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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새로 창제된 훈민정음을 왕의 명령으로 정인지 등 집현전 학사들이 중심이 되어 세종 28년(1446)에 만든 한문해설서이다. 책이름을 글자이름인 훈민정음과 똑같이 ‘훈민정음’이라고도 하고, 해례가 붙어 있어서 ‘훈민정음 해례본’또는 ‘훈민정음 원본’이라고도 한다. 전권 33장 1책의 목판본이나, 앞 2장은 1940년경에 복원된 부분이다.
▲ 훈민정음 이 책은 새로 창제된 훈민정음을 왕의 명령으로 정인지 등 집현전 학사들이 중심이 되어 세종 28년(1446)에 만든 한문해설서이다. 책이름을 글자이름인 훈민정음과 똑같이 ‘훈민정음’이라고도 하고, 해례가 붙어 있어서 ‘훈민정음 해례본’또는 ‘훈민정음 원본’이라고도 한다. 전권 33장 1책의 목판본이나, 앞 2장은 1940년경에 복원된 부분이다.
ⓒ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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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 전(2017년) 통계청이 발명의 날(5월 19일)을 맞아 페이스북 이용자를 대상으로 '우리나라를 빛낸 발명품 10선'을 뽑았다.

조사는 특허청 전문가 그룹이 사전에 선정한 발명품 25가지를 제시하고, 1인당 3개씩을 추천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페이스북 이용자 570명이 조사에 참여했고, 유효응답수는 1,694개였다.

훈민정음은 이번 조사에서 전체 유효응답의 32.8%를 얻어 최고의 발명품으로 꼽혔다. 응답자들은 훈민정음을 최고의 발명품으로 꼽은 이유에 대해 "세종대왕과 신하ㆍ국민이 함께 만든 상생의 이모티콘이다. 한국인의 자부심과 긍지가 느껴지는 최고의 발명품이다."라는 등의 의견을 밝혔다. 훈민정음에 이어 2, 3위로 꼽힌 발명품은 거북선(10.8%)과 금속활자(14.7%)였다.(주석 1)


훈민정음은 우리 민족 최고의 발명품임과 동시에 겨레의 정체성과 동질성을 일깨워주는 상징이며 문화유산이고 현재와 미래의 가치다. 유엔 산하 유네스코는 1990년부터 해마다 문맹 퇴치에 공이 많은 개인이나 단체에 '세종대왕상'을 주고, 1997년에는 훈민정음 해례본과 세종대왕의 공포문 그리고 집현전 학자들의 해설 및 해례를 세계기록 유산으로 지정하였다.

몇 해 지난 일이지만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세계 각국의 언어를 분석한 결과 합리성, 과학성, 독창성을 기준으로 선정한 문자 순위에서 한글이 1위를 차지했다. 일본인으로 『한글의 탄생』을 쓴 디자인 연구가 노마 히데끼는 한글 지형의 과학적 조형성을 극찬하면서 한글을 "세계문자 역사의 기적"이라며 "세계적인 보물"이라고 찬탄했다.

573년 전에 만들어진 한글은 "컴퓨터나 휴대전화 문자입력에서 한자나 일본어보다 7배 가량 빨라 중국과 일본에 대한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일조한다. 문자입력 속도는 정보검색과 전송 속도를 결정하며, 이 속도는 지식정보와 시대의 개인과 기업, 나아가 국가 경쟁력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주석 2)

  
시민들이 장미꽃으로 만들 글자 '한글 사랑해'
 시민들이 장미꽃으로 만들 글자 "한글 사랑해"
ⓒ 김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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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시경 선생은 "말(언어)이 오르면 나라도 오르고 말이 내리면 나라도 내린다"고 말하였다. 한국어와 한글로 제작된 영화ㆍ드라마 문학ㆍ음악(K팝) 등이 국제무대에서 세계인들의 관심을 모으고, 한국의 국력이 신장되면서 한글이 다시 떠오르는 상승작용을 하고 있다.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K팝을 듣고 한국어(한글)를 배우려는 외국인이 급증하는 추세이다.

