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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기타를 메며, 지난 봄 벗꽃앞에서
▲ 싱어송라이터 신경우 통기타를 메며, 지난 봄 벗꽃앞에서
ⓒ 오홍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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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가다 보면 나오고, 또 가다 보면 나오는 게 길이죠. 그게 20대인 것 같아요.(웃음)"

싱어송라이터의 길을 걷는 신경우는 범상치 않다. 이런 소리를 벌써 하다니 그만큼 어리지만, 어리지 않는 신경우씨. 신경우는 중학교 2학년 시절에 가수가 되고 싶어 친구들과 밴드를 만들었다. 과연 15살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울 것 없다던 나이라고 했다.

경우씨는 중학교 시절 공연 한 번 해보겠다며 사업 계획서(일단은 사업계획서라 치고)를 들고 지역(음성) 멘토링 사업단에 문을 두드렸단다. 이 행동의 결과는 사업단에 구성된 이들에게 자신의 절심함에 대한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서다. 분명 당시의 나이를 떠올려 봐도 또래의 아이들과 여울려 게임이나, 공놀이 등이 더 어울릴 것 같은 나이인데도 진정... 당찼다. 경우씨에게 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용기'와 '자신감' 그리고 당돌함까지 세 가지다. 결국, 인생 최고의 잊지 못한 해를 보냈다며 회상하던 경우 씨는 "음악의 길로 가겠다고 마음을 굳혔다"라고 했다.

최근 싱어송라이터 경우씨를 만나기 위해 그가 사는 동네 인근 한 카페를 찾았다. 올해 나이 25살, 짧은 인사와 함께 이야기는 중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랐다. 게임보다, 축구보다 기타치는 것을 더 좋아했다는 경우씨는 중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기타를 만졌단다.

직접 가사를 적어가며, 노래도 불렀다. 하루하루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한 가지 일에 몰두한 인간에게는 분명 누군가로부터 관심의 대상이 된다. 경우씨를 보는 시선이 늘어나기 시작한 건 그때부터였다. 음악에 목메어 있는 모습이 눈에 너무 띄어서였달까. 예술고등학교 진학을 준비하는 친구들로부터 보컬 제의를 받기까지 관심의 대상으로 점찍어졌다. 관심에서 행동으로 옮겨지기까지는 경우씨도 모르나, 예고 준비생 친구들은 경우씨를 찾아가 밴드를 구성해 활동할 것을 제안했다.

"게임이나 축구보다 기타를 치는 게 더 재미있었어요. 그러다 어느 날인가 예술고를 준비하는 학교 친구들로부터 보컬 제의를 받았어요. 그러면서 밴드를 하게 됐죠. 첫 합주부터 너무 재미있었어요. 금방 밴드에 빠져버렸죠. 사실 이전까지는 제가 공부를 소홀히 하지 않았어요. 부모님은 제가 안정적인 것을 원하셨기 때문이죠."

15살은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는 나이였다. 부모들은 모두 자식의 미래를 걱정한다. 당장의 걱정은 학교 생활에 충실하고, 모범적인 바른 태도인 것. 그러나 경우씨의 확고한 음악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왜냐 중2니까. 경우씨는 음악이 너무 절실히 하고 싶어 예술고등학교 진학을 준비하는 친구들을 따라 충북 음성군의 작은 실용음악 학원까지 따라다니며 이론이 아닌 실전을 배우기 시작했다. 매일같이 오다시피 하니, 분명 따가운 눈초리도 생겼다. 학원 원장의 애정 어린 핀잔이 지금의 경우씨를 만들었다는 건 그때 그는 알지 못했다.

"원장님과 친해지면서 음악에 관해 더욱 심취하게 됐어요. 원장 선생님이 제게 취미로 등록을 하고, 나중에 전공으로 바꿔보자고 했거든요. 이를 부모님에게 당당히 말씀드렸죠. 음악이 하고 싶어 학원에 등록하고 싶다고 말이죠. 그러자 부모님이 제게 한 가지 조건을 거셨어요. 성적을 정상 궤도로 올리면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는 거예요. 열심히 공부했죠. 예전처럼은 아니지만, 그래도 성적은 올랐거든요. 결국, 학원에 다니게 됐어요(웃음)."

