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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건 무얼까?

아시듯 '벼'입니다. 근데, 이걸 못하는 생명이 있습지요. '인간'입니다. 인간만이 삼라만상의 기본 이치에서 벗어나 천지자연의 조화를 교란하곤 하지요. 뿐만 아니라, 자신은 남보다 우월하다는 특권의식까지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분별을 하지 않고, 본디 그대로의 자연으로 되돌리고자, 가르침과 배움이 뒤따르는 게지요. 그 중 '노자'의 가르침은 새길 만합니다.
 
"훌륭한 사람은 힘을 드러내지 않고, 잘 싸우는 사람은 흥분하지 않으며, 잘 이기는 사람은 적과 정면으로 다투지 않고, 사람을 잘 쓰는 자는 자신의 몸을 겸손하게 낮춘다. 이는 다투지 않는 덕이라 하고, 남의 힘을 이용하는 것이라 하며, 자연의 섭리에 따르는, 지극한 도다.

<善爲士者不武(선위사자불무) 善戰者不怒(선전자불노) 善勝敵者不與(선승적자불여), 善用人者爲之下(선용인자위지하) 是謂不爭之德(시위부쟁지덕), 是謂用人之力(시위용인지력), 是謂配天(시위배천) 古之極(고지극)>" - 노자《도덕경》제68장

"시스템과 매뉴얼만 있고 인간의 온기가 사라진 관계"

시설경비 특성상 인사는 필수입니다. 많은 사람을 만나다보니 다양한 경우와 접합니다. 이를 글로 쓰길 직ㆍ간접적으로 권유한 책이 있었지요. 해남 일지암 법인스님의 <검색의 시대, 사유의 회복>입니다. 먼저, 인간 세상에 대한 법인스님의 '통찰력 넘친 관찰' 감상하시지요.
 
"빌딩 입구에 서 있는 수위 아저씨가 밝은 얼굴로 출근하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어서 오십시오, 아주 좋은 날입니다.' 옆에서 보는 내가 절로 기운이 나고 기분 좋아지는 아침 인사였다. 그런데 시간이 조금 지나자 나는 왠지 모르게 그 자리가 낯설고 어색했다. 그 까닭은 아저씨 혼자 하는 일방적 인사였던 것이다.

출근하는 직원들 대부분이 수위 아저씨의 인사에 고개만 조금 숙일 뿐, 눈을 마주치거나 간단한 인사말조차 건네지 않았다. 표정 없는 마주침이었다. 수위 아저씨와 직원들 사이의 거리가 불과 두서너 발자국인데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나는 시스템과 매뉴얼만 있고 인간의 온기가 사라진 관계를 일상으로 발견한다." (189~190쪽)

이 대목을 읽는 순간, 뒤통수를 망치로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스치듯 지나는 순간의 인사를 보며, 사람 사이 관계 및 소통 부재를 읽어내는 힘이라니! 스님은 한발 더 나아가 "성의 있는 눈길의 마주함과 마음 있는 표정의 부딪침에서 기쁨과 사랑이 발생하는 법인데 사이가 이러하니 교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일침했습니다.

천차만별 인품, 역시 '인사(人事)가 만사(萬事)'?

시설경비 경력 5년. 별 일 참 많습니다. 다음은 신참 때 일입니다. 주말, 검은 차 한 대가 미끄러지듯 다가왔습니다. 대부분 차들이 창문을 열고 인사하며 천천히 오는데 반해, 그 차는 인사는커녕 쓱 지나치려는 중. 차를 잡았지요. 그제야 멈추고, 창문이 열렸습니다. 운전석에서 뾰루뚱하게 내민 얼굴에는 '누가 감히 내 차를 잡아'란 질타가 서려 있었습니다. 이어, 어이없다는 듯한 목소리 터져 나왔습니다.

"나 공장장이요."

헉! 이와 동시에 뒤통수 쪽에서 악 쓰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누가 그 차 잡으랬어!" 아! 어쨌거나 둘의 소릴 들으며 속으로 그랬지요. '창문 열고 서로 인사하며 소통하는 게 예의지, 인간도 아니구먼!' 했습니다. 경비실로 돌아왔더니, 악 쓰던 동료가 난감해하며 씁쓸하게 내뱉은 말이 더 가슴 아팠습니다.

"우리 공장에서 공장장 차 잡은 사람은 당신 밖에 없다. 난리 났다. 조용히 지나가길 바랄 뿐. 어느 공장은 경비가 공장장 차를 잡고 트렁크까지 검문검색한 후 잘렸대!"

인간의 인품은 천차만별입니다. 어느 공장장은 먼저 다가와 "수고 많다!"는 인사, 격려, 회식 등 자애로움이 넘치는 '동반자'입니다. 허나 어떤 공장장은 "검문검색 철저" 등 요구, 지적, 특별 지시가 넘쳐나는 '감시자'입니다. 그릇이 아닌 게지요. 자신만 모를 뿐 구성원들은 다들 알고 있지요. 자연히 드는 생각 하나. 역시 인사(人事)가 만사(萬事).

