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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에서 온 A씨는 두 달째 감금되다시피 한 상태다. 사장은 코로나19를 핑계로 그를 포함한 이주노동자 직원 7명의 외출을 금지했다. 병원도 위험하다며 못 가게 했다. A씨는 "이건 인종차별"이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이 사진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주노동자 숙소 자료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무관함).
 방글라데시에서 온 A씨는 두 달째 감금되다시피 한 상태다. 사장은 코로나19를 핑계로 그를 포함한 이주노동자 직원 7명의 외출을 금지했다. 병원도 위험하다며 못 가게 했다. A씨는 "이건 인종차별"이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이 사진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주노동자 숙소 자료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무관함).
ⓒ 신지수
 
"설에 한 번 밖에 나갔다가 그 이후로 한 번도 밖에 못 나갔어요. 주말에 서울 가서 친구들이랑 한 번 만나면 힘내서 다시 일할 수 있어요. 지금은 진짜 힘들어요. 한국 사람들은 공장 밖으로 나가도 돼요. 우리에게 왜 이러는 거예요?"

3년 전 비전문취업비자(E9)를 받고 한국에 온 방글라데시인 A씨. 그는 두 달째 근무지인 경기도 여주의 한 공장과 기숙사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 사장이 코로나19를 핑계로 이주노동자 직원 7명의 외출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A씨는 종일 공장에서 일한 뒤 바로 옆에 붙어있는 숙소로 돌아간다. 그는 20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이렇게 일하면 진짜 (답답해) 죽을지도 모른다"고 호소했다.

"사장님이 '외국사람, 너 가지마, 밖으로 가면 안돼, 너 나가면 앞으로 공장으로 못 돌아와'라고 말해서 못 나갔어요. 한 달 전에는 어깨가 아파서 사장님에게 병원 가봐야겠다고 말했어요. 그런데 병원 코로나 때문에 위험하다면서 다음에 가라고 해요. 바람도 쐬고, 친구들도 만나야 해요. 그냥 어깨(만 아픈 것) 아니고 (계속 공장에서만 지내니까) 마음이 아파요."

하지만 A씨는 사장의 강요를 거부하기 힘들다. 곧 비자 만료 기한이다. E9 비자는 보통 3년짜리라 A씨도 한 달 뒤 재발급 받아야 한다. 사장이 그를 계속 고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야 1년 10개월 연장이 가능하다. A씨는 "사장님이 말하면 들어야 해요"라고 했다.

그나마 여주는 아직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노출될까 불안하기란 한국인도, 이주노동자도 마찬가지다.

"이건 인종차별이에요. 사람 다 비슷해요. 그런데 왜 다르게 대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사장님하고 일하는 사람들은 다 사장님의 사람이지 않나요. 사람에게 이러면 안 되지 않나요. 가족이요? 가족들 마음 아프잖아요. 이런 말 안 해요."

단지 이주노동자란 이유로... 
 
코로나19 불안감은 한국인도, 이주노동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주노동자들은 오히려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만으로 사실상 감금되거나 귀국도 하지 못하고 있다. 한 이주노동자는 고향에 다녀온 뒤 해고됐다(사진은 지난 6일 인천공항 법무부 출입국서비스센터에서 자진 출국신고를 하기 위해 줄을 선 불법체류 외국인들로 기사 내용과 무관).
 코로나19 불안감은 한국인도, 이주노동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주노동자들은 오히려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만으로 사실상 감금되거나 귀국도 하지 못하고 있다. 한 이주노동자는 고향에 다녀온 뒤 해고됐다(사진은 지난 6일 인천공항 법무부 출입국서비스센터에서 자진 출국신고를 하기 위해 줄을 선 불법체류 외국인들로 기사 내용과 무관).
ⓒ 연합뉴스
 
A씨처럼 코로나19를 이유로 사실상 발이 묶인 이주노동자들은 더 있다. 코로나19 확진자도, 의심환자도, 유증상자도 아닌 이주노동자일 뿐인데, 회사는 그들에게 '회사 밖으로 나오면 해고하겠다'고 말했다.

20일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은 <오마이뉴스>에 "2월 중순부터 이주노동자들의 일터 감금 관련 제보가 이어졌다"며 "우리가 확보한 것만 5건 이상"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주노조가 몇몇 노동자에게 상황을 물어볼 순 있지만, 이주노동자 전체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더 많은) 제보를 받기 어렵다"며 실제 피해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대량 집단감염이 발생한 대구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생겼다.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대구성서공단에는 기숙사와 정문 CCTV로 출입을 감시당하는 이주노동자들도 있다"며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큰) 대구에 있다는 공포감 때문에 가족들이 '본국으로 돌아오라'고 하지만 회사에서 보내주지 않는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또 "이주노동자들은 집단 생활하는 경우가 많은데 주거 환경이 매우 열악해 위생에 취약하다"며 코로나19 환자 1명만 나와도 쉽게 확산될 수 있는 상황을 우려했다.

천안에서 일하는 B씨 역시 한 달 반째 비슷한 '감금' 생활 중이다. 그는 이주노조에 "한국 사람들은 다 출퇴근하는데 이주노동자만 막고 있다"며 "억울하다, 우리를 (코로나19) 전파자 취급하고 있다"고 제보했다. 파주의 이주노동자 C씨는 사장으로부터 '외출할 때마다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돌아와야 한다'는 엄포를 들었다. 그는 결국 공장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잠시 고향에 다녀왔다가 해고당한 방글라데시인 D씨 경우도 있다.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방역도 중요하지만 이러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사람들은 왔다갔다 하는데, 이주노동자들은 외출이 안 되는 것 자체가 차별"이라며 "이주노동자들이 밖으로 나가면 코로나19를 전염시킨다는 생각이 있는 거다, 개인적으로 화도 난다"고 말했다.

태그:#이주노동자, #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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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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