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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척지 개발사업에서 생명의 땅으로. 전쟁과 죽음의 공포 속에서 평화의 갯벌로 되살아난 화성습지. 그래서 긴 여정에 나선 도요새의 마지막 낙원이 된 그곳에 다시 공군 전투기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습지는 생명이다. 그 이야기를 3회에 걸쳐 싣는다.[편집자말]
 
 2019년 11월 방영된 KBS 다큐세상 ‘윤도현의 매향리 연가’ 중 한 장면 (KBS다큐세상 화면 캡쳐)
 2019년 11월 방영된 KBS 다큐세상 ‘윤도현의 매향리 연가’ 중 한 장면 (KBS다큐세상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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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향리 농섬 철새 군무 / 화성습지
 매향리 농섬 철새 군무 / 화성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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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이 먹이 활동을 하는 바다가 있고, 만조가 되면 (화성)방조제를 넘어 습지에서 서식하는 이 자연환경을 잘 보존해야 하는데... 어렵게 돌아온 자연과 삶의 터전, 그래서 더욱 소중히 지키고 싶습니다. 폭탄 소리 들리던 그때로 다시 돌아가는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가수 윤도현씨가 특유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매향리(경기 화성시 고온리)를 노래한다. 윤도현씨의 뒷모습 너머로 매향리 앞바다에 떠 있는 농섬이 지나온 고통을 회상하듯 홀로 낙조를 받아내고 있다. 지난해 11월 방영된 KBS 다큐세상 '윤도현의 매향리 연가' 중 한 장면이다.

농섬은 50년 넘게 미공군 사격훈련장으로 사용됐던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주민들은 지난 2005년 농섬과 함께 갯벌을 되찾았지만, 다시 그 평화가 위협받고 있다. 매향리 갯벌과 연결된 화성습지(화성호 내 화옹지구)에 수원 군 공항(수원 제10전투비행단) 이전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물론 화성시는 수원 군 공항 이전 주장에 전혀 동의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서철모 화성시장은 "화성습지에 화성시의 미래가치가 있으며 과거 경제개발 논리에서 생태환경 보전을 통한 지속 가능한 발전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면서 화성습지의 '람사르협약 습지'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관련기사 보기] 
① "코로나19 창궐 이유? 철새 위한 습지 보호해야"

③ "공항이 버스 정류장도 아니고"... 군 공항 이전 논란, 해법은?

개발에서 보전으로, 패러다임 전환 시도하는 화성시

정한철 화성환경운동연합 교육국장에 따르면, 우리나라 서해는 갯벌이 얕고 내륙 깊이 하천이 드나들어 유기물이 풍부하게 유입된다. 조수간만의 차가 크기 때문에 너른 갯벌이 펼쳐져 있고 각종 수산물이 풍족해 인간과 새들에게 먹이를 공급해 온, "하늘에서 베푼 공짜 식량 창고"다.

그중에서도 화성습지는 도요물떼새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중간기착지다. 호주, 뉴질랜드, 동남아 등에서 월동한 도요물떼새는 생사를 걸고 알래스카·시베리아 등지로 번식을 위해 떠나는 긴 여행 중에 반드시 쉴 곳이 필요하다. 한국을 찾는 도요물떼새만 60여 종에 이르고, 그중 40종가량이 화성습지에서 관찰된다.

도요물떼새뿐만이 아니다. 화성습지에서 관찰되는 '법정 보호' 멸종 위기 또는 천연기념물 조류만 24종이 넘는다. 한국에서 바닷새 조사가 이뤄진 1988년 이후 종수와 개체 수가 가장 많은 연안습지 중 하나로 꼽힌다.
 
 화성호 철새
 화성호 철새
ⓒ 화성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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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습지는 화성호와 화옹지구 간척지, 매향리 갯벌 등을 아우른다. 생물다양성이 높아 2018년 11월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네트워크 서식지'(EAAF Network Site; 국제철새서식지)로 지정되기 전까지 오랫동안 '남양만'으로 불렸다. 다른 만입형 갯벌과 마찬가지로 남양만 역시 대규모 간척사업으로 크게 훼손됐다.

1975~1976년 추진된 서남해안 간척농지 개발사업에 의해 2002년 화성시 서신면 궁평리와 우정읍 매향리를 연결하는 방조제(길이 9.8km)가 완공되면서 인공호수인 화성호가 형성되고, 화옹지구 간척지가 조성됐다. 화성호는 한때 바닷물과 섞이지 않아 '시화호'처럼 수질이 급격히 악화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약 15년간 배수갑문 개폐를 통한 해수 유통을 시행해 왔다.

그 결과 화성호는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 일종의 기수역(염습지)을 이루었다. 특히 대규모 간척사업에도 불구하고 방조제 내외 측 환경이 장시간 안정되면서 내측엔 염습지와 갯벌이, 외측엔 조간대 갯벌이 다시 활기를 찾았다. 도요물떼새를 비롯한 물새들의 먹이를 공급하는 풍부한 어장으로 되살아난 것이다. 정한철 국장은 "갯벌이 생명"이라고 강조한다.

