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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비정규직 폭로 "여기니까 이거라도 주지. 다른데면 주겠냐?" 조롱섞인 자조
고 이재학 피디 판박이 사례 많아…18년된 라디오 진행자도 순식간에 잘려
고인의 별명은 '라꾸라꾸'…편집실에서 숙식하며 하루 종일 일한다는 의미


[이전기사] 27살 이윤재와 38살 이재학... 스스로 목숨 끊은 피디

프리랜서 계약해지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이재학 피디가 일했던 CJB 청주방송 비정규직의 열악한 노동조건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조연출이나 작가 등 청주방송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KBS 등 타 방송사의 1/3 정도의 급여에 불과했다. 설과 추석 등 명절에는 별도의 선물이나 상여금 없었다. 흰 봉투에 담겨진 5만원의 격려금이 전부였다.

청주방송에서 10년 넘게 프리랜서(?)로 일했던 A씨. 그는 낮은 임금보다도 더 서글펐던 것은 설과 추석에 주어지는 5만원이 담긴 봉투였다고 말했다. A씨는 "설과 추석 때가 되면 행정직원이 5만원을 흰 봉투에 담아 비정규직 직원들에게 나눠줬다"며 "이게 상여금인지 격려금인지 설명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5만원 봉투 대신 차라리 3만원어치 선물로 받는 것이 낫겠다고 말하는 직원도 있었다"며 "받을 때마다 모멸감에 비참함을 느꼈다"고 밝혔다.

청주방송에서 프리랜서 작가로 일했던 B씨도 "명절에도 선물 같은 것은 없었다. 단지 5만원 봉투가 전부였다"고 말했다.

1/3 수준 급여에 정규직이 수행하는 잡무까지

지난 4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故 이재학PD. 그의 유족들은 2018년 "내 월급은 못 올려줘도 함께 일하는 프리랜서 급여는 적어도 최저임금 오르는 것만큼 올려달라"며 처우개선 요구를 한 것이 계약해지의 원인이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 이재학 피디가 개선을 요구한 청주방송의 비정규직 처우는 어느 정도 였을까? 청주방송에서 일했던 비정규직 관계자에 따르면 프로그램 메인작가에게 책정된 인건비는 회당 25만원. 청주KBS 프리랜서 작가가 받는 인건비의 1/3에 불과하다.

또 다른 청주방송 전 프리랜서 작가는 "라디오 프로그램의 경우 회당 고료가 5만원에 불과했다"며 "한달 150만원을 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고료만으로 수입이 되지 않아 편성업무를 수행했다. 이는 정규직이 하는 업무였다"며 "다른 비정규직도 마찬가지로 정규직이 하는 업무를 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재학 피디의 별명의 '라꾸라꾸'가 된 이유

 
2012년 청주방송에서 프리랜서로 일하다 입사 10개월만에 과로사한 이윤재씨의 한주간 일과표.
 2012년 청주방송에서 프리랜서로 일하다 입사 10개월만에 과로사한 이윤재씨의 한주간 일과표.


고 이재학 피디의 별명은 '라꾸라꾸'. 고인의 동료들은 이재학 피디가 청주방송 편집실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하루종일 일한다는 의미에서 별명을 '라꾸라꾸'라고 지었다. 장시간 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처지를 표현한 것이다.

이런 상황은 2012년 과로로 사망한 고 이윤재씨의 경우에서 생생히 드러난다. 그가 사망했던 당시는 27세.

그가 기록으로 남긴 2012년 3월 한주간 일과표에 따르면 월요일은 '더빙 및 종편 준비', 화요일은 '종합편집', 수요일은 '방영일/촬영', 목요일은 '촬영', 토요일은 '편집', 일요일 '편집'이다.

일주일 내내 쉬는 없이 밤샘 심야노동으로 혼합돼 있다. 심지어는 36시간 연속 밤샘편집을 하기도 했다.

2012년 1월 15일 일에는 "아! 드디어 스페셜 특집 편집 끝. 이제 잠못자고 밤 새는 건 일도 아닌 듯. 36시간의 밤샘편집과 촬영. 그저 웃지요"라던 고 이윤재씨. 두달 뒤인 3월 22일 SNS에 "일주일만 여행다니며 쉬고 싶다. 푸욱..."이란 글을 마지막으로 27세의 짧은 인생을 마감했다.
 
2018년 18년동안 음악방송을 진행한 길원득씨의 계약해지에 항의해 애청자들이 청주방송 사옥앞에서 피켓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2018년 18년동안 음악방송을 진행한 길원득씨의 계약해지에 항의해 애청자들이 청주방송 사옥앞에서 피켓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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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째 맡아온 프로그램에서 하루 아침에 하차한 길원득씨. 14년간 일해 왔지만 하루아침에 계약 해지를 당한 고 이재학 피디. 청주방송에선 이와 같은 사례가 빈번했다.

가장 많이 알려진 사례는 18년 동안 진행을 맡았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하차 당한 길원득 전 진행자. 2018년 청주방송은 '길원득의 음악앨범' 진행자인 길원득씨에게 계약해지를 전격 통보했다.

길원득 진행자는 지난 2001년부터 최장수 프로그램인 '길원득의 음악앨범'을 맡아 평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진행해왔다. 하지만 정규직이 아닌 프리랜서 신분이었고 별도의 고용계약서 작성 없이18년간 일했다.

당시 길원득 진행자는 당시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편성국 간부로부터 '프로그램 개편과 경영 안정화'를 이유로 30일을 시한으로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노동법상 사용주가 모든 조건을 충족하더라도 정리해고 50일 이전에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프리랜서 신분이다 보니 불과 1개월도 안 남은 상태에서 일방적인 해지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한 애청자는 길원득씨의 계약해지에 대해 "'길원득의 음악앨범'은 단순한 음악방송을 넘어 소시민과 소외된 이웃을 위해 일하는 분들의 목소리를 전하며 지역사회의 공동체 의식을 함양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길DJ의 노력 덕분에 지역에서 동시간대 청취율 1위를 기록한 라디오 방송이었다. 그 흔한 방송작가도 없이 18년 세월 동안 우리 지역 최고의 프로그램을 만들어준 주인공이 이런 식으로 등떠밀리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일부 애청자들은 길 씨의 해고에 항의하며 청주방송 사옥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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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청주방송, #이재학, #이윤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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