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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토록 오래고 그토록 아름다운 이름 어머니> 책 표지
 <그토록 오래고 그토록 아름다운 이름 어머니> 책 표지
ⓒ 문학의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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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어머니를 여읜 신동진 MBC 아나운서가 최근 <그토록 오래고 그토록 아름다운 이름 어머니>란 에세이집을 출간했다. 이 책은 어머니와의 추억을 진솔하게 써 내려간 책이다.

책을 쓰기까지의 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12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신 아나운서를 만났다. 다음은 신 아나운서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최근 <그토록 오래고 그토록 아름다운 이름 어머니>라는 에세이집을 출간하셨잖아요? 기분이 어떠신가요?
"돌아가시자마자 책을 써야 되겠다는 생각이 너무 절실했어요. 구체적인 건 나중에 쓰겠다는 생각이었지만... 한 달 동안은 잠을 자다가도 갑자기 어머니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떠오르면 일어나서 썼어요. 책상에 펜을 두고 잤거든요. 한 달 동안 에피소드 90개를 정리했어요. 그것들을 중심으로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작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진 않았어요. 어머니가 많이 그리운 날 조금 쓰다가, 또 몇 개월이 지나가기도 했죠.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건 지난해 여름 제 글에 관심을 갖는 출판사를 만나면서부터예요.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기억록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일종의 저와의 약속인데, 일단 지킬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건 어머니를 떠올릴 때 가끔 펼쳐볼 수 있잖아요. 이걸 쓰지 않았다면 기억들이 사라질 수 있었을 텐데 일종의 기억저장소란 생각이 들어서 (출간한 걸) 다행이란 생각이 들고 그래요."

- 처음 책 받았을 때 느낌이 어떠셨어요?
"너무 기뻤죠. 사실 작년 겨울에 출판할 계획이었는데... 이왕 내는 책, 조금 더 공들여서 제작하자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일러스트를 좀 많이 넣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좀 늦어져서 2월에 나오게 된 거죠."

- 주위 반응은 어때요?
"별로 말을 한 하더라고요(웃음). 책이 약간 무겁게 느껴지나 봐요. 저는 되게 진솔하게 썼거든요. 책을 보면 우리 어머니께서 옛날에 되게 힘들게 가정을 꾸렸다는 것, 그리고 자정미사 에피소드에도 (어머니가) 그렇게 힘들게 생활하셨던 걸 (제가) 몰랐다는 내용이 나와요. 저는 거의 일기장을 보여주는 느낌이거든요. 그러나 부끄럽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진솔하게 썼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독자들에게는 무겁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우리 아나운서들에게는 거의 다 나눠줬는데, 저의 아픈 상처라고 생각을 해서 그런지 책 내용에 대해선 딱 두 명이 같은 질문 하더라고요.

저는 이 책을 보고 동료나 독자들이 저와 어머니가 예쁘고 따뜻했고 서로 많이 아꼈구나를 느꼈으면 해요. 책을 보면서 훈훈함을 느끼고 보는 이들도 자신의 가족을 생각하고 '나도 내 부모님과 자신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겠다'란 생각을 하며 읽었으면 좋겠어요."

- 손석희 JTBC 사장이 추천사를 썼던데.
"여러 가지로 좀 바쁘셨을 텐데 감사하죠. 제가 맨 처음에 부탁드린 게 12월 초거든요. 그때는 JTBC <뉴스룸> 진행을 하고 있을 때였죠. 저에게 추천사를 보내 주신 게 1월이었어요. 그땐 JTBC <뉴스룸> 앵커에서 내려오신 다음이죠, 한두 달 동안에 이런저런 좀 변화들이 있으셨고 바쁘셨을 거 같아요. 그런데도 제 책도 읽어 주시고 추천서를 써 주신 게 한편으론 되게 미안하고 되게 고맙고 그랬죠. 지난주에 직접 책 갖다 드렸어요."

