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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오전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격리병상이 마련된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밤샘 근무를 마친 의료진이 서로를 격려해주고 있다.
▲ "오늘도 수고했어" 지난 28일 오전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격리병상이 마련된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밤샘 근무를 마친 의료진이 서로를 격려해주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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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0일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환자가 발생하고 한 달여가 지났다. 대구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건 2월 18일, 코로나19 31번째 확진자였다. 거의 2주가 지난 현재(29일 오전 9시), 확진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2931명을 기록했다. 그중 대구경북의 환자가 2055명이다.

대구경북 지역은 그야말로 패닉 상태다. '마스크 대란'에 병상 부족은 물론이고, 유증상자임에도 자가격리 상태에서 치료를 받지 못한 70대 환자가 세상을 떠나는 일까지 발생했다.

불안감에, 공포에, 불확실함에 몸서리치며 떤다. 이런 일상에서도 사람은 결국 사람인가 보다. 상황이 엄혹한데도 누군가의 어려움과 수고가 눈에 들어오고, 미안함과 고마움에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이 희망이다'라는 이젠 좀 식상한 말이 절로 떠오르며 어느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며칠째 라면만"... 이 말이 '선한 마음'을 움직였다

대구 서구 달성고등학교의 한 선생님은 코로나19 관련 기사를 보던 중 유난히 한 기사에 시선이 쏠렸다. 환자와 접촉해 격리조치된 경북대병원 인턴 의사 13명이 '무증상 인턴을 격리해제하고 진료업무에 복귀시켜달라'고 요청한 것.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응급실 과장은 "며칠째 라면만 먹고 일하는 중인데, 인턴들의 문자를 보고 힘이 솟고 가슴이 찡했다"고 한다. 

대구 달성고의 한 선생님은 이 기사를 읽으며 젊은 의사들의 마음도 예뻤지만, "며칠째 라면만 먹고 일하는 중"이라는 응급실 과장의 말이 계속 마음에 남았다고 한다. 그래서 동료 선생님들이 모인 카톡방(메신저 단체대화방)에 기사를 공유한 뒤 경북대병원 응급실로 간단한 간식거리라도 보내면 어떨까 하는 의견을 제시했다. 동료 선생님들 역시 '좋은 생각'이라면서 흔쾌히 동참했다.

선생님들은 어떤 먹거리를 보낼까 고민하다 끼니도 되고 먹기도 간편한 떡과 샌드위치를 떠올렸다. 당장 인터넷으로 적당한 업체를 검색해 세미나 등 병원 행사에 샌드위치 공급 경험이 있던 가게를 찾아냈다. 바로 그 가게로 연락해 응급실 배달이 가능한지 문의했다. 샌드위치 가게 주인은 응급실 배달이 가능한 퀵서비스 업체를 찾았다. 선생님들은 바로 준비에 착수했다. 응원의 글도 적었다.

"코로나19로 힘드실 응급실 의료진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드립니다. 의료인력도 몹시 부족하고 계속 라면만 드신다는 기사를 보고 너무 안타깝고 또 감사했습니다. 부족하지만 샌드위치로 저희의 마음을 전합니다. 틈나실 때 맛나게 드셔주세요. 정말 감사합니다. 응원합니다!" - 대구 사는 친구들
   
고생하시는 의료진들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 대구달성고등학교 선생님들이 마련한 샌드위치 고생하시는 의료진들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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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선생님들은 먹기 좋게 반으로 나눠 포장한 샌드위치 60여 개를 경북대 응급실로 보냈다. 퀵서비스 기사분을 통해 "무사히 전달했다"는 연락까지 받고 상황은 종료됐다.

선한 마음은 저절로 번지는 걸까. 이 이야기를 들은 또 다른 선생님은 자신이 다니는 성당모임 분들과 함께 떡과 음료 200인분을 마련해 대구 수성구 보건소로 보냈다. 잠시 뒤 "진짜 감사하다"라는 보건소 관계자의 감사 전화를 받고 뿌듯함이 일었지만, 되레 미안함과 고마움이 더 커졌다고 한다.

"힘들지만 묵묵히 일하시고 계시는 여러분~ 지금 이 힘든 시기에 최선을 다하고 계시는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를 드립니다. 힘드시죠? 여러분의 외롭고 쓸쓸한 사투 잊지 않겠습니다. 기도로 응원합니다." - 가톨릭 신자 모임
 
의료진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 가톨릭신자모임에서 준비한 떡과 음료 의료진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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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가 서로에게 힘을, 위로를 주다

이번 일에 동참한 한 선생님에게 소감을 물었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확진자 수와 신천지와 관련한 안 좋은 기사, 서로 비방하는 댓글 같은 것들을 보면서 스트레스도 받고 걱정도 되고 우울했어요. 그런데 어려운 와중에도 젊은 인턴 의사들이 현장에 돌아가겠다고 하는 기사, '의료진이 부족하다'는 대구시의사협회장의 호소에 전국 250여 명의 의사들과 자원봉사자들이 대구로 향했다는 기사를 봤어요. 별로 한 건 없지만, 이 상황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탰다는 생각이 들어서 서로 위로가 됐고, 기분이 좋아졌어요."

현장의 이런저런 소리를 들어보면, 최전선에서 고생하시는 의료진들의 수고와 열악한 환경이 전해지면서 현재 기부 물품 관련 등의 문의전화가 폭주해 되려 현장 업무를 어렵게 하는 상황도 있는 것 같다. 그러니 택배 발송 연락처에만 기재하고 가급적 전화는 하지 않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있다.

또한 현장에 있는 분들의 말로는 간식, 식사대체용품, 물, 비접촉체온계, 방호복, 마스크(KN95, KF94, KF80) 등이 부족하다고 한다. 혹시 도움을 주실 분들은 참고하길 바란다고. 현재 대구에는 군의관, 공중보건의사들이 전국에서 파견돼 현장에서 사력을 다하고 있다. 한편으로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는 이들을 위한 후원을 받고 있기도 하다.

아픈 사람, 그 아픈 사람을 지키는 사람, 그 지키는 사람을 돌봐주는 사람, 모두 각자 다른 크기의 어려움을 짊어지고 있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뜻밖의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위로를 할 수 있고 무엇에 위안을 받을 수 있을까.

분명한 것은 어려움 앞에서 날을 세워 분노하기보다 서로를 돌봐주고 위로를 전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이 일은 결국 우리 마음에 위안으로 돌아온다. 서로가 서로에게 전하는 온기가 절실한 요즘이다.

태그:#코로나19, #의료진들을응원합니다, #PRAYFORMEDICALSTAFF, #힘내라대구경북, #힘내라질병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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