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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28일 오전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경제인 간담회에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2007년 12월 28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경제인 간담회에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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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삼성 그리고 뇌물이라는 단어가 또다시 함께 판결문에 등장했다. 필연이든 악연이든, 지독한 인연이다.

지난 19일 이명박 전 대통령 항소심 재판부(서울고등법원 형사1부, 재판장 정준영, 판사 김세종 송영승)는 그가 기업 등으로부터 뇌물 94억 원을 받았다며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뇌물 인정액 가운데 89억 원의 출처는 삼성이었다.

재판부는 또 1심과 달리 삼성 뇌물 중 38억 원을 제3자 뇌물죄로 인정했다. 삼성 비자금 사건으로 2009년 8월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 원이 확정됐던 이건희 회장은 4개월만에 대통령 특별사면을, 단독으로 받는다. 재판부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9~2011년 자신이 실소유한 자동차부품업체 다스의 미국 소송비 38억 원을 삼성으로부터 받은 대가로 '부정한 청탁'을 들어줬다고 판단했다.

전직 대통령의 흑역사, 삼성의 흑역사

대한민국 대통령들의 퇴임 후는 좀처럼 순탄치 않았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퇴임 후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인물만 전두환·노태우·노무현·이명박·박근혜 다섯 명이다. 수사를 받다 세상을 떠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모두 수의를 입었다. 매번 법원은 이들이 대통령의 막대한 권한을 이용해 기업들로부터 억대 뇌물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그 뇌물 사건마다 삼성이 있었다.

1996년 2월 26일, 하늘색 수의차림의 '피고인' 전두환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에 모습을 드러냈다. 비자금 사건 첫 공판날이었다. 검찰은 그가 35개 기업으로부터 뇌물 2259억5000만 원을 받았다고 했다. 이 가운데 220억 원의 출처는 삼성, 공여자는 이병철 회장이었다. 당시 이병철 회장은 이미 사망한 터라 기소되진 않았으나 판결문에는 그가 전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사실이 남아 있다. 
 
전두환 노태우 유학성 피고인 (서울=연합뉴스) 전두환,노태우 전대통령,유학성 전중앙정보부장(앞줄 오른쪽부터) 피고인이 서울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12.12. 및 5.18사건 선고공판에서 기립해 있다. 1996.8.26
▲ 전두환 노태우 유학성 피고인 전두환, 노태우 전대통령, 유학성 전 중앙정보부장(앞줄 오른쪽부터)이 서울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12.12. 및 5.18사건 선고공판에서 기립해 있다. 1996.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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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들은 검찰 수사를 피할 수 없었다. 똑같은 법정에서 열린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공판에 이건희 회장은 '피고인'으로 섰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삼성에게서 1988~1992년 동안 모두 아홉 번에 걸쳐 250억 원을 받았다고 기소했다. 다만 공소시효 등을 감안해 '뇌물공여자' 이건희 회장의 경우 1990~1992년 총 100억 원을 준 혐의만 적용했다.

이건희 회장은 '대통령 요구에 어쩔 수 없이 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 재판장 김영일, 판사 김용섭 황상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건희로서도 노태우가 기업경영과 관련된 경제정책을 결정하고 금융·세제 등을 운영함에 있어 삼성이 다른 경쟁기업보다 우대를 받거나 불이익이 없도록 선처해달라는 의사를 갖고 금원을 제공했다"라는 이유였다.

다만 재판부는 "포괄적인 선처를 바라는 명목이 있을 뿐"이고 "기업활동 등으로 국가경제발전에 기여한 바가 적지 않은 점, 공익사업과 기부 등으로 사회봉사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해"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고, 1997년 9월 30일 정부는 이건희 회장 이름이 들어간 개천절 특별사면 명단을 국무회의서 의결했다.

할아버지·아버지에 이어... '이재용의 삼성' 운명은

20년 뒤, 이번엔 아들의 아들이 피고인이 됐다. 국정농단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건넸다고 기소했다. 경영권 승계라는 '부정한 청탁'이 또 있었다고 했다. 이 부회장 쪽은 '대통령 요구에 어쩔 수 없이 줬다'고 주장했다. 20년 전 아버지와 똑같았다.

하지만 2019년 8월 2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경영권 승계작업'이라는 부정한 청탁이 존재했다고 판단했다. 강요가 아닌 거래로 본 셈이다. 이후 사건은 현재 서울고법에서 다시 재판 중이다. 공교롭게도 아버지(이건희)의 뇌물사건, 이명박 전 대통령 항소심을 심리했던 서울고법 형사1부가 아들(이재용)의 파기환송심을 맡았다.

전두환과 이병철, 노태우·이명박과 이건희, 박근혜와 이재용. 3대에 걸친 대통령과 삼성의 잘못된 만남은 이번 재판으로 끝날 수 있을까. 최근 이재용 부회장 양형심리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면서 사람들은 재판부를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관련 기사 : 대놓고 이재용 봐주기?... 특검, 재판부 기피신청 할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역시 지난 20일 논평을 내 재판부의 엄정한 심판을 당부했다. 이들은 삼성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뇌물사건에 모두 관여했고, 두 전직 대통령의 재판이 한국 사회에 정경유착 근절, 권력형 비리 방지라는 과제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고법 형사1부는 이 역사적 과제를 지고 있는 재판부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과 아들 이재용 삼성 전무가 21일 밤 여의도 국회에 마련된 고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2009년 8월 22일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과 아들 이재용 삼성 전무가 21일 밤 여의도 국회에 마련된 고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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