- 저자의 말에서 '갑작스레 어머니를 잃고 황망한 마음 가눌 길 없어 책 쓰기로 마음먹었다'라고 하셨잖아요. 그 당시 심경이 어떠셨어요?
"제가 어머니하고 10년 동안 하루도 안 빠지고 통화했잖어요. 주말에도 했고 평일에는 퇴근길에 늘 전화했었어요. 제가 외국으로 떠날 때면 어머니께서 '너 외국에 나가면 난 어떡하니'라고 말씀하신 걸 한 번 들은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외국 출장도 외국 간다는 얘기 안 하고 갔었거든요. 제가 한 6시 즈음까지 전화를 안 하면 어머니가 전화하시는 거예요. 제가 안 하면 어머니께서 하시는 걸 알죠. 근데 통화는 2~3분 정도로 짧아요. '식사하셨냐'나 '오늘 뭐 컨디션은 괜찮으시냐'나 '오늘 바람 좀 쐬 있었냐'란 그 정도 통화하고 끝나는 거죠. 하지만 어머니는 그때 몸도 마음도 많이 약해진 상태였어요. 그래서 제 목소리를 듣는 게 홍삼이나 비타민 같은 거였어요. 제가 그걸 알기 때문에, 전화는 제가 매일 해야 되는 일과 중 하나였죠.

돌아가신 날 저녁 6시 반쯤에 통화를 했는데 '사레 들린 거 같으니까 이따 전화할게'라고 하시더라고요. 전 사레는 가끔 겪는 것이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하고 약속 장소에서 사람들과 식사를 하고 나왔어요. 근데 큰누나한테 부재중 전화가 와 있는 거예요. 큰누나에게 전화하니까, 어머니가 지금 심폐소생술 마지막 30분을 받고 계신데 의사 말로는 이게 마지막이고 여기서 못 깨어나시면 더 이상 가망이 없다고 했대요. 이건 청천벽력 같은 얘기잖아요."
 
 신동진 MBC 아나운서
 신동진 MBC 아나운서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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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이 놀라셨겠어요?
"운전을 해서 병원응급실로 가는데 뭔가 큰일이 터질 것 같은 거죠. 2008년 아버지께서 요양원에서 돌아가셨는데 당시 원장 선생님이 밤 11시에 저한테 빨리 와야 될 것 같다고 전화를 한 거예요. 근데 출발 후 10분 만에 이제 천천히 와도 된다고 전화 왔어요. 돌아가신 거죠. 그때 느낌이 또 온 거예요. 그렇게 어머니 임종도 못 지켰으니, 이대로 떠나보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돌아가신 어머니 모습을 처음 뵈었을 때 어떠셨어요? 안 믿어졌을 것 같은데.
"안 믿어졌지만 현실이었죠. 응급실 커튼을 젖혔는데 이미 돌아가신 거예요. 심폐소생술까지 다 하셔서 입가에 피도 조금 흘리고 계셨고요. 두세 시간 전에 저와 통화하시고 식사도 하셨던 분이 돌아가신 거죠. 그때 그 심정은 뭐라고 말 못 할 정도었어요."

- 13챕터로 구성하셨던데 이렇게 한 이유가 있을까요?
"꼭 13개를 해야겠다고 한 건 아니고, 일단은 이게 에피소드잖아요. 처음 에피소드 목록을 적을 때 연대순으로 한 게 아니라 생각나는 것만 적은 거였어요. 이후에 조합을 해야 하다보니, 어머니 돌아가시던 날을 첫 장으로 하고 그 다음에는 어릴 때부터 순서 대로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그 다음에 대학교와 군대, 아나운서 시절에 대해 썼어요. 그 다음에 그동안에 제가 그전에 끄적였던 글 중에서 어머니 살아 계실 때 썼던 걸 넣었어요. MBC 관련된 글도 넣고 싶었고, 또 학위를 TV토론으로 받았으니까 지난 대선 TV 토론에 대해서 썼던 글도 넣었어요."

