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사라진 딸 이나(허율)를 찾아 헤매는 상원(하정우). 이 부녀는 모르는 진실을 알고 있는 제3의 인물 경훈(김남길). 세 사람의 퇴마 여정이 긴박하게 펼쳐지는 영화 <클로젯>이 지난 5일 개봉하여 관객을 만나고 있다. 

영화가 시작하고 30분쯤 지났을까. 혼돈과 미스터리, 그 안개 속을 걷는 상원과 그를 지켜보는 관객 앞에 불현듯 퇴마사 경훈이 나타난다. 김남길의 예사롭지 않은 등장이 극의 분위기를 확 뒤집는다. 자신의 장점인, 차가운 듯 강렬한 눈빛을 십분 발휘하여 경훈을 연기한 배우 김남길. 그의 인터뷰가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열렸다.
    
<클로젯>은 단순한 공포장르 아냐... "오컬트 휴먼드라마"
 
 영화 <클로젯>의 주연배우 김남길.

영화 <클로젯>의 주연배우 김남길. ⓒ CJ엔터테인먼트


귀신을 전혀 안 무서워하는 퇴마사 경훈. 영화 바깥, '인간' 김남길도 공포물 앞에서 덤덤한지 궁금했다. 질문에 그는 망설임 없이 "나는 무서운 영화를 못 본다"며 확실히 선을 그었다. 이어 그렇게 된(?) 배경 또한 소상히 풀어놓았다. 어릴 때 영화 <오멘>을 본 이후 공포영화를 못 보게 된 건데, "지금도 엘리베이터에 타면 (오멘의 한 장면 때문에) 가운데 자리에 서지 않는다. 언제 뭐가 내려올지 모르잖나"라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초자연적인 현상 혹은 그런 존재를 믿는 편이라는 김남길은 <클로젯>을 찍으면서 "종교적인 성격이 묻어 있으면 보는 분들이 불편할 수 있기 때문에 종교성을 피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극중 퇴마사로서 읊었던 주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벽장 속 악귀와 맞서기 위해 경훈이 외운 주술은 힌두교에서 사용되는 것으로, (뜻을 다 모르더라도) 어감의 뉘앙스에서 섬뜩함을 느꼈다"고 그는 회상했다. 

이렇듯 오싹한 점이 곳곳에 배치된 작품이지만 그는 "이 영화를 단순한 공포물이라고 정의할 순 없다"고 짚고 넘어갔다. 김남길은 "<오멘>처럼 정통성 있는 공포물이 아니라, 결국 사람에 얽힌 모든 사건은 그 원인도 사람에게서 나온다는 걸 보여주는 일종의 '오컬트 휴먼드라마'"라고 소개했다. 

"주술하는 신 촬영할 때 조명감독님과 카메라감독님이 '우린 이 신을, 정서적인 측면을 두드러지게끔 정말 멋지게 찍어보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는 제 얼굴을 요리조리 유심히 살핀 후에 무수히 다른 각도에서 카메라를 갖다대어 보시더라. 그런 식으로 촬영을 한 게 저는 처음이었다. 배우를 따라가는 데 그치지 않고, 배우의 감정을 따라가려 노력한 카메라감독님 덕분에 경훈의 정서까지 드러난 특별한 신이 탄생했다." 

촐랑촐랑 퇴마사... 김남길이 아니면 누가?
 
 영화 <클로젯>의 주연배우 김남길.

영화 <클로젯>의 주연배우 김남길. ⓒ CJ엔터테인먼트


김남길에게 하정우는? 막상 말하기는 힘들 것 같은 이 질문에도 김남길은 시원시원하게 생각을 풀어놓았다. 그는 "내가 사람복이 많은 편이라 생각하는데, 하정우 형도 내게 그걸 느끼게 해준 사람"이라며 "<클로젯>을 촬영할 당시 제가 복합적인 이유로 좀 힘들었는데 연기에 집중할 수 있게 옆에서 힘을 줬던 형"이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하정우 때문에 힘든 적도 없지 않았다. 하정우가 추축이 된 촬영장 분위기는 그가 '이겨내야 할 고난'이었던 것. 김남길은 "촬영 때 다른 건 별로 힘들지 않았는데, 주변의 코믹적인 상황들을 이겨내야 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하소연하며 하정우를 언급하기도 했다.

<검은 사제들>이나 <사바하> 등 퇴마라는 소재를 다루는 영화들이 많았는데, <클로젯>에서 김남길이 보여준 퇴마사는 어딘가 좀 색달랐다. 진지하고 차갑고 무서운 인간상으로 각인돼 있던 퇴마사는, <클로젯>을 본 후 나의 뇌리에서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라는 이미지로 대체됐다. 김남길은 인간적인 매력을 한껏 살려 퇴마사를 연기했는데, 돈 좋아하고 사기꾼 같고 깐족깐족, 촐싹촐싹거린다. 아마도 코믹 연기에 재주가 있는 김남길이 아니었으면 이러한 새 유형의 퇴마사는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 두 작품으로 배우가 완성되진 않아"
 
 영화 <클로젯>의 주연배우 김남길.

영화 <클로젯>의 주연배우 김남길. ⓒ CJ엔터테인먼트


스타의식이 없고 소탈하다고 알려진 김남길은 "나를 알아주는 사람에게 목숨을 바치는 스타일"이라고 자신의 성격을 귀띔했다. 그러나 나를 알아봐주길 기대하거나 원하는 성격은 아니었다. 지난 연말 시상식에서 SBS드라마 <열혈사제>로 연기대상을 거머쥔 그에게 이날 다시 들은 수상소감이 그런 성격을 잘 말해준다.
 
김남길은 "형들이 '상이라는 건 선물 같은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 나도 상에 많은 의미를 안 두려고 한다"며 "원래도 좋은 일이 있어도 좋아하는 걸 자제하는데, 그만큼 안 좋은 일이 있을 때 좋게 생각하고 덤덤히 지내기 위해서"라고 털어놓았다. 그런데 이번 대상은 (평정심을 유지하는 평소와 달리) "불안함이 생기더라"며 "그래서 상 받은 걸 빨리 잊어버리고 싶은 생각이 강하다"고 현재의 심정을 밝혔다.

끝으로 김남길은 배우로서의 소신과 이와 별개로 본인이 연기한 경훈이 가진 소신에 대해 아래처럼 말했다.

"한 두 작품으로 배우가 완성되진 않는다는 걸 이번 작품을 하면서 또 느꼈다. 저의 필모그래피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데, <클로젯>처럼 색다른 작품을 다양하게 해보고 싶다.  

사람이 살면서 큰 슬픔에 빠지지만 그 안에서도 나름 즐겁게 웃기도 하고 그렇게 살아가지 않나. 그렇게 안 살면, 그런 사람들은 못 살 것이다. 경훈도 그렇다. 어머니에 얽힌 비극이 있지만 그렇다고 경훈이 어두운 성격은 아니다. 결론은, 자기의 의지에 따라 앞으로 나아가는 게 삶을 살아가는 최선의 태도라고 생각하고, 이것이 내가 추구하는 인간상이기도 하다. 경훈이란 인물을 통해 내 가치관이 잘 구현된 것 같다."

 
 영화 <클로젯>의 주연배우 김남길.

영화 <클로젯>의 주연배우 김남길. ⓒ CJ엔터테인먼트

클로젯 김남길 하정우 허율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