"부모님에게 제가 무대에서 노래하는 모습을 직접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음악을 이 정도로 좋아한다는 믿음을 주고 싶었거든요."

"친구들과 만든 밴드에서 정말 많이 활동했어요. 시나위 노래 위주로 합주했어요. 그때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유행했거든요. 저도 언젠가는 오디션에 나가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정말 진지했지만, 부모님은 그게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저 취미로 생각했던 것이죠. 아마도 제가 '이러다 말겠지'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고대하던 학원에 다니던 중 학원 원장은 경우씨에게 가수 강산에 '라구요'음악을 들려줬다. "곡을 듣는 순간부터 생각했죠. 아, 나도 곡을 써야겠구나."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앞은 막막했다. 곡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중학교 2학년이니까.  경우씨는 노래만 불렀지, 쓴다는 게 무엇인지, 어떻게 가야 하는지 방향을 알지 못했다. 생각끝에 경우씨는 처음부터 다시, 제대로 배워보고 싶었다.

"바로 아버지에게 가서 통기타 이야기를 꺼냈죠. 통기타를 구매한 다음 예술고등학교 입시를 준비하는 친구들을 어깨너머로 보면서 배우기 시작했죠. 친구들이 많이 알려줬지만, 대체로 독학으로 많이 했어요. 처음에는 코드 4개를 배웠는데, 그 4개를 돌리면서 노래를 만들었죠. 물론 지금 돌이켜 보면 당시 만든 노래는 아쉬운 부분이 많이 남는 것도 있지만 이 모든 게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웃음)."
 
골목 언저리에서
▲ 골목 언저리에서 골목 언저리에서
ⓒ 오홍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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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경우씨는 예술고를 포기해야만 했다. 집안 사정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다.

"친구들은 모두 예술고등학교에 입학했지만 저는 그러지 못했어요. 결국, 입시로 준비하려고 생각했거든요. 사실 취미에서 입시로 전향한 계기가 있어요. 중학교 3학년 시절 부모님에게 제가 무대에서 노래하는 모습을 직접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음악을 이 정도로 좋아한다는 믿음을 주고 싶었거든요. 또, 고등학교 진학 시기였는데, 입시로 가기 위한 발판인 셈도 있었어요.

음성에 있는 복지 회관이 가장 컸는데, 그곳에서 공연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무작정 기타 하나를 메고, 복지관을 찾아갔죠. 하지만 대관료에서 무산됐죠. 그런데 음성군에서 추진하는 멘토링 사업단이 있었어요. 지역의 어른과 아이들이 함께 모여 미래 설계 등을 도모하는 것인데, 참 좋은 시스템이 형성돼 있었죠. 그 모임에서 도움을 받았어요."


멘토링 사업단에 들어가면 뭔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 경우씨는 곧장 그 곳으로 향했다. 그러나 중2에 무모한 도전으로 인식되는 현실앞에서 막막하기만 했다. 그는 단순히 음악이 하고 싶었을 뿐이다. 경우씨의 이 행동이 기특했을까.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의 계획을 말씀드렸어요. 그러더니 사업단분 중에 한 분이 다가왔어요. '그러면 본인이 이것, 저것 준비해주겠다'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함께 사업단에 계시는 다른 분들에게도 나름의 사업계획도 세워보고, 팸플릿도 만들어 보여드렸어요. 홍보도 직접 했죠. 우리가 중학생이니 관객을 초등학생으로 제한을 뒀죠. 그리고 작게라도 공연을 하고 싶다고 어필했죠.

그렇게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하니까 예쁘게 봐주셨는지, 악기들을 복지회관으로 옮겨주시더라고요. 합주할 공간은 음성의 오래된 성당에서 연습했죠. 그러다 공연 날이 왔죠. 부모님께 말씀드리니 의아해하셨어요. 이 정로도 할 줄은 몰랐던 거죠. 그런데 저희가 첫 공연이다 보니 순서도 난잡하고, 저희끼리 뒤죽박죽 하는 등 잘 풀리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노래할 때만큼은 열심히 불렀죠. 그게 부모님의 마음을 돌린 계기가 된 거죠(웃음)."


