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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빈 검찰 송치, 강력한 처벌 촉구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 등 수십 명의 여성을 협박, 촬영을 강요해 만든 음란물을 유포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씨가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호송차에 태워져 검찰로 송치되는 가운데, 시민들이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조주빈 검찰 송치, 강력한 처벌 촉구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 등 수십 명의 여성을 협박, 촬영을 강요해 만든 음란물을 유포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씨가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호송차에 태워져 검찰로 송치되는 가운데, 시민들이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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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가기 위해 어떤 각오와 용기가 필요한지 남성은 모른다. 그들이 모르는 이유는 관심이 없거나, 알고 싶지 않거나, 알 필요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이유이든 여성을 위한 마음을 내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엄마, 누나, 여동생, 아내, 그리고 당신의 딸을 위해 이 글을 읽어주면 좋겠다.

한국사회에서 남성이 힘들다는 말은 다른 곳에서 하자. 나는 지금 성범죄에 대한 여성의 두려움을 알리고 싶을 뿐이다.

성추행이 만연하는 더러운 세상

자는 도중 누가 나를 건드리는 것 같은데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이 잘 되지 않았다. 잠이 깰락 말락 하다가 다시 잠들었다. 오전부터 강의를 듣고, 아르바이트 2가지를 끝내고 돌아온 나의 몸은 천근만근이었다. 주말 알바는 늦게 끝나서 집에 가지 못하고 가게 사장님이 제공해주는 기숙사에서 자곤 했다. 이 날도 어김없이 같이 일한 친구와 함께 기숙사에서 잠을 청했다. 

잠결에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가 느껴졌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너무나 두려운 나머지 바로 눈을 뜨지 못하고 머릿속으로 상황 파악을 시작했다. 분명, 어떤 남자의 실루엣이 존재했다.

"아악! 악! 뭐야 이 X끼!"

나는 바로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 옆에 있던 친구가 놀라 깨어났고, 나는 뛰쳐나가는 남자의 뒷모습을 보며 계속 소리를 질렀다. 무슨 배짱인지 모르겠지만, 그 남자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에 소리를 지르며 따라나갔다. 꽁무니도 보이지 않는 거 보니 발 빠르게 도망가버린 듯했다. 아니면, 지름길을 미리 파악하고 들어왔거나.

아직 긴장감이 가시지 않아 심장이 두근거리고 눈물이 핑 돌았다. 친구와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지만 달리 조치를 취할 방법이 없었다. 둘이 한 시간 넘게 대화를 하며 간신히 마음을 추스르고 잠들 수밖에 없었다. 다시는 그곳에서 묵지 않았다.

어느 날은 대학 교수가 나를 교수실로 불러서 이마에 뽀뽀한 적도 있고, 졸업 후  잠시 다닌 회사 사장이 자주 내 어깨와 다리를 주무른 적도 있다. 회식 후 늦은 밤길을 가다가 내복만 입은 남자가 갑자기 달려와서 나를 와락 껴안은 일도 있었다. 지인이 갑작스러운 스킨십과 함께 고백하는 것도 성추행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당연한 일이었다. 슬프게도, 성인이 된 내게 성희롱이나 성추행은 이미 일상적인 일이 되어 가고 있었다. 

어느 날은 지하철에서 너무 뻔뻔하게 내 몸을 대놓고 더듬거려서 바로 알아차렸다. 너무나 당황스러워서 무섭지도 않았다. 내가 가만히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건지, 어떻게 이런 손놀림이 가능한 건지 의문이 들었다. 그놈은 나를 요즘 판매되고 있는 리얼돌로 착각했던 것 같기도 하다. 참 시대를 앞서가는 성추행 정신이다. 다행히 나는 리얼돌도 아니고, 순진무구하고 겁 많은 여자아이도 아니었다.

"뭐예요? 지금 어딜 만지는 거야? 여러분, 이 사람이 성추행해요."

그 순간 지하철이 역에 도착했고, 그 놈은 눈물, 콧물, 침까지 다 날리며 뛰쳐나갔다. 나름대로 운동신경이 있던 나이기에 순발력 있게 바로 따라붙었고, 문을 박차고 나가는 그놈의 엉덩이를 있는 힘껏 걷어찼다. 그놈은 나뒹굴진 않았지만, 앞으로 꼬꾸라질 뻔하다가 겨우 중심을 다시 잡았다. 나는 끝까지 뒤돌아보지 않는 그놈을 쳐다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바로 지하철 문이 스르륵 닫혔다. 

제대로 응징했다는 짜릿함이 느껴졌다. 그 쾌감, 잊을 수가 없다. 그리고 그놈이 뒤돌아보지 않은 것에 안도했다. 다행히 내 얼굴을 보지 않았으니 해코지 당할 일은 없다. 

어릴 때부터 나는 세상이 내게 2가지 여성상을 요구한다고 느꼈다. 한 가지는 여성스러운 순수함이고 다른 한 가지는 섹시한 당당함이었다. 나는 얌전하고 순수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에 섹시미를 추구해왔다. 말랐지만 볼륨 있는 나의 몸매는 섹시한 스타일을 추구하면서 더욱 빛을 발했다.

