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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리 교수의 칼럼 '민주당만 빼고'가 논란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임 교수와 경향신문사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가 '표현의 자유를 해한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취하했습니다. 하지만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오마이뉴스>에 임 교수의 칼럼에 대한 비판글이 들어와 싣습니다.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을 기다립니다.  [편집자말]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가 지난달 29일 <경향신문> 칼럼란에 기고한 글.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가 지난 1월 29일 "경향신문" 칼럼란에 기고한 글.
ⓒ 경향신문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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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에 실렸던 임미리 교수의 칼럼 '민주당만 빼고'를 고발했던 더불어민주당의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과거 정권에서 여론에 재갈을 물리려던 것과 무엇이 다르냐는 항의도 맞다. 민주당은 해서는 안 될 일을 했다. 아무리 콕 짚어 '민주당만 빼'자고 했다고 해도 말이다.

하지만 임미리 교수의 칼럼은 동의하기 어렵다. 3년 전 겨울, 광화문광장에 섰던 수많은 외침을 '개 죽 쑤는 행위'쯤으로 치부해버린 글을 읽으면서 모욕감마저 든다. 죽을 쑨 사람들은 누구고, 죽을 받아먹은 개는 또 누구를 가리키는 것인지, 글에 감춰진 적의가 섬뜩하기까지 하다.

칼럼에서 임미리 교수는 '죽 쒀서 개 줄까' 염려가 현실이 된 증거로 재벌개혁 좌초와 노동여건 악화를 들었다. 지난 대선과 문재인 정부의 임기 초반의 약속이었던 재벌개혁이 빛바랬다는 지적은 일리 있다.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을 스스로 포기한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의 일천함도 당연히 비판받아 마땅한 대상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보다 더 싸우기 힘들다'는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의 인터뷰 한마디를 빌려와서 '(그래서) 민주당만 빼고'라고 주장을 합리화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누가 죽을 쒔고, 개는 누구인가

임미리 교수가 인용한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의 인터뷰는 지난 1월 11일 <경향신문>에 실렸다. 대담 형식의 기사에서 질문자인 기자가 '문재인 정부와 싸우는 게 더 힘들 것 같습니다'라는 질문에 한 전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왜 자신이 가진 힘을 온전하게 쓰지 않는지 도저히 모르겠어요, 문재인 정부와 싸우는 게 훨씬 더 힘들어요"라고 대답했다. 

한 전 위원장은 "노동철학이 빈곤하다"는 말로 문재인 정부 대한 실망을 표출했지만, '이명박·박근혜 정권보다 더 나쁜 노동 정책을 펴고 있다'는 주장은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이 정권이 이런 상황을 아프게 받아들이고 지금이라도 제발 궤도를 수정했으면 좋겠어요"라는 한 전 위원장의 당부가 인터뷰 요지였다.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31일 오후 고 김용균 노동자 문제 해결 촉구 오체투지 행진을 하고 있다.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사진은 지난 1월 31일 오후 고 김용균 노동자 문제 해결 촉구 오체투지 행진을 하고 있는 모습.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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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개혁이 힘을 잃고 노동정책이 뒷걸음질 치는 건 문재인 정부와 여당인 민주당의 친재벌성향이 가장 큰 원인이다. 하지만 재벌개혁과 최저임금 인상을 막고자 국회를 박차고 나가 단식과 거리투쟁을 이어갔던 보수 야당도 당연히 규탄해야 한다. 또 기껏 정치권력 하나 바꿔놓고 '대통령이 이제 다 알아서 하겠지' 하는 무관심과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나라 망하게 생겼다'라는 무지함도 재벌개혁·노동정책을 멈춰 세운 또 다른 요인이기도 했다.

이런 통찰이나 언급이 없이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이 이명박·박근혜 때보다 못하다, 그래서 이번 총선에서는 '민주당 빼고'라고 말하는 건, '민주당보다 차라리 적폐세력 부활이 낫다'라는 궤변으로 호도될 수 있는 위험한 논리다. 

'최악을 피하기 위해 차악의 선택'을 했다는 주장도 문제가 있다. 당선 가능성이 낮은 진보·개혁적 후보에게 투표해서 최악의 후보가 어부지리로 당선되게 하는 것보다 진보·개혁성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당선가능성에 무게를 두자는 주장, 선거 때면 한번쯤 나오는 주장이긴 하다. 

그러나 모든 유권자가 이런 주장에 흔쾌히 동의한 건 아니다. 지난 대선에서 진보 후보를 마음에 두고도 홍준표 후보 당선을 막기 위해 문재인 후보를 선택한 유권자가 없지는 않겠지만, 이 때문에 문재인 후보가 당선됐다고 볼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최악을 피하기 위한 차악의 선택' 때문에 국민이 정치인에게 농락당하고 있다는 주장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한 졸렬한 문장이다. 또 문재인 후보에게 한 표가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던 유권자 입장에서 보면 차악의 선택 주장은 모욕적인 비난이 아닐 수 없다.

