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 보도 갈무리

워싱턴포스트 보도 갈무리 ⓒ 워싱턴포스트

 
"<기생충>이 자본주의의 모순에 대한 중요한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기생충>의 제작은 자유로운 사회가 예술에 얼마나 필수적인지 가르쳐주는 중요한 교훈이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쓴 것을 "민주주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WP는 10일(현지시간)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과 주연 배우 송강호, 이미경(미국명 미키 리) CJ그룹 부회장이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사실을 언급하면서 "블랙리스트가 계속됐다면 <기생충>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했다.
 
이 매체는 "이명박 정부는 '문화적 힘의 균형'이라는 이름으로 대중의 지지를 차단하기 위해 좌편향 인사들의 목록을 만들어 작성했다"며 "박근혜 정부는 이 블랙리스트를 1만 명으로 확대했다"고 했다.
 
WP는 박근혜 정부의 내부 문건에서 "(봉준호 감독의)<살인의 추억>은 경찰이 부패하고 무능한 것으로 묘사해 경찰에 부정적인 인상을 준다고 평가했다. <괴물>은 반미주의와 정부의 무능을 강조하고 <설국열차>는 시장 경제의 정당성을 부정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송강호는 블랙리스트에 올라 노무현 대통령을 모티브로 한 영화 <변호사>에 출연한 후 작품 출연 제의를 받지 못했으며 이 작품을 제작한 이 부회장은 사퇴 압력을 받았다고 전했다.

2017년 9월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가 발표한 '엠비(MB) 정부 시기의 문화·연예계 정부 비판 세력 퇴출 건'에 따르면 봉준호, 박찬욱, 이창동 감독 등 5개 분야 82명을 퇴출 대상으로 지목됐다. 2014년 작성돼 2017년 10월 발표된 '문예계 내 左(좌)성향 세력 현황 및 고려사항'에 따르면 문제 인물 249명 중 104명의 영화인들이 포함됐다. 이 중에는 봉 감독도 있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직후인 2013년 3월에도 국정원은 "문화예술계 건전화로 '문화융성' 기반 정비" 문건을 작성해 청와대로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송강호, 김혜수 등 594명은 2015년 5월 1일 '세월호 정부 시행령 폐기 촉구 성명'을 발표해 이 리스트에 올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WP는 한국영화가 군사독재 시절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얻을 때까지의 역사를 따른다고 했다. 전두환 독재에서 만연했던 검열이 끝나고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뒤따른 민주주의로 인해서 케이팝과 TV쇼, 영화 등 문화 트렌드가 생겨났다고 했다.
 
이후 1998년 출범한 김대중 정부가 '지원하지만 간섭하지 마라'는 원칙에 따라 소프트파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예술과 문화를 지원하기 위해 국가 예산의 최소 1%를 투입하는 정책을 취했다고 소개했다. 봉 감독에 대해선 "박찬욱과 이창동 같은 영화감독의 출현을 봤다"며 "대학교 시절 만화를 그린 봉 감독은 사회의 불의에 대해 예리하고 풍자적인 시선을 보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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