이 때문이었을까? 나는 지속적인 성추행을 감당해야만 했다. 나의 행동거지나 옷차림 때문인가하고 자책하다가도 금세 인정할 수 없었다. 나의 스타일과는 전혀 무관한 성추행, 성희롱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많은 일이 내가 여자이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조신하고 얌전하게

어릴 때 나는 치마를 안 좋아했지만 치마가 많았다. 언니와 여동생은 예쁘장하게 생겨서 치마가 잘 어울렸는데, 언니가 입던 옷을 나와 여동생이 차례로 물려 입었기 때문에 치마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딸이 나 혼자였다면 엄마는 치마를 잘 안 샀을지도 모른다. 엄마는 치마를 입은 나를 보면 선머슴이 치마 입은 것 같다며 놀리곤 했다.

나의 어릴 적 모습은 지금 봐도 그냥 남자아이 같다. 하지만 내가 어떤 외모를 가졌건 나는 여자아이였고, 치마를 입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시도 때도 없이 달리기를 하고 담을 넘어 다니는 나는 치마가 어울리지 않았지만, 어느 누구도 내가 바지를 입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너무 명랑한 나머지 치마를 입어도 잘 추스르지 못해 어른들에게 혼나는 일이 잦았다. 엄마와 아빠는 물론이고 친척 어른들이나 가까운 이웃들에게 조신하게 행동하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누가 치마 입고 그러고 있으래."
"치마 입고 얌전하게 있어야지."

호되게 혼난 것은 아니지만, 조신하지 못한 내 모습이 잘못된 모습이라고 학습되는 일이 반복되었다. 왈가닥에 덜렁대는 나의 모습은 문제로 비쳤고 부정당했다. 남자아이들만큼 운동도 잘해서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체력장만 하면 특급, 1급은 떼어 놓은 당상이었지만 그래도 여자니까 조신해야 했다.  

성인이 되어가면서 남자 친구라는 존재가 생기기 시작했고, 왜인지는 모르지만 나는 무조건 조신한 척을 했다. 아니, 이것이 척인지 진실인지 잘 모르는 지경이었던 것 같다. 손을 잡든 뽀뽀를 하든 무조건 쑥스러워했고, 살짝 거부해도 계속하면 못 이기는 척하고 허락 했다. 스킨십이라는 모든 관문에서 나의 감정이 좋든 나쁘든 나는 동일한 패턴을 보였고, 나의 감정에 의한 선택을 한 적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내가 '안돼'라고 했다고 이것을 존중한 남자 친구는 없었다. 나의 '안돼'가 진심이든 아니든 무시하는 남자들이 많아서 '안돼'의 의미가 무의미해졌다. 나의 성관념의 기반 지식은 지금까지 당해온 불쾌했던 성추행과 친구들과 몰래 본 쇼킹했던 포르노가 주를 이루었기 때문에 내가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과 그에 대해 표현하는 방법을 알 생각도 못했다.

모든 스킨십은 그저 내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이루어지는, 제3자에 의해 당하게 되는 형태가 당연한 것으로 학습되었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에게 학습되는 억압이 어쩌면 성범죄자들에게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이 사회가 추구할 여성상이 조신하고 얌전한 모습에서 강단 있고 확고한 모습으로 변하길 바란다.

너희들 모두 공범자다

우리 가족은 지금 해외에 거주하고 있다. 얼마 전,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발생한 사건을 듣고 나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한국에서 온 초등학교 2학년 남자아이가 친구들에게 집에서 엄마나 누나가 샤워하는 영상을 찍어서 유튜브에 올리면 돈을 벌 수 있다고 알려줬다고 했다. 성착취가 범죄로 인지되지 못하는 세상에서 아이들조차 범죄자가 될 수 있는 환경인 것이다. 

N번방 박사의 존재는 나를 놀라게 하지 못했다. 그런 범죄자는 당연히 존재할 거라고 생각하고 살아가고 있던 터라 박사는 범죄자 중 한 사람으로 인식했을 뿐이다. 다만, 생각보다 더 잔인했고 뻔뻔했다. N번방 사건에 내가 놀란 이유는 박사가 아니라 수많은 남성 회원과 평범한 그들이 용인한 범죄의 수위였다. 

N번방에서 일어나는 범죄의 현장을 묵인하고 즐기던 그 남성들은 우리들 옆에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웃일 것이라는 사실이 여성들을 두려움에 떨게 한다. 수많은 남성 회원들의 수요가 범죄자를 부추기고 있다는 현실이 변할 수 있을지 희망도 없다.

한국사회에 살고 있는 여성은 두려움에 떨며 하루하루 살아가는데 두려움의 존재가 되는 남성은 억울해하고 분노할 뿐이다. 모든 남성이 그렇지 않다고 분노하는 그들에게 나는 너희들 모두 공범자라고 말하고 싶다.

자신은 다르다는 그들의 말을 믿는다. 웹사이트에서 성착취 동영상 같은 거 본 적도 없다면 그 말도 믿겠다. 그런데, 그들의 친구들, 지인들 중 단 한 명도 없다고 한다면 믿지 않을 거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분명 지인들 중 있었을 것이라 확신하다. 여성인 나도 너무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성착취 동영상을 다운로드 하는 지인, 성매매 업소를 드나드는 지인이 있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무런 대응도 안 하는 남성은 우리 주위 대다수 남성이다. 내 남동생도, 내 남편도, 내 형부도 모두 이런 경험이 있다. 나는 모두가 공범자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범죄를 떠들고 다니는 그들을 비난하는 문화가 형성되기를 원한다. 

남성들이여, 왜 범죄를 용인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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