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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광주에서는 한 공무원이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다며 불구속 기소 처분을 받았다. 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과 함께 주소, 가족관계, 자녀가 다니는 어린이집과 학교의 이름 등의 신상정보를 유출했다는 혐의다. 유출된 문건에는 병력 등의 민감 정보까지 들어있어 충격을 주었다.

충북과 경남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특정 확진자의 이름과 나이, 직업 등이 SNS를 타고 퍼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고, 개인정보 유출 혐의로 창원시의회 의장이 검찰에 송치되기도 했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감염병 관련 비밀을 누설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있다.

그럼에도 확진자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동선을 알리려다 민감한 개인정보마저 공개되고 있는 형국이다.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마다 안내 문자 빨리 보내기 경쟁을 벌이고 있는 탓일까.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관심이 시나브로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아이들은 지금과 같은 비상 상황에서는 개인정보보호의 필요성은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데에 대부분 동의했다. 부러 묻지 않았는데도, 공익에 도움이 된다면 자신의 개인정보가 유출된다고 해도 기꺼이 감내할 수 있다고 자문자답하는 아이조차 나왔다. 수업시간에 배웠다면서 개인정보보호법에도 지금 상황에 꼭 들어맞는 면책에 관한 예외 조항이 있다고도 했다. 반면 굳이 다녀간 확진자가 누구인지 공개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는 아이도 있었다.

아이들이 보인 반응을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반응1] 뭣이 중한디?

"감염 경로가 불확실한 지역사회 감염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마당에 확진자들의 개인정보 유출이 대수인가요? 누군가 억하 심정으로 확진자들에게 그런 것도 아닐 텐데 이 와중에 크게 문제 삼을 일은 아니라고 봐요."

대다수 아이들의 반응은 '뭣이 중헌디'였다. TV든 인터넷이든 온통 코로나19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만 보도되는 상황에서 개인정보 유출 관련 뉴스를 두고 '뜬금없다'고 말하는 아이도 있었다. 개인정보 유출이 무슨 대수냐는 그들 앞에서 처지 바꿔 생각해보라는 말은 차마 꺼내지 못했다.

그만큼 아이들에게도 코로나19 확산이 준 공포가 크다는 방증이다. 아이들은 온갖 억측과 왜곡이 범람하는 가짜 뉴스에 맞서 불안에 떠는 시민들에게 정보 내용의 신뢰를 주기 위해서라도 주소나 가족관계, 직장 정도의 개인정보라면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솔직히 예상하지 못한 아이의 답변에 적잖이 당황했다. 적어도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감수성이 기성세대보다는 요즘 아이들이 훨씬 높을 거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확진자들의 신상정보는 말할 것도 없고, SNS에 그들의 동선을 공개하는 것조차 인권침해 행위라고 반대할 줄 알았다.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것보다 '신상 털리'는 게 더 두렵다는 말까지 들었던 터다.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망원시장이 코로나19  확진자의 행적이 확인되어 11일~12일 양일 간 임시휴업 상태가 되었다.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망원시장이 코로나19 확진자 행적이 확인되어 11~12일 양일간 임시휴업에 들어갔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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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2] 애먼 상인들이 더 걱정

아이들은 개인정보가 유출되어 확진자들이 입게 될 피해보다 그들의 동선이 공개되어 문을 닫아야 하는 애먼 상인들을 더 걱정했다. 몸에 이상을 느껴 선별진료소를 방문한 뒤에도 식당과 마트를 찾은 확진자를 예로 들며 대체 상인들이 무슨 죄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일단 코로나19 알림 문자에 상호가 적시되면, 해당 가게는 말할 것도 없고 주변 상권까지도 당분간 생업을 포기해야하는 상황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반응3] 코로나 알림 문자, 표준 규격 필요

반면 한 아이는 코로나19 알림 문자의 형식을 문제 삼았다.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횟수도 문제지만, 중언부언하거나 정보가 수정되는 것도 부지기수고, 무엇보다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들어있어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우선, 그는 알림 문자에 공통적인 틀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자와 시간, 장소, 주소 등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줄 수 있게 표로 만들어 안내하자는 제안이다. 가능하다면, 지도를 첨부하는 것도 효과적일 거라도 덧붙였다. 아무리 번호로 표기한다지만, 굳이 다녀간 확진자가 누구인지 공개할 필요가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주소나 직업, 병력 등 방역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민감한 개인정보를 걸러내는 제도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특별할 것 없이 공개 항목을 명기한 정부의 표준화된 틀만 있어도 불필요한 개인정보 유출을 미연에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횡행하는 가짜 뉴스를 걸러내는 데도 나름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들과 인터뷰 한 이후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4일 새로운 동선 공개 지침을 발표했다. 이 지침은 환자의 사생활을 보호하려고 거주지의 세부 주소나 직장명 등은 공개하지 않도록 했다. 또 이동경로와 방문 장소 등도 이전처럼 자세히 밝히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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