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3월 20일 오전 서울 양천구 대한적십자사 긴급구호종합센터에서 봉사자가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으로 인한 경북지역 재난취약계층 및 자가격리자에게 전달할 긴급구호품을 옮기고 있다.
 3월 20일 오전 서울 양천구 대한적십자사 긴급구호종합센터에서 봉사자가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으로 인한 경북지역 재난취약계층 및 자가격리자에게 전달할 긴급구호품을 옮기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조금 노력하고 알면 할 수 있는 '거리두기'라는 예방 행동과 '자가격리'. 이것을 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 돌보는 사람이 곁에 항상 있어야 하는 사람들이다. 혹시 감염되더라도 혼자 격리될 수 없기 때문에 함께 격리나 고립될 사람이 있어야 한다.

아이들이 그렇고 장애인이 그렇고 노인이 그렇다. 이들은 평소에도 취약계층인데,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은 이 취약계층을 고려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항상 곁에 있어야 하는 사람과 함께 사회에서 격리와 고립상태에 빠져있고, 이 때문에 이후의 건강이 염려스러운 시점이다.

필자는 작업치료사(occupational therapist)로 주로 발달지원이 필요한 아동청소년을 만난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작업치료를 인간의 활동건강을 지원하는 건강직역인력(Health workforce)으로 분류한다. 활동이 인간의 건강을 유지한다는 사실을 보통 상식적으로 이해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 또는 의심군으로 2~3주간 자가격리하는 동안 사람들은 대체로 신체적 활동을 하고, 온라인이나 전화 등 여러 방법을 동원해 사회적 연결을 시도하며 사회적 활동을 한다. 건강을 위해 하는 것이다. 활동이 제한되는 것을 WHO는 하나의 장애로 간주한다. 활동제한이 이어지면 활동의 결핍과 빈곤으로 이어지고, 이는 체력을 저하시키고 심신이 허약해지거나 아프게 만든다.

인간은 24시간 동안 아무 활동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수면도 활동이며, 식사와 식음은 배변과 배뇨라는 기초필수활동을 하게 한다. 생리적 활동이 일상의 기초활동으로 연결되면 설거지와 청소, 씻기 등의 자조활동과 가사활동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활동은 타인과 함께 연결되어야 더 건강해지고 사회적으로 웰빙이 된다. 그렇게 활동건강은 단지 질병과 허약함이 없는 상태만이 아니라 인간의 몸과 마음과 관계를 건강하게 하고 웰빙이 되게 한다.

발달이 어려운 아이들과 가족은 어떻게 지내나

2월 24일 코로나19 심각단계 격상 이후 교육기관과 복지기관은 기존의 서비스를 중단했고, 발달지원이 필요한 아이들은 가정에서 지냈다. 동료들과 필자는 이 시기에 WHO가 제시하는 일상생활의 건강한 활동과 균형 있는 가정활동을 안내하고 모니터를 했다.

2~3주 정도 지나자 잠들기가 어렵거나(새벽 3~4시경에 잠드는 경우도 있었다), 감정 기복이 너무 심해져서 폭발하는 경우도 생기고, 돌보는 가족들이 양육 스트레스를 알려오기 시작했다. 

우리는 지금 이 상황에서 다른 아이들보다 발달이 어려운 아이들과 그 가족은 어떻게 지내는지 생활 중의 활동 변화와 어려움을 파악하고자 하였고, 어려움의 내용이 어떠한지 확인하고자 두 번의 조사를 하였다. 결과가 의미 있다고 여겨 응답자들에게 결과를 외부에 알리고 공유해도 되는지 동의를 구했다. 이 기사를 쓰게 된 맥락이다. 

조사에 응답해 준 대상은 현재 시소감각통합상담연구소의 서비스지원을 받고 있는 아동청소년들의 보호자이며, 발송한 사람들 중 1차 35명(43.5%), 2차 40명(58%)이 응답하였다. 1차는 코로나19 심각단계 격상 3~4주째에, 2차는 4~5주째에 실시하였다. 실시한 조사대상 아동청소년의 평균연령은 6.8세(±3.05)이고, 남녀 성별은 3.1:1이다. 조사 내용은 익명으로 진행되어 개별 아동과 가족의 정보를 담지 않았다. 

