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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동 밝맑도서관에서 열린 북콘서트. 왼쪽에서부터 유해정, 임영애, 오홍진씨.
 홍동 밝맑도서관에서 열린 북콘서트. 왼쪽에서부터 유해정, 임영애, 오홍진씨.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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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풍, 성수대교, 세월호 등 우리사회에는 수많은 참사가 있었다. 하지만 참사 뒤에는 우리가 미쳐 인식하지 못한 또다른 '희생'도 담겨 있다. 그들의 희생을 통해 우리 사회는 한층더 진보할 수 있었다. 참사 유가족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지난 30일 충남 홍성군 홍동면 밝맑 도서관에서는 지난해 출판된 책 <그날이 우리의 창을 두드렸다>를 주제로 북콘서트가 열렸다. 416세월호참사작가기록단과 유가족이 함께 엮어낸 책이다. 이날 사회는 작가기록단 유해정 작가 겸 인권활동가가 맡았다. 세월호 유가족 대표로는 홍성에 살고 있는 '준영이 엄마 아빠'인 임영애·오홍진씨 부부가 함께했다.

이날 북콘서트는 '함께 웃고 우는 자리'였다. 조금 더 울었을 뿐이다. 책에는 세월호 단원고 희생학생 강혁 엄마 조순애씨가 아들 강혁이가 입던 옷에서 머리카락을 찾은 일화도 나온다. 임영애 씨는 강혁이와의 준영이의 인연을 소개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초등학교때부터 친구였던 준영이와 강혁이

"강혁이와 준영이는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사이였다. 강혁이 엄마가 머리카락 이야기를 했다. 나는 준영이 머리카락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더 준영이 옷을 빨 수가 없었다. 준영이가 입고 있던 야구복을 3년이 지나서야 빨았는데, 그대로 놔두면 옷이 상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들의 흔적(머리카락)을 갖고 있는 게 더 힘들 것 같지만, 사실 그것조차도 없는 엄마들은 오히려 더 힘들다."

이제는 홍성 주민이기도 한 '준영 엄마' 임영애씨는 이날도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 놓았다. 임영애씨는 지난 6년 동안 수많은 사람을 만났다고 했다. 그것이 인연이든 악연이든 모두 소중하다고 말했다.   

"지난 6년 동안 어느 자리에서 누구를 만났든 그 한분 한분이 다 소중했다. 심지어 청와대 피케팅을 할 때 내게 욕을 하는 분들도 나에겐 밑거름이 되었다. 자식을 잃고 제정신 아니게 살았다. 하지만 많은 시민들을 만나면서 오히려 세상을 알게 됐다. 세월호와 관련해 여전히 가슴 아파 하는 시민들이 많다. 그분들을 보면서 더 이상 안타까운 죽음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겪었으니까 남들은 절대 겪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된 것이다. 그래야 세월호 304명의 희생이 절대 헛된 것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나는 욕해도 아이들은 욕하지 마라" 

이때 오홍진씨가 말을 거들었다. 오씨는 "청와대 앞에서 피켓을 들고, 단식을 하면서 지나가던 사람들에게 욕도 많이 먹었다"며 "나에 대해 욕하는 것은 얼마든지 참을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을 욕하는 것은 절대로 참을 수가 없다. 내가 실수한 게 있다면 그것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비판을 해도 좋다. 하지만 아이들에 대해서만큼은 욕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을 무렵, 임영애·오홍진 부부는 '좋은 기억' 하나를 떠올렸다.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는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커다란 힘이 될 수도 있다. 누군가 무심코 나누어준 온기는 기억 속에 오랫동안 남아 있곤 한다. 임영애씨는 "홍성여고 학생이 다가와서 '엄마'라고 불러 주었을 때 너무나도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오홍진씨의 기억도 비슷했다.

"지난해 4월 홍성여고에서 학생들과 세월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두 시간 이상 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끝나고 한 학생이 준영이 엄마를 안아주면서 '엄마 힘내세요'라고 말했다. 그 말이 가슴 깊이 파고들었다. 그 이후 보름 정도 여운이 남았던 것 같다. 지금도 홍성여고 앞을 지날 때마다 그때 생각이 난다."

"참사 유가족들이 싸웠기에 그나마 우리사회가 변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6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지금도 여전히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국가와 편견을 상대로 지난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아직도 세월호 참사인가'라며 비아냥거리는 사람들도 생겼다. 하지만 그런 비아냥에 대한 '대답'은 간단 할 수밖에 없다.

사회를 맡은 유해정 활동가는 "대구 지하철 참사 이후 지하철 내부가 불연재로 만들어졌다. 삼풍백화점 참사 이후에는 건물에 대한 안전 의식이 더욱 높아졌다"며 "모두 희생자 유가족들이 싸워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독자들의 마음도 비슷했다. 홍동 주민 정영희씨는 "세월호를 잊고 살다가 빚진 마음으로 북콘서트에 왔다. 일상에 집중하다가 책을 펼쳤는데 첫 장부터 눈물이 났다"며 "많이 울고 나니까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마음도 가다듬게 되었다. 어떤 마음으로 사람을 대해야 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일깨운 계기가 되었다. 아픈 책이기 보다는 나를 일깨우는 책이다"라고 말했다.

태그:#세월호 , #오홍진 , #임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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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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