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만 나가면 다시 좋은 친구 된다며 잘 배운 멀쩡한 분들이 '피구대첩, 양치대첩' 거짓말하고 패악을 부리고 다른 이들 인격 짓밟으며 인간성과 자존심을 버렸으면 잘 사셔야죠. 이게 뭡니까. 1%가 뭡니까. 혀를 차기도 안타깝습니다." (작년 3월 2일 배현진 자유한국당 송파을 위원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TV 홍카콜라' 제작자로 언론에 얼굴을 비치던 배현진 위원장은 지난해 3월 이렇게 자신이 '최장수 앵커' 기록을 세운 '친정' <뉴스데스크>를 저격하고 있었다. 당시 배 위원장이 근거로 들며 게재한 기사는 <월간조선>의 '시청률 1.0% 찍은 뉴스데스크... 적폐청산 칼질뿐인 경영 문외한들의 예고된 참사다!'였다.

이런 주장은 사실이었을까. 해당 <월간조선> 기사는 '가로세로연구소'의 김세의 전 MBC 기자 등이 공동위원장을 지냈던 MBC 노동조합(제3노조)이 그해 2월 발표한 '1.0% 뉴스데스크 시청률, 정녕 망사(亡社)의 비조(鼻祖)가 되려는가?'라는 성명서의 복사판 수준이었다.

실제 1%대 시청률을 기록한 일요일 <뉴스데스크>의 수치를 들어, 최승호 사장 체제의 MBC와 <뉴스데스크>의 시청률이 '배현진 앵커' 체제의 정상화 전보다 폭락했다는 것이 성명서의 요지였다. 정말 그랬을까. 당시 주말 시청률은 MBC 외에 SBS와 JTBC 모두 시청률 2~3%대에 머물렀다. 원래 평일의 반토막 가까이 되는 주말 시청률 중 특히 떨어졌던 하루 수치를 가지고 '침소봉대'를 했다고 볼 수 있다.
 
 MBC <뉴스데스크> 왕종명-이재은 앵커

MBC <뉴스데스크> 왕종명-이재은 앵커 ⓒ MBC

 
"지난 10년 쌓인 MBC 뉴스 불신을 시청자들이 쉽게 거둬들이기 어려우실 거다. 결국 우리 잘못이다. 스테이션 이미지 회복은 오래 걸릴지 몰라도 뉴스데스크 콘텐츠 수준은 상당히 올라왔다. 스테이션 이미지 복구 기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조급하지 않다."

같은 달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한 MBC 박성제 보도국장의 말이다. 그러면서 박 국장은 MBC 노동조합(제3노조)과 배 위원장의 공격을 의식한 듯 "앞뒤 맥락을 거세하고 수치 하나를 꼭 집어 우리 뉴스를 공격·비난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며 "단기 시청률에 집착하면 무리한 보도를 하게 된다. 과거처럼 뉴스 연성화, 선정주의 늪에 빠질 수 있다. 메인 이슈와 단독 보도, 뉴스 콘텐츠로 승부하겠다"고 자신했다.

박 국장이 예로 든 콘텐츠는 비리 사립유치원, 고 김용균씨 연속 보도, 클럽 '버닝썬' 최초‧연속 보도 등이었다. 그리고 작년 4월, MBC <뉴스데스크>는 오후 7시 반 편성이란 파격을 선보였다. 방송시간도 70분 이상으로 늘렸다. 10개월이 지난 2020년 1월, MBC <뉴스데스크>와 SBS, JTBC의 시청률은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약진한 MBC <뉴스데스크>와 자리 뒤바뀐 JTBC <뉴스룸>

'KBS1 <뉴스9> 8.1%, MBC <뉴스데스크> 6.3% vs. SBS < 8뉴스 > 4.8%, JTBC <뉴스룸> 2.0%.'

설 연휴이자 일요일이었던 지난 26일 각 방송사 메인뉴스 시청률(이하 닐슨코리아 기준)은 이랬다. 배 위원장이 "혀를 차기도 안타깝습니다"라던 시청률이 정확히 뒤집혔다.

이날 하루만이 아니었다. 1월 들어 MBC <뉴스데스크>는 평일 평균 5%대를 유지 중이다. 반면 동시간대 SBS < 8뉴스 >는 3~4%를, JTBC <뉴스룸>은 3%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뉴스룸>의 주말 시청률은 1%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1년 전과 비교해 <뉴스데스크>와 <뉴스룸>이 위치를 바꾼 꼴이랄까.