조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이 결과는 아직 학술적으로나 통계적으로 의미를 확인한 것이 아니며 설문 응답 결과만 정리한 것이다. 

자녀들은 현재 감염예방과 대응을 위한 행동을 잘 지키는가? 
 
자녀는 코로나19 감염행동을 잘 실천하고 있는가
 자녀는 코로나19 감염행동을 잘 실천하고 있는가
ⓒ 지석연

관련사진보기


응답한 아동청소년들은 대체로 외출 후 손 씻기를 잘하고(97%), 손 소독제 사용도 상당히 잘하고(94%) 있으며, 평소보다 활동을 줄이고 집과 집 주변에서 지내고 (94%) 있으며, 응답 대상의 74% 아동이 외출할 때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74% 정도가 외부 사람들과 거리를 유지할 수 있다고 답했다. 기침할 때 소매나 휴지로 입을 가리는 행동은 59% 정도가 할 수 있지만 감염예방수칙 중에 가장 어려운 것으로 응답되었다.

이 결과는 제한된 수의 응답이기 때문에 참조하되 보편화하기에는 제한적이라는 점을 확인해둔다. 필자와 동료들은 이 결과를 보면서 아이들이 꾸준히 연습하면 이후에 좀 더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 이후에 실제로 더 잘하게 되는 경우들을 목격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생활활동과 컨디션의 변화가 있는가?
 
자녀의 일상생활이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변화가 있는지에 대한 응답이다. 일상에서 기본적으로 일어나는 활동은 대체로 안정적인 편으로 보이고, 신체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활동이 적어서 감정조절이나 수면이 조금씩 어려워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좀 더 자세한 분석이 필요하다.
 자녀의 일상생활이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변화가 있는지에 대한 응답이다. 일상에서 기본적으로 일어나는 활동은 대체로 안정적인 편으로 보이고, 신체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활동이 적어서 감정조절이나 수면이 조금씩 어려워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좀 더 자세한 분석이 필요하다.
ⓒ 지석연

관련사진보기


응답한 아동청소년들의 생활양상은 표에서처럼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신체생리적 리듬을 유지하는 활동이나 일상에서 매일 일어나는 자조기술은 안정적인 편이고, 수면을 제외하고는 어려워진 경우보다 더 잘 지내게 된 경우가 더 많았다.

2주간 멈춤 기간을 보낸 뒤 3주 째부터 수면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늘었는데 이를 반영한다고 보인다. 바깥활동은 이전보다 어려워졌다는 응답을 74.3%가, 신체에너지 발산이 더 어려워졌다는 응답을 62.9%가 하였다. 

이 응답결과를 보고 우리는 아이들이 예상보다 안정적인 일상의 루틴(매일 반복되는 규칙적인 활동이나 행동으로 잠들기 루틴, 식사루틴 등 개인마다 가정마다 학교마다 고유한 규칙과 상황에 의해 정해지는 것)을 잘하고 있으며 그 이유는 주된 양육자와 시간을 일정하게 많이 보내기 때문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바깥활동의 어려움과 필요성

바깥활동은 예상보다 잘 하고 있는 자조활동이나 기초활동에 비해 상대적으로 너무 어려워서 2차 조사를 통해 바깥활동이 잘 이뤄지지 않는 이유를 물었다.

이유에는 '휴교 및 어린이집, 복지관 등의 기관 휴원'(77.3%)이 가장 높았고, 그 외에 안전하게 바깥활동을 하기 위한 가이드가 없어 감염이 불안해서(27.3%), 아이가 나가기를 거부해서(22.7%), 아이와 바깥활동이나 신체활동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13.6%), 아이의 에너지를 감당하기 어려워서(13.6%), 기타로 사람 많은 곳을 피하려다 보니, 나가면 쉽게 지쳐서, 모르는 사람에게 다가가서 등이 있었다. 

아동기에는 일반적인 경우라도 보호자 없이 외부 이동하는 것은 어렵거나 불가능한 경우가 많고 바깥 활동은 주로 집에서 밖으로 나갈 목적이 있어야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그 주요 목적이 유치원이나 학교를 가는 것이고, 놀이를 할 목적으로 놀이터를 나가는 것이다.