그런데 문제는 나라 안의 또 다른 사정이다. 외국어 특히 영어에 대한 광풍이 사그러들기는 커녕 날이 갈수록 심화되어 가고 있는 현상이다. 도심의 웬만한 간판은 영어투성이고 신문 등 활자 매체는 제목부터 영어나 영문 약자를 공공연히 사용한다. 초등학생부터 대학졸업생까지 영어공부에 매달리고, 각급 시험에서도 영어는 빠지지 않는다. 국제화시대에 영어는 배워야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처럼 성장기의 중요한 시기에 외국어를 전력투구하는 나라는 유례를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영어를 공용어로 하자는 '현대판 최만리'들이 적지않고, 일부 상류층 가정에서는 영어를 거의 상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각종 연구논문에는 영어로 약술하는 것이 일반화되었고, '원서'라면 "원래의 판본"을 말할진대, '영어로 된 교재'를 일컫게 되었다. 왕조시대의 한자상용, 일제강점기의 일본어 상용에 이어 지금 영어가 우리말과 우리글을 심각하게 침식하고 있다. 앞의 두 경우 못지 않는 위기상태이다.

영어사용이 세계적인 추세에서 이참에 아예 영어를 공용어로 택하자는 자들도 적지 않다. 일제강점기에 한국어와 한글을 쓰지 말고 일본어를 상용하자고 총독부에 건의하고 일어를 상용하는 무리들이 있었다. 영어상용론자들은 그들의 정신적 후예들이다. 이들은 영어상용국가들은 모두 선진국이 되고 있다면서도 인도나 필리핀 등은 열거하지 않는다.
  
영어 '픽 업' 곁에 한글로 "제품 받는 곳"이라 적은 곳이 있어요. 이 말씨는 아이들이 바로 알아보았습니다. 이렇게 마음을 쓰는 곳이 늘면 좋겠습니다.
 영어 "픽 업" 곁에 한글로 "제품 받는 곳"이라 적은 곳이 있어요. 이 말씨는 아이들이 바로 알아보았습니다. 이렇게 마음을 쓰는 곳이 늘면 좋겠습니다.
ⓒ 최종규/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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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에 중독되어서인지 최근에는 영어식 작명까지 유행하고 있다. 말리(茉莉), 수지(秀志), 리나(莉那), 지오(智奧), 난시(蘭詩)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렵다. 연예인, 가수들 중에서 특히 심한 것 같다.

한글은 우리 선열들이 피와 땀을 더러는 생명까지 바쳐 지키고 연구하고 보급해온 민족의 보물이고 자산이다. 해방 70년이 더 지났는데도 여전히 왜색용어가 남발한다.

20대 국회말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에서 조롱을 의미하는 '야지', 견제라는 뜻의 '겐세이', 분배라는 의미인 '분빠이' 등 일본어를 잇따라 사용하여 왜색용어의 왕성함을 보여주었다. 왜색용어와 무분별한 영어광풍과 정부 공공기관, 자치단체 그리고 언론기관에서 외래어를 남발하고 있는 등, 지금은 한글의 역사상 가장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알작지 해안을 알리는 글씨판, 한글은 없고 영어만 커다랗게 써 놓았다.
▲ 알작지 해안 3 알작지 해안을 알리는 글씨판, 한글은 없고 영어만 커다랗게 써 놓았다.
ⓒ 이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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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분단 70년이 지나면서 남북간의 이질화된 언어의 문제도 심각한 국면이다. '언어 민족주의'를 마치 낡은 내셔널리즘으로 배척할 것이 아니라, '민족언어'가 사라지면 그 민족(종족)도 자취를 감추게 된다는 경우를 안다면, 남북문제를 이데올로기나 정치ㆍ군사문제 이전에 언어 문제도 심각하다는 점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한말 격변기부터 일제강점 초기 민족수난의 시대에 언론인ㆍ계몽운동가ㆍ교육자ㆍ국어학자로서 '국어연구의 선구자'로 평가되는 주시경 선생과 그의 제자들이 있었기에 한글ㆍ국어가 지켜질 수 있었고 널리 보급되어 오늘에 이른다.

남북에서 함께 존경받는 독립운동가들이 있다. 안중근ㆍ홍범도ㆍ신채호 등이다. 여기에 주시경도 못지 않다. 주시경 선생의 제자로서 해방 후 북쪽으로 간 한글 학자인 김두봉과 이극로 등의 역할 때문이다. 이들이 있었기에 북한에서는 분단 초기부터 한글이 전용되었다.


주석
1> 『경향신문』, 2017년 5월 19일치.
2> 신승일, 「홍익 한글과 한류」, 『한겨레』, 2006년 6월 19일치.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한글운동의 선구자 한힌샘 주시경선생‘]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태그:#한힌샘, #한힌샘_주시경, #한글, #영어광풍, #훈민정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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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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