"드넓게 펼쳐진 펄갯벌에는 칠게를 비롯한 각종 게와 고둥, 갯지렁이류가 넘쳐난다. 이들은 지구 생태계를 건강하게 지속하게 한다. 또한, 갯벌 표면의 규조류는 이산화탄소를 이용한 광합성을 통해 자연에 산소를 공급하고, 갯벌 속 생물이 만든 공간은 면적당 지구 최고의 탄소 저장고다. 나아가 갯벌 속 미생물은 인간이 쏟아낸 오염물질도 정화한다."

화성습지는 국제적 철새 희귀종 및 다양한 바닷새의 서식지와 경유지로써 보존가치를 인정받아 지난 2018년 EAAFP(국제철새서식지)에 등재됐다. 화성시는 올해 매향리 일대 갯벌에 대해 국가습지보존지역 지정을 추진한다.

서철모 시장은 "화성습지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 친환경적 경제 성장을 위해 우리가 지키고 보존해야 할 소중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임을 가리키는 척도인 람사르습지에 화성습지를 등재하려는 이유다.

정한철 국장은 "화성습지는 국내 습지보
'람사르습지'란?
람사르습지의 정식 명칭은 '물새 서식지로써 특히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이다. 이 협약에 따라 람사르협회가 전 세계 습지 중 중요성이 인정되는 곳을 지정, 등록하여 보호한다. 독특한 생물지리학적 특정을 가진 곳이나 희귀동식물종의 서식지, 또는 물새 서식지 등이 등록 대상이다.
 
한국은 람사르협회에 1997년 7월 28일 101번째로 가입했다. 한국의 람사르습지는 서울·인천 등 수도권부터 제주 등 남부지방에 이르기까지 전국에 두루 분포했다. 2019년 현재 람사르협회에 등록된 한국 람사르습지는 '대암산 용늪'(1997), 창녕 우포늪(1998), 신안 장도 산지습지(2005), 순천만·보성갯벌(2006) 등 총 23곳이 있다. 서울 한강 밤섬도 2012년 람사르습지에 등재됐다.
호지역 지정 지침 9가지 중 5가지를 충족하고, 람사르습지 선정 요건 역시 3가지를 충족한다"고 말했다. 람사르협약에 따르면, 람사르습지 선정 요건에는 6가지가 있다. 이 가운데 화성습지는 ▲ 2만 마리 이상 대규모 개체가 도래하는가 ▲ 희귀 물새가 서식하는가, ▲ 전 세계 서식하는 물새 종(또는 아종)의 1% 이상이 사는가 등의 요건을 만족한다는 것이다. 람사르습지는 6가지 요건 중 1가지만 충족해도 등재가 가능하다.

화성시는 특히 화성습지와 주변 전곡항, 백미항, 궁평항을 생태관광 거점으로 연결하고, 2026년 1차 개장하는 국제테마파크와 연계해 서해안 해양관광 벨트로 조성할 예정이다.

총선 이슈로 등장한 '군 공항 이전' 논란... 화성시 "생태계 파괴 행위" 반대

이런 가치를 가진 화성습지의 생태계가 또다시 파괴 위협을 받고 있다. 수원시로부터 군 공항 이전을 건의받은 국방부가 2017년 2월 주민 의견 수렴도 없이 화성호 내 화옹지구 간척지를 예비이전 후보지로 지정한 것이다. 수원시는 매향리 일대 갯벌의 습지보존지역 지정도 반대했다.
 
 19일 국회 앞에서 열린 '군공항 이전 특별법 개정 반대 결의대회’에 참석한 서철모 화성시장과 화성시민들
 19일 국회 앞에서 열린 "군공항 이전 특별법 개정 반대 결의대회’에 참석한 서철모 화성시장과 화성시민들
ⓒ 화성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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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최근 4.15 총선을 앞두고 수원 군 공항의 화성 이전 문제가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수원시 지역구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 등 여야 총선 후보들이 앞다퉈 수원 군 공항 화성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화성시의 반대로 군 공항 이전 논의는 모두 중단된 상태지만, 총선 후보들은 마치 군 공항 이전이 당장 가능하다는 식의 과장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화성시는 "화성습지에 공군 전투기지를 세우는 것은 멸종 위기종의 생존을 위협하는 생태계 파괴 행위일 뿐 아니라 주민들의 안전까지 위협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화성시가 반대 입장을 꺾지 않자, 수원시와 총선 후보들은 군 공항을 화성으로 이전하면서 민간공항도 함께 짓는 이른바 민군복합공항(경기남부민간공항) 건설 주장까지 펴고 있다.

이에 대해 화성시는 "인천․김포공항과 1시간 거리에 공항을 추진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며, 국가적 예산 낭비"라고 반박했다. 화성시는 또 "수원시가 화성시 내에 군 공항 이전 홍보관을 설치해 화성시 자치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일부 언론을 동원해 민군통합공항 공세 및 편파 여론조사까지 진행했다"고 성토했다.