경우 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이 일이 완전하게 음악의 길로 접어든 계기가 됐다고 했다. 어쨌든 예술고는 못 갔지만, 입시로라도 가야겠다는 마음이었다. 그러나 경우 씨는 입시 보컬을 열심 준비했지만, 스스로가 생각해도 자신의 노래가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때 고등학교 2학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하면서 직접 곡을 만들어 봤어요. 그 과정도 너무 재미있었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상태였는데, 모두 독학으로 공부했죠. 매일 학교, 집만 반복했던 것 같아요. 곡 작업을 위해서죠."

고등학교에서도 밴드부를 시작했다는 경우씨는 밴드 활동을 하면서 좀더 곡 작업이 세분되가는 것 같다고 했다. 곡을 더 쓰고, 전공 준비하는 친구들과 합주도 해보면서 음악의 폭을 더욱 넓혔다. 크리스마스 때는 자선 공연을 많이 다니며, 자신이 창작한 곡을 노래한 적도 있단다.

"보컬은 1학년 때부터 졸업 때까지 계속했어요. 이 밖에도 거리 버스킹 공연도 다녔죠. 그게 가장 큰 경험인 것 같아요. 그때는 겁도 없이 무작정 나가서 노래했죠. 사실 버스킹이라기보다 아무 곳에나 주저앉아 노래했던 것 같아요. 버스킹도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 몸소 맞으며 깨우쳤죠. 정말 값진 경험이죠."

신경우씨는 현재 KBS 라디오에 고정으로 출연하고 있으며 화요일 7시 제2라디오에서 방송된다.
 
사진 왼쪽은 KBS청주 라디오에서, 오른쪽은 길거리 버스킹
▲ KBS청주 라디오에서 사진 왼쪽은 KBS청주 라디오에서, 오른쪽은 길거리 버스킹
ⓒ 오홍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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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주 듣는 음악이 무엇인가?
"김광석 노래를 주로 듣습니다. 가사에 집중하면서 들어요. 예전 노래에는 와닿는 글이 많거든요. 제가 음악의 길로 가게 해준 것은 강산에 선생님의 음악입니다. 지금도 자주 듣고 있죠. 대화하는 가사가 좋아요. 그런 곡이 좋아요. 중학교 시절부터 만든 곡을 따지면 100여 개 정도는 되는 것 같아요. 네이버 뮤지션 리그라고 있어요. 아마추어들이 내는 차트들입니다. 가장 순위가 올라갔을 때가 3위 한 곡도 있고, 31위 한 곡도 있어요. 저도 신기하죠."

#. 앞으로 바람은?
"수도권으로 가서 공연을 많이 해보고 싶어요. 제 시야를 크게 넓힐 생각이에요. 물론, 청주에서도 활동을 병행할 계획이에요. 고향이니깐요. 애착도 많고요. 인연이 된다면 KBS 라디오도 계속하고 싶어요."

#. 가수의 꿈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게 조심스러운 것 같아요. 웬만한 각오 없이는 많이 힘들어요. 저도 지금도 힘들거든요. 음악을 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외부적인 요인이 많아요. 크면서 음악적인 시야가 넓어지는 것에 따라 사회적인 부분도 함께 넓어지잖아요. 그렇다 보니까 여러 가지 현실과 부딪히는 게 많아요. 미래에 관한 불안감 같은 것이죠. 확고한 의지가 마음에 서지 않으면 정말 힘들 거예요. 하지만 저도 버텼어요. 저도 음악을 잘 하지 못했고, 크게 이룬 것은 없지만 열심히 했거든요. 열심히 했으니 길이 보였거든요. 처음에는 없던 길이었는데, 가면 길이 나오고, 또 가면 길이 나오는 게 20대이니까요(웃음)."

"확고한 의지가 마음에 서지 않으면 정말 힘들 거예요. 하지만 저도 버텼어요. 저도 음악을 잘 하지 못했고, 크게 이룬 것은 없지만 열심히 했거든요."

태그:#청주 싱어송라이터, #문화도시 청주청년, #가수의 꿈, #청주 신경우, #신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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