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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섬네일 어그로' '섬네일 맛집'과 같은 단어들이 유튜브에서 인기를 끌면서 자극적인 섬네일을 통한 클릭 유도는 필수 생존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주목을 받기 위해 '혐오'를 사용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섬네일과 제목에 성차별적인 메시지를 통해 조회 수를 높이려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서울YWCA는 지난 2019년 8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국내 유튜브 10월 월간 조회 수 200위 내 채널에 업로드된 콘텐츠의 섬네일과 제목 속 성차별 사례들을 살펴보았다.

모니터링 결과 84건의 성차별 사례가 발견되었다. 이 중에서 성적 대상화 사례가 34건(40.4%)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서 외모 강조에 대한 내용이 27건(32.1%), 성희롱 성폭력 정당화 13건(15.5%), 젠더 고정관념 조장 사례가 10건(12%)으로 나타났다.

 
서울YWCA
 서울YWCA
ⓒ 강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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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아이돌 무대영상 중 신체 드러난 순간 캡처해 섬네일로 

성적 대상화 사례가 34건으로 가장 많았는데, 성적 대상화된 여성의 이미지를 섬네일로 선정해 클릭을 유도하려는 사례가 가장 빈번히 발생했다.

음악·춤·직캠(직접 찍은 영상) 장르에서는 여성 아이돌의 무대 영상 중 신체 노출이 심한 부분을 섬네일로 선정했다. 이들의 전체 영상을 살펴보면 섬네일로 사용된 이미지는 3초도 안 되는 짧은 순간들이었다. 해당 영상 속에서 여성 아이돌이 물에 젖은 채로 허벅지와 가슴이 드러난 자세를 취한 것은 짧은 순간일 뿐이고, 영상 대부분은 서서 관객들과 이야기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여성 아이돌의 무대 의상이 얼마나 선정적이었는지는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조회 수를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이들을 성적 도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여성 연예인들이 인터넷상에서 본인들을 향한 성적 희롱, 비하, 모욕에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음에도 유튜브에서는 순간의 포착, 강조와 같은 디지털 기술을 통해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부각하거나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만 그려내는 시도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저작권상의 문제로 이미지 대신 '섬네일을 설명한 글'로 대체합니다. 
사례 1 
여성 가수가 물에 젖은 채로 춤을 추는 모습이 담겨있다. 섬네일에는 두 이미지가 합쳐져 있는데 왼쪽 이미지는 여성 가수가 무릎을 꿇은 채 몸의 라인과 가슴골이 드러나는 자세를 취한 장면이며, 오른쪽의 이미지는 무릎을 꿇은 채 한쪽 다리를 들어 올린 장면이다. 실제 영상에서 해당 섬네일은 아주 짧게 스쳐 지나가는 장면인데, 전체 영상에서 여성 가수의 특정 신체 부위가 가장 심하게 노출된 장면을 섬네일로 선정했다. (개인 방송, 음악 춤 직캠) 

사례 2
섬네일 속 이미지는 무대 중 여성 아이돌의 겉옷이 흘러내린 뒷모습이 강조된 갈무리다. 실제 이 영상을 확인해 보면 섬네일 속의 아이돌은 안무로 인해 흘러내리는 옷을 붙잡기 위해 노력하는데, 가수의 의도와는 상반되게 옷이 벗겨진 장면이 강조되어 성적 대상화 된 영상이 유통되고 있다. (개인 방송, 음악 춤 직캠)

성적 대상화의 사례로, 여성 유튜버 또는 일반인 여성과 합동 방송을 진행한 개인 방송에서 방송 중 여성이 운동하거나 혹은 일상의 동작을 취할 때의 순간을 포착한 섬네일들 또한 발견되었다. 이때 여성의 가슴에 화살표를 표시한다거나, 여성의 엉덩이 라인에 따라 문구를 삽입하고, 여성의 가슴을 바라보는 남성의 눈을 강조, 혹은 여성의 사진을 합성하는 등 편집을 통해 더욱 노골적으로 여성이 성적 대상으로 보이도록 했다. 이러한 섬네일들이 반복적으로 유튜브에 노출될 때, 일상 속 여성은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자신의 행위가 성적 유혹으로 해석되어 침해 가능한 존재로 여겨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사례 3
해당 섬네일에서 여성은 당구장에서 엉덩이를 뒤로 뺀 채 숙이고 있는 포즈를 취하고 있고, 제목에는 이를 'OO 누나가 당구 OOO 해 놓고 유혹을?'한다고 표현하고 있다. (개인 방송, 게임)

사례 4
섬네일 속 남성은 여성의 가슴을 쳐다보고 있고, 여성의 가슴을 가리키는 화살표 그림이 그려져 있다. (개인 방송, 크리에이터 BJ)

