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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화물열차가 운행을 마친 뒤 도라산역에 정차해 있다. 2018.05.03.
 개성공단 화물열차가 운행을 마친 뒤 도라산역에 정차해 있다. 2018.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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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한 국내 마스크 부족 문제를 개성공단에서 해결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개성공단에는 즉시 가동할 수 있는 마스크 공장 1곳과 봉제업체가 73곳이 있어 일부만 재가동해도 마스크 대란을 막을 수 있다는 제안이다.

개성공단에서 봉제업체를 운영했던 이종덕 (주)영이너-폼 대표이사는 12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면 마스크를 만든다면 최소 하루에 5만 장을 생산할 수 있다"라고 단언했다.

2007년부터 개성공단에서 봉제업체를 운영한 이 대표는 "개성공단에서 북측 근로자 350명과 일했다, 필터를 제외하고 마스크를 만들면 공정이 3분의 1 줄어든다"라고 강조했다.

개성공단은 2016년 2월 폐쇄 전까지 총 125개 업체가 입주해 있었다. 개성공단기업협회에 따르면, 이중 의류봉제업체 73곳에 달한다. 이들은 북한의 숙련 노동자 중 70~80%가 개성공단에 즉각 투입 가능하다고 파악하고 있다.

지난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개성공단 관련 청원도 등장했다. '코로나19 방역장비(마스크 등)의 개성공단 생산 제안'이라는 청원에 1만1648명(12일 오후 5시 기준)이 동참했다.

정치권도 개성공단 관계자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전 원내대표와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1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장 북한과의 채널을 열어 개성공단을 가동하자"라고 말했다.

북한, 답할까?

정부는 '북한에 개성공단 재개를 제안해도 북한이 회의적일 것'이라는 입장으로 보인다. 통일부는 "개성공단 재개를 위해 노력한다"라면서도 코로나19와 관련한 '일시 재개'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북관계가 경색된 국면에서 정부의 제안에 북한이 답을 줄지도 의문이라는 시각이다. 반면, 개성공단 기업인 관계자는 "북한이 긍정적인 답을 보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부는 개성공단에서 마스크를 생산하는 게 '현실성 없는 아이디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는 12일 북한 근로자 투입이 어렵다는 점을 들었다.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구분했다.

이 당국자는 "남측이 (개성공단에서) 할 수 있는 부분들은 70여 개의 봉제공장을 가동하는 것이고, 할 수 없는 부분들은 3만5000명의 북측 근로자 투입하는 거다"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개성공단을 일시적으로 재개한다는 방침을 정해도 북한이 응답할지는 알 수 없다는 뜻이다.

전날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이 "개성공단이 재가동돼야 한다는 정부 입장은 변함이 없지만, 중단된 개성공단을 재가동하기 위해서 현실적인 문제들을 점검해 봐야 한다"라며 신중한 입장을 밝힌 것의 연장선상이다.

통일부는 지난 1월 30일 코로나19로 남북연락사무소 운영이 잠정 중단됐다는 점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연락사무소 운영 중단을 먼저 요청한 건 북한인 것으로 전해진다. 통일부는 남북실무차원의 접촉도 쉽지 않은 현실에서 마스크 생산과 관련한 논의나 공장 가동을 진행할 수 있겠냐는 고민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북한이 사람들을 한 곳에 모아 일하도록 하겠냐는 의구심도 있다. 북한은 2월부터 관영매체 <로동신문> 등을 통해 '복종' '경계태세'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방역을 강조하는 당의 방침에 따를 것을 촉구하고 있다. 식당 등에 삼삼오오 모이는 것도 피하라고 권고했다. 9일에는 코로나19의 방역사업을 '인민보위의 중대한 국가적 사업'이라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북한은 사람들이 모이는 것도 금지할 정도다, 공장에 모여서 일하기 위해서는 여러 방역 작업을 거쳐야 하는데 북한이 그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나설까"라면서 북한의 반응이 회의적일 것이라 내다봤다.

북한은 준비됐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 4년째인 2월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미국대사관 앞에서 개성공단금강산관광재개범국민운동본부, 개성공단기업협회 관계자 등이 개성공단 재개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개성공단 폐쇄 4년, 재개 촉구 기자회견 개성공단 가동 중단 4년째인 2월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미국대사관 앞에서 개성공단금강산관광재개범국민운동본부, 개성공단기업협회 관계자 등이 개성공단 재개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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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개성공단 관계자들은 개성공단 재가공에 "북한이 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은 북한이 개성공단 내 일부 시설을 정비하는 것도 개성공단 재개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개성공단 기업관계자는 12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 개성인민위원회가 개성공단을 관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까지 북한이 (공단)건물 외곽부터 공장 내 하자가 있는지까지 살펴보고 있다고 들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개성공단은 북한도 이렇게 신경을 쓰는 곳이다, 정부가 일시 재개를 요청하면 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개성공단 부지 내에 있는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2018년 9월 14일)에 참석한 신한용 전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도 당시 북측관계자에게 공장 점검과 관련한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 신 전 회장은 "당시 북측 관계자가 겨울에는 동파를 방지하기 위해 여름에는 빗물에 녹이 슬까 살피며 할 수 있는 수준에서 공장을 살핀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전직 통일부 고위 관계자도 "북한에서 긍정적인 답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은 자기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게 확실하면 일을 진행한다"라며 "남측의 '개별관광' 추진에 북한이 비난하거나 거절하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정부가 북한에 제안할 때마다 정치적으로 너무 많은 걸 고려하는 것일 수 있다, 부족한 마스크를 어떻게 생산할지만 생각해야 한다"라며 "정작 북한은 '좋다, 해보자'라고 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북측 근로자의 임금을 마스크로 지급하는 방식을 제안해야 한다는 말도 있다. 중국과의 국경 폐쇄로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운 북한에 필요한 것을 제안하면, 거절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개성공단 입주 업체인 이종덕 (주)영이너-폼 대표이사는 "공장이 일시 재개되면, 북측 근로자에게 임금을 줘야 하는데 대북제재 때문에 돈을 줄 수는 없다"라면서 "대신 개성공단에서 만든 마스크·방호복을 지급하면 된다, 북한도 마스크가 필요할 테니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북한, #개성공단, #코로나19, #마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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