- 책에 어머니 핸드폰 해지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던데.
"아직 (해지) 못했어요. 한 달에 기본요금이 만 원밖에 안 나와요. 그리고 꺼진 상태로 있어요. 번호가 아직도 017이에요. 회사에서 받은 핸드폰이에요. 저랑 그 당시에 통화했던 게 저장돼 있다보니... 아직도 해지를 못했어요."

- 어린 시절 산수 점수가 안 나와 어머니께 혼난 이야기도 책에 있던데.
"어머니 기대치보다 (성적이) 낮았던 모양이에요. 당시는 아버지 사업실패로 우리가 영등포로 이사 왔을 때인데... 힘들게 생활하고 있는데 제가 공부도 제대로 못 하니까  순간 어머니가 폭발하셨던 거죠. 우리 집이 되게 힘들었어요."

- 책 쓰기 위해 정리하며 새롭게 느낀 부분도 있었을 것 같아요.
"한 에피소드를 어떤 식으로 쓸까 고민하면서 잊고 있었던 것 중 다시 기억 난 것도 있었고요. 다 그랬던 건 아니지만 어떤 때는 쓰다가 다시 감정이 뜨거워질 때가 있더라고요. 카페에서 핸드폰으로 썼어요. 그리고 그걸 출판사 쪽의 편집자에 보내 모아서 시작한 거예요. 카페에 들어가면 사람이 눈이 안 띄는 구석자리 앉거든요. 2~3시간 후에 한 번 작업하고 그랬는데 하다 보면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고요. 카페 주인이 볼 때는 웬 아저씨가 와서 핸드폰 누르면서 질질 짜나 했겠죠. 같은 카페를 또 여러 번 갔거든요."

- 어머니가 가장 기억날 때는 언제예요?
"어머니와 크리스마스 자정 미사를 많이 갔어요. 그래서 크리스마스 저녁이 되면 어머니와 같이 갔던 때가 기억나죠. 지나가다 성당들을 보면 어머니 생각나요. 가족끼리 돗자리 하나 가지고 당산동 양화대교 밑에 가서 쉬다가 오고 했거든요. 거긴 군대 제대하고 어머니와 이야기 나누고 했던 장소예요. 옛날에 같이 살던 동네를 보면 (어머니) 생각이 나죠."

- 신 아나운서에게 어머니는 어떤 분인가요?
"어머니는 저에게 성모 마리아님이에요. 성모 마리아상이 집에도 있는데 늘 나오기 전에 오늘 하루도 잘 지내고 오겠다고 인사를 하고 나와요. 성모마리아 상이 있고 그 옆에 (어머니의) 위패가 있어요. 위패엔 어머니 쓰시던 묵주를 걸어 놓았어요. 성모 마리아님 상을 보면 제가 잘 되거나 아니면 우울한 일이 있거나 기쁘거나 슬프거나 한들 한결같이 그 자리에 주셨는데 어머니가 늘 그런 존재였어요. 제가 기쁘거나 슬프거나 잘 되거나 잘못 되거나 늘 한결같이 그 자리에 계셔 주셨죠.

어머니는 그렇게 절 기다려 주셨어요. 굉장히 애가 타고 힘드실 때도 많으셨을 텐데 그런 걸 겉으로 표현 안 하시고 기다려 주시고 많이 감내해 주셨어요. 너무 감사드리고 그런 것도 상모 마리아 님하고 너무 비슷하죠. 가족을 위해서 헌신하고 자신의 기능들이 다 떨어질 때까지 헌신하고 했던 게 마치 예수님이나 비슷하죠. 어머니는 한 가정을 정말 온몸으로 지켜내려고 했던 그런 분이죠."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나요?
"어머니가 지금 하늘나라에서 편하게 안식을 취하시면 좋겠고, 제가 나중에 죽은 다음에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머니가 제가 이 책을 쓰고 책이 나왔다는 사실을 아셔서 기뻐하시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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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너뷰'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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