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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저녁 2명의 코로나19 사망자가 발생한 경북 청도군 청도대남병원에 불이 켜져 있다.
▲ 불 켜진 청도 대남병원 22일 저녁 2명의 코로나19 사망자가 발생한 경북 청도군 청도대남병원에 불이 켜져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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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사망한 7명 중 5명이 청도대남병원 폐쇄병동 환자다. 또 청도대남병원 코로나19 확진환자 103명 중에서 101명(24일 현재)도 정신과 폐쇄병동에서 나왔다. 청도대남병원 의료진 9명도 확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오후 브리핑에서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대부분의 환자와 종사자들은 (대남병원) 정신병동에서 나온 상황이어서 폐쇄병동의 밀접한 접촉의 형태, 환기의 부족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경북 청도군 청도대남병원은 23일 격리치료병원으로 전환돼 국내에서 처음으로 코호트 격리 조치에 들어갔다. 코호트 격리란 질병을 막고자 특정 질환에 노출된 사람을 동일 집단으로 묶어 격리하는 조치다.

오마이뉴스가 24일 오전 전화로 접촉한 의료 전문가들은 코호트 격리에 대해 "오히려 청도대남병원에서 사망자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라고 우려했다. 나아가 청도대남병원처럼 비슷한 환경의 폐쇄병동을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도대남병원 환자들, 다른 병원으로 이송시켜야"

우선, 전문가들은 청도대남병원이 코호트 격리를 할만한 환경이 안 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청도대남병원 폐쇄병동은 창문이 작고 잘 열리지 않기 때문에 환기가 되지 않아 균이 증식하기 쉽고, 온돌방 구조로 다인실이 이어져있어 감염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이영렬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이사(전 국립부곡병원장)는 "대남병원에서 추가 사망자가 계속 나오고 있다"며 "그런데 전염병이 돌아 사망자가 발생한 바로 그 장소에서 격리돼 계속 치료를 받으라고 한다. 대남병원의 현재 상황은 마치 일본의 크루즈선 같다"라고 주장했다.
 
22일 전국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사망자 2명을 포함 다수의 확진자가 나온 경북 청도군에 위치한 청도대남병원 주위를 방역차가 소독하고 있다.
 22일 전국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사망자 2명을 포함 다수의 확진자가 나온 경북 청도군에 위치한 청도대남병원 주위를 방역차가 소독하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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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청도대남병원만이 아니라 한국의 많은 정신병동들이 비슷한 구조로 이루어져있어 점검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영렬 이사는 "대남병원에서 환자가 발생한 첫날부터 보건복지부 등에 대구·경북 지역만이라도 감염 취약계층과 강제입원 환자들에 대한 대책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라며 "지금이라도 당장 확진자들을 이송시켜서 제대로 치료를 받게 해줘야 한다. 일단 대남병원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한 뒤 다시 돌려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구·경북권에 열악한 병원이 대남병원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 비슷하다. 당장 대구 도심에도 병원이 많다. 다른 병원에 대한 전수 조사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탈리아의 정신병원 개혁 사례를 책으로 펴낸 백재중 녹색병원 호흡기내과 과장도 24일 오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중대본의 '코호트 격리' 조치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이미 바이러스가 퍼진 폐쇄되고 밀집된 공간에서 코호트 격리를 하는 건 사태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백 부원장은 "이미 균이 노출된 환경이 경증 환자를 중증 환자로 만들고 있다. 대남병원에서 이미 사망자가 많이 나왔는데 앞으로 몇 명이나 더 사망할지 모른다"며 "이미 대남병원 안에서만 사망률이 우한의 사망률을 넘어섰다. 환자들을 다른 병원으로 이송시키고 정부 차원에서 특별대책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백 부원장은 "장기적으로 이 사태가 끝나고 나면 정신병원의 입원 환경을 재점검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형태의 밀폐된 정신병원은 모두 없애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태그:#청도대남병원, #코로나19, #정신장애, #코호트격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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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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