여기서 살필 게 있습니다. 높은 자리 있을 때 혹은 나이 들면 갖춰야 덕목입니다. '겸손(謙遜)'입니다. 겸손은 자신을 낮추라는 게 아닙니다. 상대를 '무시'하지 않고, '인정'하고 '존중'하며, '대우'하는 것입니다. 아랫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바르게 대하는 게지요.

명심할 건, 겸손 여부에도 대가가 따른다는 사실입니다. 겸손하면 신용과 힘을 얻고, 무시하면 언젠가 불이익을 당하는 게 자연의 이치입니다. 무위자연(無爲自然), 마음 비우고 살아야 할 이유지요.
 
 어느 자리에 있든 자신을 스스로 돌아보고 추스리면 곧 '성인'이지요.
 어느 자리에 있든 자신을 스스로 돌아보고 추스리면 곧 "성인"이지요.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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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에 있었던 재밌으며 가슴 아픈 사연

경비, 재밌고 가슴 아픈 사연도 넘칩니다. 가장 최근 일이지요. 주말 오후, 어느 직원이 자전거를 타고 왔습니다. 헬멧 등 자전거 복장까지 제대로 갖췄습니다. 이 공장에서 처음 대하는 진귀한 풍경에 "멋있게 산다"는 칭찬이 절로 나왔습니다. 그가 웃으며, "사무실에 들렀다 금방 나갈 거"랍디다. 10여분 지났을까. 자전거를 탄 그가 오고 있습니다. 가까이 오자 잘 가라 인사합니다.

"…."

어~ 어~, 이를 어째! 아, 그 난처함이란! 도로 위에서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풍경이 전개됩니다. 그가 자전거 핸들에서 한 손을 떼고, 들어서 인사하는 순간. 퍽~~~. 자전거가 내동댕이쳐지고, 그가 순식간에 여지없이 콘크리트 바닥으로 고꾸라집니다. 그 순간, 고마움과 미안함 및 쪽팔림이란 단어가 함께 겹칩니다.

그가 바닥에서 일어나질 못합니다. 잠시 후 비틀비틀 길옆으로 걸어 나와 털썩 주저앉습니다. 이때서야 충격이 제법 큰 걸 눈치 챕니다. 그에게 다가가며, 넘어진 자리를 확인합니다. 하필, 도로가 움푹 파인 상탭니다. 경비실에서 잠시 쉬어 가길 권합니다. 5분여쯤 지났을까. 정신 차린 그가 몸을 추스립니다.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닙니다. 아~. 잘생긴 얼굴, 광대뼈 주위는 긁혀 피가 납니다. 장갑을 벗자 손바닥에도 피가 납니다. 바지를 올리자 무릎 위에도 상처와 피가 묻었습니다. 좋은 마음으로 낸 소통의 대가치곤 너무 험합니다. 어찌나 미안하고 민망하던지… 그가 자전거를 타고 홀연히 사라집니다. 그 쓸쓸함이란…

인간관계 시작점, '인사'의 중요성과 세 가지 원칙

이렇듯 좋은 마음을 갖고 하는 인사에도 우여곡절이 따릅니다. 하물며 좋은 마음이 아닌 경우엔 어쩌겠습니까! 이는 좋은 마음 내어 인사해야 하는 까닭입니다. 그나저나 세상은 더불어 모두 함께 살아가야 하죠. 이때 중요한 덕목이 '관계'입니다. 인사는 바로 '소중한 인간관계' 시작점입니다. 그래 더욱 중요하지요.

인사를 중시하는 우리네 사회를 온몸으로 겪으면 자연적으로 알게 되지요. 인사는 호의의 표시요, 당신과 잘 지내고 싶다는 의사요, 인간관계의 터전이랄 걸. 이를 알면서도 잘 안되는 게 또한 인사더군요. 인사 하지 않으면 오해가 생길 수 있는데도 쭈뼛쭈뼛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대요. 상호 공존해야 하는 삶에선 스스로 극복해야 할 과제입니다.

인사에도 원칙이 필요하더군요. 첫째, '정도에 맞고 적절해야' 합니다. 친한 사람과 아닌 사람을 구분하는 지표로,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아야 합니다. 둘째, '먼저 보는 사람이' 합니다. 지위나 나이를 떠나 열린사회에서 상호 존중 의미지요. 셋째, '여유'입니다. 여유란 다른 걸 담는 빈 공간으로, 유익한 무언가를 채울 그릇입니다. 이 그릇의 재료가 바로 '배려'와 '겸손'이지요.

인사의 세 가지 원칙을 갖춘 사람이 곧, 공자가 말하던 '통달한 사람' 아닐까!
 
"통달한 사람은 질박하고 정직하고 의를 좋아하며, 남의 말과 표정을 잘 살펴 알고 자기를 낮추는 겸손한 사람이다.

<夫達也者 質直而好義(부달야자 질직이호의) 察言而觀色 慮以下人(찰언이관색 여이하인)>" - 공자 《논어》안연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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