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019년 9월 공수처법 설치 등을 요구하는 국회 앞 촛불집회
▲ 국회 앞 촛불집회에서 2019년 9월 공수처법 설치 등을 요구하는 국회 앞 촛불집회
ⓒ 김광철

관련사진보기

 
지난해 공수처법 제정·선거법 개정을 둘러싼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대안신당)와 자유한국당의 싸움을 기억한다. 당시 자유한국당은 국회법 위반 비판에도 상대편 진영 의원들의 법사위 참석을 물리적으로 막고, 공수처법·선거법을 반대했다.

4+1협의체 측에서는 공수처법을 지렛대로 이용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기 위한 대응을 해왔다. 공수처법을 통과시켜야 하는 민주당과 선거법 개정을 관철시켜야 하는 나머지 당들의 협상 결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됐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을 가장 열망했던 정당은 정의당이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바람직하게 운영하는 나라는 독일이라고 생각한다. 독일은 내각책임제 국가인데, 총선에서 과반 의석수를 차지한 정당에 내각을 구성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그러나 독일 국민들은 특정 정당에 대하여 과반 의석을 몰아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기껏 표를 많이 얻어도 40~50% 정도였다. 현재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교민주당(기민당)도 그렇고, 과거 사회민주당(사민당)도 그랬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과반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정당과 연합정부를 구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현재 메르켈이 이끌고 있는 정부는 대연정을 통해 제1당인 기민당과 제2당인 사민당이 공동집권하고 있다. 그러니 이 두 당이 합의를 하면 웬만한 의안을 처리하지 못할 것이 없다. 그러나 독일의 역사에서 대연정보다는 제1당이 적은 의석수를 가진 정당과의 연정을 통해 정부를 구성하는 경우가 잦았다. 

대표적인 예가 동방정책을 통하여 독일 통일을 이끌었던 사민당의 빌리 브란트 총리 때였다. 제1당인 사민당은 당시 8%의 지지를 얻어 의회에 진출한 녹색당과 손을 잡고 연립정부를 구성했다. 당시 녹색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녹색당은 연정의 조건으로 독일에 배치돼 있는 미국의 전술핵무기 철폐와 핵발전소 폐지 등을 통한 에너지 혁명을 요구했다. 사민당이 이를 수용함으로써 소위 이야기하는 '적록연대'가 이뤄진 것이다.

사민당의 노동자·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이나 녹색당의 녹색 정책의 가치가 서로 별반 충돌할 것이 없었기 때문에 연정이 이뤄질 수 있었다. 녹색당은 연립정부를 구성하면서 외무장관과 환경장관 두 자리를 배정받았다. 그리하여 결국 사민당과 녹색당 연립정부는 독일에 배치돼 있는 미국의 전술핵무기의 철수를 이끌어 냈고, 독일 통일을 완성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또한 녹색당이 바라던 핵발전소 폐기를 2022년까지 완결하고 햇빛과 바람을 이용한 지속가능한 자연에너지를 활용한 에너지 정책의 기초를 놓기 시작할 수 있었다.

21대 총선을 맞이한 시점에서 한국의 정치 상황은 어떠한가

자유한국당이 선거법 개정 과정을 보이콧 하면서 4+1 협의체가 어렵사리 합의해 만들어놓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시행과 동시에 삐걱거렸다. 자유한국당이 새로운 보수당 등과 연합해 미래통합당을 창당하고, 그 미래통합당은 총선 공천 과정에서 배제된 현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위성용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을 만들었다. 꼼수라는 비판이 일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민주당은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이 과반 의석수를 점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더불어시민당을 창당하기에 이른다. 덩달아 열린민주당도 생겼다.

과거 안철수 계열은 국민의당을 창당해 지역구 의원 공천은 하지 않고 비례대표 의원만 공천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서 비례대표 의석이라도 확보하려는 열망으로 자그마치 35개의 정당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정치개혁연대에서 촉발된 연합정당 창당 논의 초반부터 참가하지 않겠다고 밝혔던 정의당은 위성정당에 참여하지 않고 지역구와 비례대표 후보를 공천하기에 이르렀다.

미래통합당이 미래한국당을 창당하고 비례대표 후보들을 공천하는 과정에서 한선교 대표는 자신의 공천을 주도하면서 미래통합당이 영입한 인사들을 후순위에 배치해 모 정당의 반발을 샀다. 결국 한선교 대표가 물러나고 비례대표 공천을 다시 하는 촌극을 빗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방식에 의해 비례대표 후보를 냈다가는 비례대표 의석을 많이 잃어 제1당을 내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껴 몇몇 정당과 더불어시민당을 만들어 비례대표 후보를 내게 됐다. 이 과정에서 녹색당, 미래당 등 진보정당들과 갈등이 생기면서 이들 진보정당은 비례위성정당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무엇이 문제인가

이번에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는 다앙한 국민의 목소리가 원내로 진입해야 한다는 데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대양당은 각각 비례위성정당을 만들었다. 그들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 취지를 살렸다면 명분을 챙길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설령 비례대표 의석 몇 석을 놓친다고 해도 다른 개혁세력들이 비례대표 선거에서 의석수를 차지해 더불어민주당과 협력관계를 세울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편으로는, 재야 시민단체들이 중심이 돼 시민연합당 등으로 총선 비례대표 출마자들을 모아 정치를렛폼을 결성해 원외의 작은 정당들이나 시민단체들이 그들의 요구를 모아서 의회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생태주의와 탈핵, 탈탄소 등의 녹색가치와 풀뿌리 민주주의, 페미니즘 등 미래 가치를 내걸고 정치운동을 하는 녹색당은 2012년 창당하여 1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원내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플랫폼을 통한 비례 진출에 대한 당원 투표 등으로 찬성 결정이 많았지만 내부 진통으로 정치 플랫폼에 함께 하지 못한 것을 필자는 아쉽게 생각한다.

