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지난 2월 27일부터 전국의 어린이집이 휴원 중이다. 수원시는 앞서 첫 확진자가 나온 직후인 2월 3일부터 자체적으로 일주일간 관내 어린이집에 휴원 명령을 내렸다. 그뒤로 2주간 어린이집에서 신나게 놀다 온 아이는 다시 집 외에는 갈 곳 없는 어린양이 되었다.

우리 지역 어린이집 휴원은 벌써 4주를 지나 5주차에 접어들었다. 그 사이 아이가 갈 수 없는 곳은 어린이집 뿐이 아니었다. 유료 키즈카페, 공공 놀이공간, 미술관, 박물관, 어린이 도서관을 비롯한 모든 다중 이용시설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었다. 주변에서는 가정방문 학습지조차도 취소하거나 수업을 무기한 보류시키거나, 치료 목적의 놀이수업 등도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대림차이나타운 인근에 위치한 대림2동 어린이집 현관에 코로나19로 인한 휴업명령 이행 안내등이 부착되어 있다.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대림차이나타운 인근에 위치한 대림2동 어린이집 현관에 코로나19로 인한 휴업명령 이행 안내등이 부착되어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사태가 심각해지자 예배를 포함한 종교집회 참여도 자제하라는 정부 당국, 질병관리본부, 지자체의 권고에 따라 교회조차 못 나가 가정예배를 드린 지 4주가 되었다. 자체적인 외출 자제와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위해 아이를 데리고 시장이나 마트에도 가지 않고, 식당에서의 외식은 일절 생각지도 않고 있다. 대신 남편이 퇴근길에 최소한의 장보기만 하고, 공산품은 온라인 쇼핑으로 해결하며 식사는 전부 집밥으로 먹고 있다. 

어린이집에서의 놀이와 식사, 교육, 낮잠, 생활습관 지도 등을 중심으로 하루 일과가 규칙적으로 이루어지던 아이가 장기간 가정 내에 머물다 보니 폐해가 속출했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부터 시작해, 생활습관이 엉망이 되었다.

책읽기, 동요 들려주기, 함께 몸으로 놀아주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아이와 놀아주려 노력은 하지만, 가정 내에 머문 기간이 장기화되다보니 부모도 쉬어야 하고, 집안일도 해야 하는 탓에 TV에 장시간 노출시킬 수밖에 없었다. 아이는 심심하다보니 더 과격하게 부모에게 놀아달라는 의사표현을 했다. 

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라는 출생시부터 취학 전 사이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우리 아이는 현재 네 살배기다. 한참 말을 배우고 생활습관이나 인간관계를 배워가야 할 시기다. 하지만 벌써 5주째 사람을 만나지 못하고 있다. 아빠는 퇴근 후 잠깐 얼굴을 볼 뿐, 24시간을 엄마와 단 둘이 보내야 한다. 엄마도 아이도 스트레스가 쌓일 수밖에 없다. 실내에 머물다 보니 신체활동이 줄어 엄마도 아이도 체중이 늘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3월 초부터는 하루 한 시간만이라도 마스크와 장갑 등을 하고 아이를 데리고 동네 야산이나 인적 드문 공원, 놀이터 등을 산책하거나 놀게 해주고 있다. 가끔은 하루 거르고 이틀에 한 번 꼴로 나갔다 오기도 한다. 아이와 단 둘이 놀고 올 때도 많고, 가끔씩 다른 사람을 마주칠 때도 있어서 가급적 마스크는 중간에 꼈다 뺐다 하지 못하게 했다.

TV만 틀면 어린이 방송에서도 마스크나 손씻기에 관한 교육영상이 반복되고 있어, 이를 활용해 아이에게 노래로 교육을 시키기도 한다. 아직은 너무 어려서 부모가 강제적인 방식으로 관리해주지 않으면 개인 위생수칙을 스스로 지키기는 어렵다. 

그래도 장기화된 마스크 착용 생활 덕분인지, 아이도 이제 마스크를 오랫동안 착용할 수 있게 되었고, 엄마의 도움을 받기는 하지만 손씻기도 더 자주 실천하고 있다. 손 소독제를 발라주면 열심히 쓱쓱싹싹 비벼대기까지 한다.

길을 가다 마주친 낯선 사람에게도 달려가 "아빠"라 부르고, 산책 나온 강아지에게도 돌진하는 아이로 인해 늘 불안하다. 사람을 피해야 하고, 다가가지 못하게 막아야 하는 현실이 서글프다. 때로는 상대편이 '나를 바이러스 취급하나?' 하고 기분 나빠할까 봐 조심스러운 말로 아이가 낯선 이에게 함부로 달려가거나 신체 접촉을 하지 않도록 제지하곤 한다.

집 외에 갈 수 있는 곳은 야외 뿐인데, 그마저도 2월까지는 추위 때문에, 3월에는 심각한 초미세먼지로 인해 외출도 맘껏 할 수 없었다. 잠깐만 나가도, 잠시만 창문을 열어놓아도 초미세먼지로 인해 목이 칼칼해지고 오염된 대기물질이 호흡기를 공격했다. 마스크를 써도 완전히 막아내지는 못했다.

어른은 그럭저럭 불편함을 참고 지낸다 해도, 아이들이 겪는 피해가 너무 크다. 자연 속에서, 친구들과의 어울림, 놀이 속에서 세상을 배워가야 하는데 그럴 수 없는 요즘이라 억울함이 밀려든다.

코로나19가 물러난다 해도, 기후변화와 식량난, 핵 방사능 오염, 환경 공해 물질 노출과 초미세먼지, 각종 사회적 재난과 경제적 어려움, 전쟁과 폭력 등 숱한 재난으로 인해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줄 미래가 과연 있기나 할지 두렵다. 내가 어린 시절 누렸던 것에 비해, 아이가 지금 누리지 못하는 것들이 더 많아 미안하고 안타깝다.

어린이집과 각종 놀이시설 그리고 공원과 놀이터에 넘쳐나던 그 많던 아이들은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어서 빨리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 어울릴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태그:#코로나19가 바꾼 일상, #어린이집 휴원, #아이가 있는 집, #그 많던 아이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이 땅의 모든 아이들이 건강하고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바라는 주부이자, 엄마입니다. 번역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