윤도현씨의 '매향리 연가'는 이렇게 끝난다. 

"54년 만에 되찾은 평화의 소리, 매향리의 아름다운 생명의 소리가 멈추지 않기를 바라봅니다."
 
[인터뷰] 서철모 "람사르습지 등재 위해 국제사회와 적극 협력"
 
 서철모 화성시장
 서철모 화성시장
ⓒ 화성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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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철모 화성시장은 1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화성습지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친환경적 경제성장을 위해 우리가 지키고 보존해야 할 소중한 자산"이라며 "환경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 바로 도시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서 시장과의 인터뷰 일문일답 요지이다.
 
- 화성시가 수원 군 공항의 화성 이전으로부터 화성습지를 지키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화성습지는 미래 세대에 물려줄 소중한 자산이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기후 변화와 환경 문제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그린뉴딜에 대해 최근 유엔과 국제사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화성습지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친환경적 경제성장을 위해 우리가 지키고 보존해야 할 소중한 자산이다. 갯벌은 오염물질 정화, 이산화탄소 흡수, 온실가스 저감, 재해방지 등 생물 생존에 크게 기여한다. 수도권 미세먼지 저감 효과 및 수도권 약 2,500만 시민이 쉽게 찾을 수 있는 친환경적 생태 관광, 휴식 공간을 제공한다. 미래 세대에게 잠시 빌려 쓰고 있는 소중한 자연을 훼손해서는 안 되며, 미래 세대를 위해서도 화성습지는 반드시 보존해야 한다.
 
또한, 화성습지는 각종 희귀조류 및 저서생물을 포함해 약 9만 7천여 종의 생물이 서식하고 있는 대한민국 생태계의 보고(寶庫)다. 연안습지인 갯벌 1㎢에서 파생되는 경제적 가치는 약 63억 원이다. 산림의 10배, 농경지의 100배의 가치가 있는 생명의 땅이다. 서해안을 대표하는 화성갯벌은 면적 35㎢로 경제적 가치는 약 2,200억 원이다. 화성습지에 화성시의 미래가치가 있으며, 과거 경제개발 논리에서 생태환경 보전을 통한 지속 가능한 발전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 화성습지를 보전하기 위해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나?
"화성습지의 가치 및 인식 제고를 위해 습지보호지역 우수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화성호 걷기 생태트레킹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또한, 지역 생태경제 구축을 위한 생태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화성습지 브랜드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할 것이다. 화성호에 순천 정원박람회장과 같이 그린 인프라를 구축해 수도권 최대 규모의 친환경 사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며 상생하는 공간을 조성하고, 습지보전계획 수립 및 관리체계 확립을 통한 생태환경의 지속 가능한 보전을 위해 노력하겠다. 지역 주민, 환경단체 등과 협력하여 화성습지의 생태적 가치와 보호 당위성도 홍보해 나가겠다.
 
또한, 화성습지의 람사르협약 습지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화성습지는 국제적 철새 희귀종 및 다양한 바닷새의 서식지와 경유지로써 보존가치를 인정받아 2018년 11월 30일 EAAFP(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에 등재됐다. 올해에는 매향리 일대 갯벌에 대해 국가습지보존지역 지정을 추진하고, 2021년에는 람사르협약 습지 등재를 추진한다. 람사르협약 습지 등재 기반 조성을 위해 국제사회와도 적극 협력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오는 6월 한일 NGO 습지포럼과 11월 생물다양성 당사국 총회 등에 참여할 예정이다."
 
- 화성시는 장기발전계획으로 '화성습지', '국제테마파크', '어촌 뉴딜 300'을 연계해 서해안 해양생태 관광거점을 구축할 계획이다. 화성시 발전을 위해 환경의 가치를 이토록 강조하는 이유가 있나?
"환경은 인간의 생존과 발전을 위한 핵심 요소다. 유엔과 전 세계의 화두는 4차 산업혁명에서 그린뉴딜로 정책을 변화하는 것이다. 그린뉴딜은 기후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면서 환경보호에 기반을 둔 경제성장을 추진하는 전략이다. 화성시는 유엔과 전 세계의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에 공감한다. 수소 도시, 환경과 해양자원의 보존, 생물다양성 유지 등을 위해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환경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 바로 도시 경쟁력이다. 화성시가 미래 경쟁력을 갖춘 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자연과 환경을 보존하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화성습지가 있는 서해 앞바다는 생태․문화․관광자원이 풍부해 바다와 자연, 사람이 함께 공존하며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 아울러 시민들은 좀 더 친환경적인 도시, 더 맑은 공기가 있는 도시, 소음이 더 적은 도시를 원하고 있다. 시민들의 삶의 질이 높아져야 도시 경쟁력도 올라가고, 도시 이미지를 친환경적인 도시로 브랜딩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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