현재보다는 소수 국민들의 요구일지라도 국정을 논하는 국회와 지방의회 등에 진출하여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열어가는 정치세력들이 의회에 진출할 수만 있다면 진출하는 디딤돌을 놓아야 하지 않겠는가 생각한다. 이는 청년들의 정치참여를 요구하는 미래당도 그렇고, 노동의 가치방점을 찍는 노동당, 통일문제 등에 중점을 두고 있는 민중당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잘 활용하지 못한 것 같아 역시 아쉬움으로 남는다. 

정치발전을 위해 선거법과 선거방식을 어떻게 개혁해 나가는 것이 좋은가

1) 독일은 8000만 인구에 580여 명의 연방 의원들이 국정을 논의한다. 5000만 국민의 우리나라는 독일과 같은 비율로 의원을 뽑는다면 360명 정도가 되어야 한다. 정의당 등에서는 의원수를 30명 정도 늘리자고 제안하였다. 그리고 세비는 깎자고 하였다. 나는 정의당의 주장이 옳다고 생각한다. 의원수를 늘려야 한다. 지역과 비례가 5:5가 아니어도 3:1 정도로 늘려서 직능적 성격의 비례대표들이 좀 더 많이 의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해서 다양한 국민들의 목소리가 국정에 반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방의회도 마찬가지로 비례를 진출할 수 있는 길을 더 늘려야 한다.

2) 이번 21대 총선이 끝나서 새로 구성되는 국회에서는 이런 논의를 심도 있게 해서 정치발전의 길을 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자유한국당이 선거법 개정을 보이콧할 것이 아니라 새로 구성되는 국회에서는 이런 점을 진지하게 논의해 주기 바란다.

3) 선거법은 게임의 룰이기 때문에 의회 당사자인 국회의원들에게 맞겨 놓을 것이 아니라 시민의 대표들이 나서서 게임의 룰을 정할 수 있는 길을 열어 공정한 선거의 룰을 시민대표들이 결정할 수 있다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책불시민연대' 등의 단체들이 2019년 제헌절 날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촛불 개혁 입법을 조속히 추진하라고 요구하라고 촉구하는 장면
▲ 2019 국회 앞 기자회견 "책불시민연대" 등의 단체들이 2019년 제헌절 날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촛불 개혁 입법을 조속히 추진하라고 요구하라고 촉구하는 장면
ⓒ 김광철

관련사진보기

  
미래가치가 원내로 진출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현재 우리나라의 더불어민주당은 유럽의 중도 우파 정도의 정치적 성향을 갖고 있다고 본다. 유럽에서는 정의당 정도가 중도 또는 중도 좌파 정도의 정치적 포션을 갖고 있고, 현재 의회에 진출하지 못하는 정당들, 녹색, 노동, 통일, 기본소득, 사회적 약자의 복지, 젠더 문제 등 미래가치를 지향하는 정당들이 좌파 정당이라고 본다.

이런 좌파 정당들이 의회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독일 녹색당이 그랬던 것처럼 이런 정치세력들을 다 모아서 '큰 녹색당'으로 나가거나 그것이 어려우면 정치플렛폼을 만들거나 선거연대 등을 통하여 원내에 진입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본다.

그것이 어렵다면 정책에서 우선순위가 다르고 방점이 다르지만 노동의 가치를 중심에 놓고, 녹색 세상 구현을 위해 노력하는 정의당이나 녹색가치를 우선순위에 놓고 있는 녹색당과 적녹연대를 하여 중앙과 지방 선거에 임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물론 쉽지는 않을 것이다. 워낙 정치문화와 당세가 차이가 나기 때문에 쉽지는 않겠지만 원래 정치란 것은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하여 대화하고, 타협하면서 합의점을 찾아나가는 활동이 아닌가 이게 가능하다면 양당의 적극적인 노력이 차기 선거부터는 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총선 결과는 4월 15일 밤이 지나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겠다. 하지만 2016, 2017년에 타올랐던 촛불혁명 이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이번 총선 결과는 앞으로 개헌을 포함한 새 시대를 열어가는 바로미터가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태그:#연동형 비레대표제, #21대 총선, #정치발전, #미래가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전교조 초등위원장,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 회장을 거쳐 현재 초록교육연대 공돋대표를 9년째 해 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울의 혁신학교인 서울신은초등학교에서 교사, 어린이, 학부모 초록동아리를 조직하여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미래, 초록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