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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초 할아버지가 되었습니다. 예전부터 생각한 '동화쓰는 할아버지'가 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습니다. 초심으로 돌아가 어린이책을 다시 읽습니다.[기자말]
난 얼마 전에 할아버지가 되었다. 아직 신생아 티를 벗지 못한 손녀 사진을 볼 때마다 이 아이가 어떤 모습으로 자랄지 상상해 본다. 그리고 내가 어떤 할아버지가 될지도 그려본다.

아들을 키울 때도 어떤 아빠가 될지를 고민했던 것 같다. 오래전 별세한 아버지는 내게 너무나 바쁜 가장이었다는 기억만 남겨주었다. 부자지간 둘만의 시간을 보낸 기억도 거의 없다. 그래서 더더욱 아들에게 아빠와의 추억을 남겨주려는 노력을 많이 했었다. 이제 갓 태어난 손녀에게도 기억에 오래 남는 할아버지가 되고 싶다.

추억한다. 혹은 기억한다. 이 두 행위는 대상과 대상의 관계 속에서 생겨나는 결과이다. 그 대상이 꼭 사람이 아니라 동식물이나 사물 혹은 그 대상이 남긴 흔적일 수도 있다. 좋은 추억을 물려주려면 먼저 좋은 인간관계를 맺어야 하지만 좋은 추억으로 기억될만한 흔적도 남겨야 한다.

아들이 결혼을 마음먹었을 때 언젠가 나도 할아버지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은 현실적인 고민이기도 했다. 난 내 후손들에게 무엇을 물려주는 할아버지가 될 것인가 하는.

재산을 물려주는 능력 많은 할아버지? 나는 아니었다. 아들을 전문직으로 키워준 것까지가 나와 아내의 능력이었다. 대신 난 돈보다는 무형의 가치를 물려주고 싶어졌다.

나는 동화를 쓰는 할아버지가 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야기를 들려주고, 글로 쓰고, 책으로도 남기는 동화작가 할아버지. 세상 가치를 나누는 기준이 매우 많겠지만 내게는 그 어떤 가치보다 소중하게 다가왔다.

작가를 꿈꾸다
 
나를 빠지게 한 동화 우리나라 현대 동화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들
▲ 나를 빠지게 한 동화 우리나라 현대 동화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들
ⓒ 강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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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빠지게 한 동화 나온지 오래 되었지만 여전히 독자들의 선택을 받는 작품들
▲ 나를 빠지게 한 동화 나온지 오래 되었지만 여전히 독자들의 선택을 받는 작품들
ⓒ 강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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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결혼 후 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에세이도 쓰고 동화 습작도 쓰고. 간혹 주변에 동화 공부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할 때 공통적인 반응이 있었다. 동화 그까짓 거 단순한 (혹은 유치한) 스토리에 쉬운 (혹은 유치한) 문체로 쓰면 되는 거 아니냐는. 어쩌면 나도 쉽게만 생각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동화들을 찾아 읽으면서 나의 유치했던 생각이 부끄러워졌다. 내가 읽고 좋아한 동화들은 상당히 문학적이었다. 물론 독자가 어린이들이기 때문에 그들이 좋아할 만한 (어른이 읽으면 유치한) 이야기를 다루고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어른이 읽으면 유치하기만 한) 문체로 쓰이긴 했다. 그러나 스토리가 단순하다고 해서 문체가 아이스럽다 해서 작품까지 수준 낮은 건 아니었다.

많은 문학 교과서들이 공통으로 하는 조언이 있다. 좋은 작품을 쓰려면 다른 작가의 작품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나도 동화와 동시를 닥치는 대로 읽었다. 평론이나 어린이 문예 잡지도 읽으며 어린이 문학 흐름에도 조금씩 눈을 뜨게 됐다.

동화도 문학이니만큼 시대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 일본 압제 시절에 쓰인 작품은 민족의식과 자존 의식을 키우는 작품이 많았고, 군사독재 시절의 작품은 '충성'이라든지 '반공'이라는 전체주의적 사고를 키우는 작품이 많았다.

1980년대 들면서 과거에 체제와 이데올로기에 복무했던 어린이 문학 스타일을 반성하면서 역사와 현실이라는 화두가 동화에 접목되었다. 지금은 아이들이 살아가는 현실을 반영하면서 문학 본연의 실험을 다룬 작품들이 많다.

한동안 동화의 목적은 교훈을 담는 것이었다. 부모님 말씀 잘 듣고,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고,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는 그런 교훈. 부모나 선생님이, 때로는 국가가 동화작가에게 그런 주문을 했다. 어른들은 아이라면 이래야 혹은 저래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물론 지금도 그런 동화들이 있긴 하다. 그런 책들이 (책 구매의 권한을 가진) 부모나 교사의 선택을 받긴 하겠지만 실제 독자인 어린이들이 읽으면 어떤 생각이 들까. 내가 어릴 때를 생각해 보면 어리다고 생각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나름의 감수성이 있었고 판단 기준도 있었다. 요즘 어린이들도 그럴 것이다.

그런 면에서 요즘 나오는 많은 동화는 어린이들의 현실과 고민을 잘 담은 것 같다. 어른 문학을 읽는 관점에서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의 작품도 많다. 나는 그런 동화들을 읽으며 동화 창작을 단순하게 생각한 내 모습을 반성했다.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그와 비슷한 작품을 쓸 수 있을까 하는 자괴감까지 들었다.

동화를 쓰고 동화를 읽어주는 할아버지
   
내 서재 어린이 책 위주의 책장도 있다.
▲ 내 서재 어린이 책 위주의 책장도 있다.
ⓒ 강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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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 동화 습작을 하며 여러 동화 공모전에 응모했지만 전혀 소식이 없었다. 동화 아카데미에서 공부도 하고, 예비 작가들과 함께 합평 모임도 하고 있지만, 동화를 쓴다는 게 점점 어렵게만 느껴진다.

손녀가 태어난 계기로 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동화와 동시를 다시 읽으려고. 그리고 어린이 문학을 읽는 김에 좋은 작품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려고 한다. 앞으로 소개할 작품들은 어린이 문학으로서 어린이 독자들의 많은 선택을 받은 작품들이다. 물론 나 같은 어른 독자들이 읽어도 읽는 재미와 문학적 수준을 갖춘 작품들이다.

동화와 동시, 어린이 문학은 어린이 독자를 대상으로 어른 작가가 쓴 작품이다. 때로는 어린이 작가가 쓰기도 한다. 물론 독자가 어른일 때도 많다. 어른이지만 어린이의 마음, 동심을 기억하거나 기억하고 싶은 어른들이 읽는 것이다. 이 글을 보는 독자들에게 이제부터라도 어린이 문학을 읽어 보면 어떨까 하고 초보 할아버지가 권한다.

손녀가 좀 더 자라면 난 손녀를 무릎에 앉히고 손녀가 집어주는 동화나 동시를 읽어줄 것이다. 손녀가 동화나 동시를 통해서 세상을 배우고 세상을 사랑하며 자라기를 바라는 할아버지의 마음으로. 그리고 그 작품을 할아버지가 썼다고 하면 손녀가 화들짝 좋아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강대호 시민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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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후반전을 위해 하프타임을 보내는 50대 남자. 월간문학 등단 수필가이자 동화 공부 중인 작가. 그리고 여러 매체에 글을 연재 중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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