"MBC 메인뉴스는 10월부터 JTBC를 따돌렸다. 11월 시청자 수에서는 20만 명 이상 MBC가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JTBC는 12월 시청자수에서 30만6000여명을 기록해 같은 달 29만여 명을 기록한 TV조선에게도 추격당하는 입장이다.

손석희 JTBC대표이사가 1월 2일자로 '뉴스룸' 앵커에서 하차함에 따라 JTBC로서는 시청자 수 상승을 위한 변곡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TV조선 등 보수성향 종합편성채널은 조국 사태에서 시청자수가 반짝 상승했다. KBS는 올 하반기 JTBC와 유사한 시청자 수 곡선을 나타낸 점이 눈에 띈다."


지난 1일 <2019년 메인뉴스 시청률, 승부 가른 건 조국 사태>란 <미디어오늘>의 기사 중 일부다. 시청률 분석기관 닐슨코리아의 2019년 한 해 방송사 고정형TV 메인뉴스 시청자 수(전 연령대, 수도권 기준)는 "KBS>SBS>JTBC>MBC>TV조선>MBN>채널A 순"이었지만 '조국 사태' 이후 MBC의 약진이 눈에 띈다는 분석이었다.

이에 대해 <미디어오늘>은 "MBC는 지난해 9월29일 "국정농단 촛불집회 이후 최대 인파가 모였다"며 서초동 검찰개혁 집회를 보도하며 드론을 이용해 대규모 인파를 보여준 시점을 전후로 시청자 수 증가세를 보였다"며 "비슷한 시기 JTBC 조국 보도에 만족하지 못한 시청자들이 MBC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풀이했다.

그렇다면 MBC의 이런 상승세는 계속될 수 있을까. 변수가 하나 있다. 바로 차기 사장 선출이다. 지난해 12월 연임 포기 선언을 한 최승호 현 MBC 사장의 후임 선출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9일 문화방송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는 차기 사장 선임 절차에 시민평가단 방식을 도입할 것이라 밝혔다. 더불어 오는 2월 22일이 사장 내정자 최종 확정일임을 발표했다.

설 연휴 직후인 28일부터 후보자 공모와 서류 접수가 시작되는 가운데, MBC 내부 구성원들로부터 흥미로운 '설'이 흘러 나왔다. 바로 JTBC 손석희 사장의 'MBC 사장설'이다. 24일 미디어오늘 < MBC 새 사장 선임 앞두고 떠오른 '손석희 사장설' > 기사를 보자.

손석희 MBC 사장설
 
 손석희 JTBC 대표이사

손석희 JTBC 대표이사 ⓒ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시절 JTBC 손 사장의 모습을 보며 손 사장이 언젠가는 MBC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MBC 한 간부급 인사)

"MBC에서 손석희 사장을 경험해본 세대와 경험해보지 못한 세대 간의 온도 차가 있는 것 같지만 대체로 지금까지와 다른 차원의 새 리더십과 카리스마를 기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손 사장과 견줄만한 다른 사장 후보는 없는 상황이다. 손 사장이 사장 공모에 나설 경우 예년에 비해 지원자가 현격히 줄어들까 걱정하는 기류도 있다." (MBC 한 관계자)


<미디어오늘>은 "복수의 취재원에 따르면 현재 몇몇 MBC 직원들은 고향에서 '마지막 소임'을 다해달라며 손 사장을 MBC 사장으로 영입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설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위와 같이 MBC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물론 "어떤 사장이 오든 경영적자를 극복하고 사원들에게 MBC의 비전을 보여 줄 수 있어야 한다"(MBC 한 내부 관계자)와 같은 경영 위기나 파업 이후 사내 갈등 등에 대한 우려 또한 존재했다.

그럼에도, 본의의 거취 표명과 관계없이 '손석희 MBC 사장설'은 손 사장의 앵커 하차 직후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요인은 크게는 두 가지다. 손 사장 본인이 앞당긴 앵커 하차가 '조국 사태' 이후 <뉴스룸>의 논조를 문제 삼은 '중앙그룹'과의 갈등이 아니겠냐는 시각이 첫째다.