임미리 교수는 민주당 고발과 취하 후 언론과 소셜미디어에 본인의 이력이 오르내리자 14일 자신의 이력을 공개했다. 특정 정치인의 싱크탱크 출신이기 때문에 정치적 목적이 있었다는 것으로 판단했다는 민주당의 고발 이유에 항의하는 액션으로 보인다. 

그의 이력을 칼럼 내용과 결부시키는 건 옳지 않다. 과거 한나라당에서 활동했다고 해서, 안철수 캠프의 싱크탱크 출신이라고 해서, 민주당을 비판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 정치지향적이라고 욕할 바도 못된다.

그러나 한나라당 소속 서울시의원 출마, 손학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캠프, 창조한국당 홍보부단장, 안철수 캠프 싱크탱크를 오간 행위는 본인에게는 치열한 삶이였는지 모르지만, 자랑할 건 못된다. 국회의원이 이렇게 당적을 옮겼으면 '정치 철새'라는 손가락질 받기 알맞다. 또 한나라당 소속으로 서울시의원 출마한 것에 대해 선거비용을 대준다기에 출마했다거나, 2013년 당시 안철수 무소속 의원 싱크탱크 '정책네트워크 내일'에 실행위원으로 이름을 올린 걸 두고 '아는 사람 부탁, 캠프에는 나가지 않았다'라는 해명도 무책임하다는 비난이 따를 수밖에 없다.

'# 나도 고발하라'와 '#나도 고발해버릴까' 사이에서
 
무거운 분위기의 민주당 확대간부회의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박주민 최고위원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 무거운 분위기의 민주당 확대간부회의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박주민 최고위원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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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리 교수가 <경향신문>에 연재한 여러 편의 칼럼에는 부당한 노동현실과 불평등에 대한 통찰, 그리고 이를 해결하지 못하는 정치에 대한 분노가 곳곳에서 드러난다. 더러는 무릎을 칠 정도의 혜안이 담긴 글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게 '문재인 때문이다'라는 획일적 글 마무리는 안타깝다. '조국 장관이 공정을 해쳤고, 이를 방치한 문재인 정권은 나쁘다'는 주장은 수없이 반복되지만 '검찰의 권력 지키기가 도를 넘었다, 보수 정치 세력과 언론도 나쁘다'는 사실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그래서 그의 칼럼에서는 검찰을 감싼 보수정당보다 민주당이 나쁘게 읽힌다. 다가올 총선에서 빼야 할 정당은 적폐 부활을 공공연하게 떠벌리는 보수정당이나 일인사당을 추구하는 정당이 아니라, 집권여당인 민주당이라는 맥락이다. 칼럼 '민주당만 빼고'는 그의 인식에서는 당연한 귀결인 셈이다. 

임미리 교수에 대한 민주당의 고발이 있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김경율 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88만원 세대> 공동저자인 박권일 사회평론가는 '#나도 고발하라'며 잇달아 반발 대열에 동참했다. 이 행위 자체를 왈가불가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이들의 '#나도 고발하라' 저항을 진보진영 전체의 목소리인 것처럼 추켜세우는 건 옳지 않아 보인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과 맞물린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 수사, 이를 두고 '반문재인' 목소리를 내야만 옳은 진보라는 등식도 동의하기 어렵다. 진중권 전 교수도, 김경률 집행위원장도 진보 전체를 대변하지는 않는다. 임미리 교수의 '민주당만 빼고'라는 칼럼에 고발로 맞대응한 민주당의 처사는 어처구니없지만, 반문재인 목소리를 내던 인사들이 '민주당을 찍자말자'는 주장에 덩달아 열을 올리는 것은 이 논란에 편승해 그간 자신들의 주장을 합리화는 얄팍한 시도라고 생각한다.

칼럼 '민주당만 빼고'에서 임미리 교수는 촛불혁명을 '개 죽 쑤는 행위'쯤으로 표현했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표를 던진 사람들을 '최악을 피하기 위해 차악의 선택'한, 정치 발전의 천덕꾸러기 정도로 치부했다. 임미리 교수는 자신을 고발한 민주당을 두고 본인과 국민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임미리 교수도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유권자의 선택을 '개 죽 쑤는 행위'로 조롱한 임 교수. '#나도 고발하라'며 임미리 교수의 편에 섰던 인사들의 반대편에서 '#나도 고발해 버릴까' 하는 억한 심정마저 드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는 건, 법의 정의가 검찰과 사법부를 통해 올바로 구현된다는 보장도 없거니와, 고발이라는 행위를 통하지 않고서도 칼럼에 대한 옳고 그름의 판단은 모든 국민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 졸문을 왈가불가해 되레 글의 무게를 실어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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