평소에는 또래들과 놀이나 게임으로, 선생님과 체육활동의 형태로 일상에서 이뤄졌는데 이 활동의 대상과 목적과 일상이 사라졌다. 신체활동이 줄어들면 수면불균형이나 체력저하, 감정조절어려움과 감각추구 행동증가 등의 문제적 양상이 늘어나며, 실제 조사에서도 감정폭발이 늘었고 손을 뜯거나 긁는 등의 행동이 생겼거나 늘어났다고 조사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아이들에게 조직적이고 안전한 바깥활동과 신체에너지 발산을 할 수 있게 돕는 것이 2~3차 아이들의 신체허약, 비만, 감각적 어려움과 활동빈곤, 수면장애 등을 해결하거나 예방하는 데 필요한 지원이라는 분석을 해 본다. 

먹이고 재우고 씻기고 놀아주고 소통해주는 사람이 부모뿐일 때

1차 조사에서 '부모님들은 건강하신가요?'라는 주관식의 질문을 했다. 무수한 답변이 쏟아졌고, 답들을 정리해 보면 약 52% 정도가 양육과 집안일 가중으로 피로와 스트레스로 분류되었다. 더 힘든 경우는 두통과 수면 부족이 생겼다는 경우도 있었다.

반면, 아직 2~3주 정도는 견딜 만 하다는 경우도 30% 정도로 응답하였는데 일부는 지금은 견딜만하지만 장기화되면 부담과 스트레스가 상승할 것 같다는 보고도 있었다.
 
계속 같이 있다보니 아이도 부모에게 화를 내고, 부모도 아이에게 화를 내게 돼요. 
형제자매와 같이 지내다 보니 개별화로 지내기 힘든 상황과, 종일 같이 지내는 부담감.
양육 부담으로 인한 피곤함. 삶이 정지된 느낌. 좀 쳐진 아이에 대한 안쓰러움. 
아이가 집 안에서 무언가를 하는 것이 어렵고 지속시간이 짧아요. 그래서 바깥을 나가는데, 비 오는 날은 밖을 못 나가니까 더 힘드네요. 
모든 것이 멈춰버려서 아이의 더딘 발달에 대한 두려움. 
양육으로 인한 피로, 재택으로 인한 식사 부담감.
아이가 계속 같이 있자고 해서, 아이가 잘 때 겨우 집안일을 할 수 있다.

처음에는 아이들의 건강과 생활이 염려되어 시작한 조사였다. 치료사로서 늘 부모님과는 파트너 같다는 생각을 더 많이 했는데, 조사의 내용을 들여다볼수록 아이들보다는 돌봄자가 더 염려된다.

아이들은 일상의 돌봄을 일정한 사람으로부터 받고 꾸준히 함께 있어서 오히려 일상의 기본생활은 안정적이지만, 늘 먹이고 씻기고 닦아주는 돌봄자가 신체 에너지 발산도 돕고 함께 놀이하는 놀이파트너가 되기는 어렵다. 게다가 학교의 교육은 온라인으로 진행된다면 아이들의 교사라는 역할까지 감당해야 한다. 

게다가 어떤 가정은 다른 자녀도 돌봐야 하고 집안일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배우자의 재택근무도 부담을 가중하니 활동의 빈곤이 아니라, 활동과 역할의 가중으로 정신건강과 수면의 건강 등이 염려되는 상황이다. 지금 장애가 없는 자녀들의 부모도 비슷한 상황이겠지만, 장애가 있거나 발달의 어려움이 있는 자녀의 부모들은 그 부담이 몇 배가 더하게 된다. 

너무 무서운 이야기일 수 있지만, 그래도 이렇게 응답을 해 줄 수 있는 부모들의 경우는 마음의 여유가 있고 여러 방식으로 연결된 사람들이 있을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한 더욱 취약한 상황에 놓인 부모는 극단적인 상태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 돌봄에 대한 극한 부담은 극한 상황으로 이끌 때가 있다. 

부디, 코로나19라는 거대한 한 상황에서 더 약한 계층에 있는 사람들을 한 사람이라도 찾아서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면서 함께 안전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지혜와 지식과 행동이 만들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응답한 조사결과를 사용할 수 있게 동의해주신 소중한 자녀들의 부모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태그:#발달장애, #발달지원, #장애인가족, #코로나19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