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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감염 사태를 재난이라고 합니다. 그 재난의 가장 취약한 고리에 놓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봅니다.[편집자말]
 
 14일 한수원 이사회가 신고리 5·6호기 공사 일시중단을 기습 결정한 가운데 한수원 경주 본사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한수원 경주 본사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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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과 한국남동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동서발전, 한국전력기술, 한전KPS, 한전원자력연료, 한전KDN 등 10개 전력그룹사도 급여 반납에 동참했다.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1년간 급여를 매월 10%씩 반납하고, 처·실장급 직원은 3%씩 내놓는다. 김종갑 한전사장은 "앞으로도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관심을 가지고 사회공헌활동을 적극 추진해 사회적 가치 구현에 앞장서겠다"라고 말했다.

한국수력원자력도 사장 등 본부장급 임원의 경우 4개월간 월 급여 30%를 반납하고 처·실장급 및 부장급 이상 간부 직원 1000여 명은 자발적으로 금액을 결정(1~30%)해 4개월간 급여 일부를 반납할 계획이다. 반납된 급여는 지역 경제 살리기와 취약계층 지원 등에 활용된다고 한다.

정부의 방침에 따라 발전사는 늘 직·간접적으로 국가재난이나 국민적 어려움을 선도하는 역할을 하였고 이 과정에서 많은 노동자들은 임금 반납이라는 것으로 동참해왔다.

분명 공문에는 자유의사라고 명시되어 있지만 공공기관의 특성상 경영평가와 개인역량평가 등을 이유로 조직 분위기를 만들어 갈 것이다. 그런 것을 통해서 현장노동자들에게 임금 반납을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유도하고 있다.

비슷하게 지금 진행 중인 장차관들과 일부 공공기관 간부를 중심으로 하는 임금 반납결정은 실효성 있는 정책이라고 보기가 어렵다. 몇몇 고위간부들이 그렇게 내서 모이는 금액은 실상 얼마 되지도 않는다. 정부가 이런 분위기를 조장하여 공공부문은 물론 전체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양보하라는 의도가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런 흐름은 최저임금 인상과 공공기관 계약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며, 결국 발전소 하청업체와 최저임금 수준인 현장 노동자에게 피해가 돌아올 것이다. 임금동결이나 삭감, 나아가 경영효율성을 강조하며 해고로 이어질 것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과거 2009년과 2013년에 임금인상분과 성과급을 반납하여 청년 일자리 나누기를 한 적이 있었다.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5개 발전사들의 임직원들이 임금의 2∼10%를 자진 반납이라는 형식으로 진행했다. 국정감사 과정에서 불거진 에너지공기업 부채증가와 전력수급 상황에 대한 국민적 불안을 초래한 책임을 통감하고, 자기반성을 통해 새로운 각오를 다지겠다는 명분이었다.

그렇게 반납된 임직원들의 임금으로 2009년에는 청년인턴과 단기 일용전기원을 채용하였다. 2013년에는 반납한 임금을 공익적 목적에 사용함과 동시에 강도 높은 경영쇄신을 통해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고 공기업으로서의 청렴을 유지해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한 본연의 임무를 완수해 나가겠다고 했다. 그렇게 회사가 해야 할 본연의 일들을 임직원의 임금을 반납시켜 진행했다. 하지만 늘어났다고 하는 일자리는 단기 임시 비정규직이었다.

공동체를 위해 서로 어려움을 나누자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 어려움과 고통을 어떻게 분배하고 풀어나가야 할지가 고민되는 건 그간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위기상황에 내놓았던 임금은 비정규직 일자리들을 만들었지만, 역설적으로 발전소에서 생긴 산재사망사고의 대부분은 하청노동자들이었다. 그 중에 한 명이 2018년 12월 10일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이다. 그는 태안화력발전소 어두운 작업장에서 컨베이벨트에 끼어 사망했다.

이 글을 쓰는 오늘, 4월 1일, 김용균의 죽음이 있은 지 479일이 지났다.

여전히 김용균의 동료들과 나는 공공기관인 발전소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이며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이 허용되는 노동자다. 또 다른 누군가의 가족, 친구, 나의 죽음이 예견되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가 하루 이틀 사이 없어지고 금방 다시 좋은 상황이 올 거 같지가 않다. 김용균의 죽음 이후 달라질 거 같았던 발전소는 아직 채 바뀌지 못했는데, 또 다른 어려움이 닥쳐와 우리를 2018년 그때 이전으로 돌려놓을까 두렵다.

발전소 마스크는 이제 바뀌었다. 그러나 정부의 약속은 이행되지 않은 채 코로나19 상황에 임금반납과 삭감, 동결이 밀려오고 있고 위험해도 참고 일하는 상황이 다시 몰려오고 있다.

지금 국민들이 정부와 공공기관에 기대하고 바라는 것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위기대책을 집행하라는 것이며, 죽음의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 최소한의 생계를 지켜줄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가동하라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들이 요구해왔던 공공의료·사회보장, 비정규직 사용 제한 등 공공성강화 요구가 정당했다는 것이 코로나19재난이 매일매일 증명해주고 있다.

우리 발전소 비정규직들은 김용균의 죽음 이후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하려고 싸우고 있다. 진정한 노동존중을 실현해보기도 전에 노동자 시민들에게 일방적 양보부터 강요하고 정부와 발전사의 우월적 지위를 통해 압박하는 일방통행식 대책은 절대 안된다. 굶어죽으나 병 걸려 죽으나 마찬가지라는 이야기가 요즘 떠돌고 있다.

나는 그 말이 농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병 걸려 죽지 않기 위해 우리는 정부가 이야기하는 '물리적 거리두기' '마스크끼고 손씻기' 등을 실천하고 있다. 그런 만큼 우리는 굶어죽지 않기 위해 제대로 된 지원과 권리보장을 요구한다. 일하다가 죽지 않기 위해 죽음의 외주화를 멈추기를 원한다.

발전소 비정규직들의 목소리에 정부가, 발전사가 답하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해당 글을 작성한 이태성님은 김용균재단 회원이자 발전비정규직 노동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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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26일 출범한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입니다. 비정규직없는 세상,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하는 세상을 일구기 위하여 고 김용균노동자의 투쟁을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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