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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옥
 이상옥
ⓒ 이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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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누구의 몸이었다
여기 누워 있는 것이냐

벌써 봄이 가까운데

-이상옥 디카시 '달리다굼'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실감난다. 본지에서도 연화산에 대해 부분적으로 소개한 적이 있지만 고향집 근처의 연화산이 산림청 지정 한국의 100대 명산의 하나라는 사실도 모르고 피상적으로 기술한 것 같다.  

연화산은 경남 고성의 개천면·영현면·마암면(필자의 고향은 마암면이다)에 걸쳐 있는데, 주요 관광지나 국도에서 좀 벗어나 있어서 덜 알려져 있지만 산세가 가파르지 않고 적송, 상수리나무, 전나무, 편백나무의 군락지로 연꽃잎 모양의 산봉우리들이 천년고찰 옥천사를 에워싸고 있는 진귀한 형상의 명산이다.

연화산에도 팔경이 있다 한다. 옥천사 뒷산 매봉에 아침 햇살이 들면 온 산이 거울처럼 보인다 하여 1경으로 응봉초경(鷹峰初景)이다. 연화산 남쪽 봉우리인 물무덤재의 낙조가 봉우리 전체가 발갛게 물들어 낙조가 천하일품이라 하여 2경으로 수등낙조(水嶝落照)이다. 북쪽으로 뻗은 장군봉의 거석이 장관을 이뤘다 하여 3경으로 장군거석(將軍巨石)이다. 칠성각 뒤편 바위가 칠성신의 형상이라 모습을 닮았다 하여 4경으로 칠성기암(七星奇巖)이다.

연대암의 깊은 골짜기에서 피어오르는 연기가 한 폭의 그림 같다 하여 5경으로 연대취연(蓮臺翠煙)이다. 골짜기의 안개가 마치 춤추는 듯하다 해서 6경으로 운암낙하(雲庵落霞)이다. 봄 산이 벚꽃으로 뒤덮여 멀리서 보면 마치 산 전체가 꽃 장식의 다락 같다 해서 7경으로 중춘누화(仲春樓花)이다. 연화산 늦가을 단풍이 절경이라 해서 8경으로 모추풍엽(暮秋楓葉)이다.

연화산의 산행코스도 다양하다. 연화1봉(489m)과 황새고개·적멸보궁·연화산·남산·청련암·옥천사를 거쳐 내려오는 4시간 30분짜리 코스가 가장 길다. 연화1봉과 황새고개·옥천사로 내려오는 3시간짜리 코스(5.3㎞)도 있고, 옥천사로 올라 청련암과 남산·편백숲·황새고개를 거쳐 옥천사로 내려오는 2시간짜리 숲길 탐방 코스도 있다.

요즘 들어 더욱 연화산 마니아가 됐다. 지인들과 함께 연화산도 오르지만 틈만 나면 연화산을 찾는다. 청련암까지 승용차로 가서 그곳에 파킹을 하고는 남산을 거쳐 둘레길로 다시 청련암으로 오면 약 1시간 남짓 가볍게 산행을 할 수도 있어 부담이 없다.
  
필자가 자주 오르는 연화산의 남산.
 필자가 자주 오르는 연화산의 남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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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아래 푸른 잎의 자태를 또렷이 하며 존재감을 과시하는 꽃무릇
 소나무 아래 푸른 잎의 자태를 또렷이 하며 존재감을 과시하는 꽃무릇
ⓒ 이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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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겨울 연화산에 눈 여겨 본 것은 꽃무릇이다. 원래 꽃무릇은 9월부터 10월까지 붉은 색의 꽃을 피워 장관을 이뤄지만 겨울산의 꽃무릇도 일품이다. 모든 초록이 다 져버린 가운데서도 잎이 푸른 자태로 꽃무릇의 존재를 강하게 드러내는 것이 인상적이기 때문이다. 꽃무릇 잎도 5월이면 자취를 감춘다고 하니, 푸른 잎의 자태를 가장 생생하게 볼 수 있는 겨울 꽃무릇은 노송이 우거진 연화산의 화룡점정이 아닌가 한다.    

인용 디카시는 며칠 전 연화산을 오르다 얻은 작품이다. 부엽토를 보면서 갑자기 예수가 회당장인 야이로의 죽은 딸의 손을 잡고 달리다굼이라고 한 말이 불현듯 떠올랐다. 달리다굼은 아람어로 '소녀야 일어나라'라는 뜻이다. 이제 입춘이 지났으니 곧 연화산에도 새 생명들이 기지개를 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디지털카메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하여 찍은 영상과 함께 문자를 한 덩어리의 시로 표현한 것이다.


태그:#디카시, #연화산, #꽃무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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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으며, 베트남 빈롱 소재 구룡대학교 외국인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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