 참 많은 것들을 담았다. 책 덕분에 매일 접하면서도 아는 것이 그다지 없던 지하철이나 버스, 택시 같은 대중교통 수단들과, 그로 파생된 수많은 것들의 시작과 발전에 대해 알게 되었다.

장난감에서 시작되었다는 유모차, 렌터카로 시작된 우리 택시의 역사, 축구장 3배 크기로 하늘을 날았다는 초대형 비행선, 비틀스의 데뷔룩인 모즈룩과 특정의 교통수단, 교통과 함께 발달했다는 시계 산업, 자전거의 발달 과정, 토큰 내고 타던 버스나 앞에 선 사람의 가방을 들어주던 지난날 대중교통 풍경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깊게 와 닿는다.

때론 자동차나 오토바이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 곳을 동경할 정도로 우리의 생활 곳곳은 자동차와 관련 시설물로 넘쳐난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그럼에도 의존할 수 밖에 우리의 생활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며칠 후면 그 어느 때보다 자동차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을 그런 명절이다. 그렇다면 보다 흥미롭게 접근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우리는 가정과 학교에서 기초 교육을 받은 다음 인생이라는 도로에 던져진다. 누구나 '인생 면허시험'을 치르는 셈이다. 이 시험도 운전면허시험처럼 공정하고 까다롭게 진행되어야 한다. 삶의 도로는 자동차 도로보다 훨씬 많은 변화가 있고, 정확한 판단과 현명한 대처가 필요한 탓이다. 체계적인 교육도 중요하다. 누구에게 어떤 교육을 받느냐에 따라 이후 삶의 방향과 가치관도 크게 달라진다. 무엇보다 혼자서 능숙하게 달리려면 직접 부딪치며 많은 경험을 쌓아야 한다. 면허증 하나 땄다고 누구나 베스트 드라이버가 되는 것은 아니다.-215~216쪽.
 
이처럼 우리의 삶과 연결 지어 들려주고 있는 것도 이 책의 매력. 그래서 유독 많은 밑줄을 그으며 읽은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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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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