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민주당이 선명한 친문 인사들을 앞세우는 현실에서, 군소정당과 시민추천 후보들로는 민주당 당원과 지지자들을 결집시킬 수 없습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선출돼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으로 이적한 비례대표 후보자들이 지난 22일 '소수정당 다음 후순위 배치'에 반발하며 당 지도부에 전달한 성명 중 일부다. 이들은 이 성명에서 당원들이 "왜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스러운) 후보들에게 표를 줘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라고도 했다.

'듣보잡' 소리를 들은 소수정당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특히 정책 정당을 표방하며 기본소득 의제를 거대 정당보다 먼저 꺼내들었던 기본소득당과 시대전환의 경우, 23일 가자환경당·가자평화인권당과 달리 각각 공천 심사를 통과하며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듣보잡' 소리 유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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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여 연합정당 "더불어시민당" 출범 플랫폼정당 "시민을위하여" 우희종 · 최배근 공동대표가 지난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본소득당 용혜인 상임대표와 함께 입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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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대표가 당초 소수정당의 원내진입을 도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대표성을 확보하겠다는 대의를 꺼내들었을 때만 해도, 이들 소수정당에 대한 민주당의 태도는 '연대'에 가까웠다. 그러나 점차 선거 국면이 다가오면서 민주당 후보자 검증 시스템 차용 등 '곁다리 군식구' 취급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이날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린 용혜인 전 기본소득당 대표는 23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정치적 구도는 언제나 형성되기 마련이고 저희가 신생정당인 것도 사실이다, '듣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시던데 안타깝고 유감이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21대 국회에서 어떤 존재감을 발휘하느냐다"라고 말했다. 

청년 정당으로서 유권자에게 차별성을 부각할 수 있다는 자신이었다. 용 전 대표는 "우리는 10대·20대가 80%인 정당이다, 2월 25일 처음 한시적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했다, 이제는 기본소득당뿐 아니라, 많은 정치인이 (기본소득을) 이야기하고 있다"라며 "총선 이후에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가 더 커질 것으로 본다, 경제 문제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삶에 정치가 답해야 한다, 재난기본소득과 추가 추경이 함께 논의돼 충분히 사회적으로 합의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지난 1월 19일 창당한 기본소득당은 '모두의 것을 모두에게'라는 슬로건을 걸고 ▲모두에게 월 60만 원 조건 없는 기본소득 ▲기본소득과 함께 주 30시간 노동 ▲무상대중교통 전면 실시 ▲무상보육 돌봄서비스 등을 주요 과제로 내걸었다. 

또 다른 소수정당인 시대전환은 지난 2월 23일 창당, '생활진보 플랫폼'을 내걸고 이념에 좌우되지 않는 3040세대 중심의 전문가 집단임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원재 공동대표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시절 대선 캠프 정책기획실장을 맡은 바 있다. 공천 심사를 통과한 후보는 공동대표인 조정훈 아주대 통일연구소장이다.

두 당 모두 '기본소득' 정책정당 부각... 이해찬의 '대표성 확보' 대의는 반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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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일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시대전환 코로나19 뉴딜특별위원회 정책 발표 기자회견에서 시대전환 조정훈 공동대표(왼쪽 다섯번째)가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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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재 공동대표 또한 '듣보잡' 평가에 반박을 제기했다. "열린민주당이야말로 정책 국면에선 듣보잡이 아니냐"라는 항변이다. 이 대표는 23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표가 분산된다는 것은 민주당의 이슈이다, 어쨌든 우리는 연합한 하나의 주체로서 대등한 관계에서 연합을 하는 것뿐이다"라고 일축했다.

마찬가지로 기본소득을 핵심 공약으로 내건 시대전환은 국민기본소득제와 함께 규제 개혁 등을 주요 의제로 삼고 있다. 이 공동대표는 이어 "코로나19 사태는 건강 위기뿐 아니라, 경제공황도 불러올 수 있다는 이야기를 처음으로 했다, 코로나19 뉴딜 정책도 최근 발표했다, (시대전환이) 정책 정당임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더불어시민당은 여성 19명, 남성 15명 등 총 34명의 비례대표 후보자를 확정했다. 이중 소수정당에 배분된 후보는 용혜인 전 기본소득당 상임대표와 조정훈 전 시대전환 공동대표 두 사람 뿐이었다.

취지야 어찌됐든, 이해찬 대표가 '11번부터 더불어민주당 비례후보 후순위 배치'를 공언하며 "소수정당에 앞 번호를 줘 원내 진입을 우선시 하겠다"라고 밝힌 '대표성 확보' 대의는 반쪽으로 쪼그라들게 됐다. 더불어시민당은 이들 소수정당 후보들에게 앞 번호를 배부하고, 나머지 자리에 시민사회 추천 후보, 민주당 출신 후보 순으로 배치할 뜻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