앞서 중앙그룹은 작년 10월, 오는 4.15 총선 이후 앵커 하차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손 사장은 시기를 앞당겨 지난 2일 '신년토론' 진행을 마지막으로 앵커 직에서 하차했다.

"손석희 앵커 교체와 관련해 JTBC 기자들이 성명을 통해 '하차 반대' 입장을 밝혔죠. '앵커 하차가 보도국 구성원들이 배제된 채 결정됐으며, 보도 자율성의 침해를 심각하게 우려한다'는 게 핵심 내용입니다.

손석희 앵커는 '나의 하차는 1년 전부터 논의가 있어 왔다'고 밝혔지만 이번 앵커 교체에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과 홍정도 JTBC·중앙일보 사장이 일정 부분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은 증폭되고 있습니다." (작년 12월, <고발뉴스>의 <손석희 앵커의 하차, JTBC의 운명은?> 중에서)


지난 연말 민동기 미디어 전문 기자는 이러한 논란을 소개하며 "JTBC 기자들은 손석희 앵커의 부재가 결국엔 JTBC를 다시 예전의 '종편'으로 '원위치' 시킬 거라는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1월 MBC와 JTBC의 시청률만 놓고보면, 이러한 우려는 벌써 현실화됐다. 이른바 '손석희 효과'라 할 만하다.

두 번째 요인이다. MBC 구성원들 사이에서 '손석희 사장설'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천생 '앵커'가, 저널리스트가 (자의 반 타의 반) 앵커직을 물러난 뒤 경영자의 위치에 만족하는 것이 본인은 물론 전체 한국 언론의 지형에 어떤 보탬이 되겠느냐는 문제제기 말이다. 손 사장 역시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직책(대표이사 사장)에 따른 일들은 계속하고 있지만, 나 같은 방송장이는 방송을 떠나면 사실은 은퇴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에 따른 거취를 어떻게 할 것인가는 제가 풀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지난 11일 손 사장은 자신의 팬카페에 올린 글에서 이런 고충을 털어놨다. 앞서 2일 JTBC <신년대토론>의 클로징 멘트에서 "앵커로 있었던 지난 6년 4개월 동안 굉장히 많은 일이 있었고 저도 많이 배웠습니다"라던 손 사장이 향후 '거취'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흔한 '은퇴 선언'도 아니었다.

손 사장은 이와 함께 "세월호와 촛불, 미투, 조국 정국까지 나로서는 그동안 주장해왔던 저널리즘의 두 가지 목적, 인본주의와 민주주의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했는데 평가는 엇갈리게 마련이다"라고 적기도 했다.

이른바 '손석희 저널리즘'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이른바 진영 논리에 의해 평가가, 시청률이 좌우됐던 <뉴스룸>의 6년 3개월 되새긴 것이다. 마치 '인본주의와 민주주의'라는 저널리즘의 목적을 실현시켜나갈 '숙제'를 풀 수 있는 곳, 그런 방송사가 존재하겠느냐는 투로.

손 사장의 앵커직 하차와 거취에 대한 고민도, <뉴스데스크>의 약진 역시도 '조국 사태'를 통해 촉발됐다. 이후 언론개혁이란 화두가 떠올랐고, JTBC의 몰락도 가시화됐다. 반면 MBC 보도부문의 '기세'는 타사를 압도 중이다.

이와 관련, 최승호 사장은 2일 신년사에서 "뉴스를 비롯한 시사 프로그램들이 무엇보다 큰 역할을 해줬다"며 "단순히 시청률이라는 수치보다 국민 마음속에 MBC가 차지하는 무게감이 과거보다 훨씬 커졌다고 느끼고 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손석희가 진두지휘한 <뉴스룸>은 2010년대 한국 저널리즘의 독보적인 수확이라 할 만하다. 본인이 언급한 세월호 보도와 태블릿 PC 보도, 미투 보도 모두 역사의 큰 획을 긋고 한국사회의 기류를 바꾼 것이 사실이다. 반면 JTBC '조국 보도'는 진영논리와 사실보도 사이에서 논란으로 남을 만했고, 손 사장 본인 역시 밀린 과제로 남길 만했다.

이런 가운데, 아직 '은퇴'를 두고 거취를 '고민' 중이라는 손 사장은 7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가는 '결단'을 내릴 수 있을까. 
손석희 MBC 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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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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