유튜브의 핵심적인 특징은 '알고리즘'이다. 좋아하는 것을 계속 시청하게 하는 유튜브의 알고리즘으로 인해 유튜브 이용자는 특정한 이념, 성향, 취향에 반복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성적 대상화된 여성들의 이미지를 자극적으로 노출한 섬네일을 클릭하고, 알고리즘에 의해 추천되는 영상들을 시청하다 보면 성차별적인 메시지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영상을 시청하는 동안에도 추천 영상으로 계속 섬네일이 노출되는 구조를 고려할 때, 여성을 남성의 성적 욕구를 자극하는 도구로 그려내는 섬네일들은 온라인 환경에서 성적 대상으로서의 여성 개념을 자연스럽고 정당한 것으로 여겨지도록 하고있다.

김치녀, 꽃뱀 등 여성혐오 단어로 가득

한국 온라인 커뮤니티 속 여성혐오 사례로 꾸준히 지적되어 온 '김치녀' 프레임이 상위 200위 내 유튜브 채널들에서도 발견되었다. 섬네일과 제목에 '김치녀'라는 단어를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남성에게 애교를 부려 명품이나 돈을 얻어내려는 여성의 이미지와 이를 응징하는 남성이 담긴 섬네일을 유머로 소비하는 사례들이었다.

남성 중심적인 젠더 질서에 의해 실제 여성의 행위 및 의도와 상관없이, 여성을 낙인찍는 여성혐오적인 맥락에서 사용되고 있는 '꽃뱀' 또한 유튜브 섬네일 문구에서 다수 발견되었다. 모두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제시하고 이를 처벌해야 하는 것으로 규정해 남성이 '고발'하거나 '응징'하는 것을 보여주는 섬네일이었다.
 
사례 5 
이 영상의 섬네일에는 '치명적인 애교녀', '루이비통 사주떼요온'이라는 문구과 함께 여성의 모습을 배치했다. 왼쪽 이미지에서는 남성에게 명품백을 받기 위해 여성이 애교를 부리고, 오른쪽 이미지에는 그런 여성을 응징하는 남성이 등장한다. (개인방송 , 크리에이터 BJ)

사례 6
이 영상의 섬네일에는 '네 다음 꽃뱀'이라는 문구와 함께 여성이 등장하고 있다. (개인방송 ,엔터테인먼트)

피해 여성, 성적 행위의 대상 연상되도록 섬네일 선정한 뉴스 유튜브 채널

성희롱·성폭력 정당화 사례로는 뉴스 채널에서 성희롱·성폭력 사건을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이미지와 문구를 통해 보도한 경우가 다수였다. 뉴스가 라이브로 보도될 때와 달리 유튜브 속 뉴스 영상은 섬네일이 있어야 클릭을 한다. 이에 유튜브 내에서는 시선을 끌기 위해 선정적인 섬네일을 사용한 사례들이 발견되었는데, 이러한 섬네일들은 뉴스가 갖춰야 할 기본 가치를 지키지 않았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레깅스 입은 여성들을 지하철에서 불법 촬영한 남성이 법원에서 무죄를 받은 사건을 보도한 사례가 다수 지적되었다. 지적된 섬네일들은 공통으로 더 자극적으로 레깅스를 입은 여성의 뒤태(엉덩이가 드러나게)를 강조한 일러스트를 쓰거나 실제 여성들의 짧은 치마와 허벅지를 확대한 사진이었다. 섬네일을 통해 피해자인 여성을 '성적 행위의 대상'으로 연상되도록 부추기며, 성차별적인 사회 통념을 유통하고 있었다. 성희롱 사건을 자극적으로 소비해 조회 수를 높이려는 언론사 유튜브 채널의 섬네일에 대한 문제 제기가 시급하다.
 
지상파 뉴스 유튜브 채널 갈무리
 지상파 뉴스 유튜브 채널 갈무리
ⓒ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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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 뉴스 유튜브 채널 썸네일 갈무리
 종편 뉴스 유튜브 채널 썸네일 갈무리
ⓒ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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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속 성차별적인 섬네일과 제목이 10대 이용자에게 노출되었을 때, 여성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정당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에 대한 시민단체의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 더불어 알고리즘을 활용하기 위한 혐오 영상만이 아닌, 디지털 시민성에 기여하는 방식의 영상 제작에 대한 고려가 이제는 절실해 보인다. 

※ 서울YWCA의 "대중매체 양성평등 내용분석 사업" 보고서 입니다. 예능, 광고, 홈쇼핑 등 다양한 장르 속 성평등 성차별 사례들이 궁금하시다면 서울YWCA 홈페이지 자료실 http://www.seoulywca.or.kr/bbs/board.php?bo_table=board0304 을 참고해주세요. 

태그:#성차별, #유튜브, #섬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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