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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중앙회장 주요 후보 약력
 농협중앙회장 주요 후보 약력
ⓒ 송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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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1일 제24대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앞두고 정책평가를 통해 지역선거의 폐습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농업계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혼탁한 선거판이 재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후보들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하기 위한 후보 간 정책 토론회가 한 번도 열리지 않는 것과 무관치 않다.

4년 임기의 농협중앙회장은 29개 자회사의 12만명에 달하는 임직원의 수장일 뿐만 아니라 230만명의 농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친다. 깜깜이식으로 선거가 치러지며 지역구도나 합종연횡에 좌우되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농업·농촌·농민을 둘러싼 해결과제가 산더미 같은 이 때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의 정책역량 검증은 필수적이다. 마침 투표권이 있는 292명의 대의원 중 70%가량이 초·재선 조합장으로 바뀌며 정책에 대해서도 점차 관심이 늘고 있다.

이에 기자는 10명의 농협중앙회장 후보 중 최근 두각을 나타낸다는 평이 나오는 4명을 추려 ①공약 총평, ②농협 금융개혁, ③농협혁신 등에 관한 공약을 분석한다. 평가 대상은 (가나다 순) 강호동 합천 율곡농협조합장, 김병국 전 서충주농협조합장, 유남영 정읍농협조합장, 이성희 전 성남 낙생농협조합장이다.

상호금융 '추가정산 1조원' 가능한가

이번 선거에서 '상호금융 추가정산 1조원'은 후보들이 내세우는 대표적인 공약 중 하나다. 거의 모든 후보(김병국·유남영·강호동 후보)가 이를 핵심 공약으로 약속했다.

농축협에 대한 수익배분이 현재 연간 5,000억원 수준에서 1조원으로 늘어나면 농축협의 경영 안정에 크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를 달성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있느냐 여부다.

강호동·유남영 후보는 추가정산 1조원을 위해 상호금융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실행방안이나 이행 로드맵 측면에서 아직까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이다.

김병국 후보는 상호금융을 전문 자산운용기관으로 혁신하겠다는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 2.7% 수준에 불과한 상호 특별회계의 운용수익률을 국민연금 수준인 4%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농협중앙회장 주요 후보 금융공약과 실행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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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금융을 통한 농축협 지원은?

협동조합금융의 기본 원리는 금융이 농축협을 지원하는 수익센터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있다. 모든 후보들이 상호금융을 통한 농축협 지원을 강조하고 있으나 접근 방식은 후보들마다 다르다.

먼저 강호동·유남영 후보는 상호금융 예치금리를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강호동 후보는 농축협의 수익력 제고를 위해 상호금융 예치금에 대한 이자를 인상하는 공약을 제시했으나 구체적인 실행방안은 떨어진다는 평이다. 이에 비해 유남영 후보는 이를 위해 상호금융 예치금리조정위원회를 신설하겠다고 약속했다. 농협중앙회와 농축협이 공동으로 조정위원회를 구성해 농축협의 금리조정 권한을 강화하겠다고 밝혀 구체성이 있는 공약으로 평가할 만하다.

김병국 후보는 다른 후보에 비해 접근 방식이 다르다. 금리조정보다는 농촌형조합을 위한 '도농상생예치금'을 신설해 도농 간 조합격차 해소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상호 정치예치금의 20% 정도를 '도농상생예치금'으로 지정해 농촌형 조합에 상생우대금리 혜택(최대 1,000억원)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도농 간 상생협력을 유도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정책으로 평가되나 다만 도시농협의 합의를 끌어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이성희 후보의 경우 상호금융 예치금리와 관련된 정책이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농협금융지주 혁신공약 있나?

농협금융지주는 농협 수익 기반이라는 점에서 농협을 움직이는 실질적인 동력이다.
먼저 김병국 후보는 농축협이 2대 주주로 금융지주를 소유하는 '금융지주 조합공개'(중앙회 70%·농축협 30%)를 단행하겠다고 공약했다. 협동조합의 소유·통제 원칙이 무너져 금융지주와 농축협이 경합하는 관계로 변질되고 있다는 것이다.

농축협이 실질적으로 금융지주를 통제할 수 있도록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농축협과 농협은행 간의 경쟁관계를 해소하고 '상호금융연합회'로 갈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강호동 후보는 농협금융의 글로벌 진출을 통해 해외 사업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해외 점포망을 기존 10개에서 20개로 늘리는 등 해외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해 농협은행의 수익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반면 이성희·유남영 후보는 금융지주 관련해 혁신성 있는 공약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대체로 금융지주 혁신보다는 농축협 신용사업 지원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전체적으로 농협금융지주가 차지하는 역할과 기능에 비해 주요 후보들이 내세우는 공약은 상대적으로 부실하다는 평이 나온다.

농축협 신용사업 관련 공약은?

주요 후보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한 공약은 농축협 점포 환경개선을 들 수 있으며 일부 공약은 농축협 신용사업의 체질개선 방안을 담고 있다.

유남영·강호동·이성희 후보는 공통적으로 농축협 점포 환경개선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전반적으로 지역농축협의 점포는 경쟁 금융기관에 비해 낙후돼 디지털환경 변화에 취약한 편이다. 후보들이 점포 환경개선 등과 같은 '하드웨어' 지원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다.

이에 비해 김병국 후보는 '농협은행-농축협 연계영업'을 제도화해 지역농축협의 대출기반을 확대하는 등 소프트웨어 측면의 혁신을 공약했다. 농협은행이 수용하기 어려운 고객을 지역농축협으로 연결하는 협업영업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유남영 후보는 농축협 방카슈랑스에 적용되는 자산 기준을 완화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도시농협의 경우 방카 기준은 보험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현안임에 분명하다. 다만 금융제도 개선은 정책의 영역이라 정부와 정치권과의 밀접한 협의가 필요하다.

태그:#농협중앙회장, #김병국, #강호동, #유남영, #이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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