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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한 적도 없는 서비스에 가입시키고 이용대금을 받아가는 일부 밴대리점의 행태가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신청한 적도 없는 서비스에 가입시키고 이용대금을 받아가는 일부 밴대리점의 행태가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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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초에 가입한 적 없는 서비스에 자영업자 개인정보를 활용해 가입시키고, 해지하지 않으면 돈을 걷어가는 것은 도둑질이라고 봅니다.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19로 힘든데, 카드수수료도 따박따박 가져가면서 이런 짓까지 한다는 게 너무 황당했습니다."

서울시 용산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아무개(38세, 가명)씨가 지난 14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하소연했다. 그는 "나이 많은 자영업자들은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울 텐데 얼마나 많은 피해자가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0일 이씨가 받은 짧은 문자메시지였다. 

"○○○고객님의 ○○은행 계좌에서 04월 09일 나이스체크 수납용도의 출금이체가 등록됐습니다. 출금이체를 신청한 적이 없으시다면 고객센터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이씨는 "아무 것도 신청한 적이 없었는데 이런 문자가 와서 전화해보니 밴 대리점인 나이스체크가 이전부터 갖고 있던 제 개인정보를 활용해 몰래 출금신청을 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확인하지 않았더라면 무단으로 돈이 빠져나가는 상황이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지난 10일 서울시 용산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아무개(38세, 가명)씨가 받은 문자메시지. 밴 대리점인 나이스체크가 이씨의 동의 없이 출금이체를 등록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지난 10일 서울시 용산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아무개(38세, 가명)씨가 받은 문자메시지. 밴 대리점인 나이스체크가 이씨의 동의 없이 출금이체를 등록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 조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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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할 땐 무상으로 지급한다더니..."

밴(VAN) 대리점은 자영업자 등 카드 가맹점과 카드회사 사이에서 카드전표 매입과 승인중계 업무를 처리하는 밴사의 업무를 대행하는 곳이다. 카드결제 기기 설치와 수리 업무를 병행하면서 가맹점 모집 영업에 나서기도 한다. 나이스체크의 경우 밴사인 나이스정보통신의 여러 대리점 중 하나다. 

그런데 나이스체크가 가맹점주인 이씨의 동의 없이 사업자등록번호와 계좌번호 등을 이용해 은행을 통해 자동이체를 연결했다는 얘기다. 나이스체크가 내세운 출금 명목은 '카드 영수증 종이값'이었다. 

이씨는 "5년 전 계약 당시에는 나이스체크가 영수증 종이를 무상으로 지급하기로 했었는데, 이제 와서 마음대로 이에 대한 이용대금을 출금하려고 한 것"이라며 "직접 항의했더니 회사는 금융당국에서 이제부터 종이값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는 말도 안 되는 얘기를 꺼냈다"고 했다.

계속된 항의에 밴 대리점인 나이스체크는 서비스를 해지해주겠다고 먼저 제안했다. 그는 "회사는 문자메시지로 '해지'라고 통보해주면 해지 처리가 된다고 했다"며 "그런데 애초에 신청하지 않은 서비스를 왜 해지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나이스체크의 안내대로 문자메시지를 통해 서비스를 해지했지만, 제대로 처리된 것인지 확인할 길은 없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이에 대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고, 경찰에 신고할 것을 권고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이에 대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고, 경찰에 신고할 것을 권고했다.
ⓒ 조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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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전화라도 해보지, 어르신들은..."

그는 찝찝한 마음에 한국인터넷진흥원을 찾아 나이스체크가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것은 아닌지 알아봤다.

'회사가 당초 개인정보를 수집한 목적 외로 동의 없이 이를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했다면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이는 형사절차에 의해 처벌될 수 있는 사안'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와 함께 인터넷진흥원은 이를 경찰에 신고할 것을 권고했다. 

이씨는 "저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에 전화도 해보고 해지 신청도 했지만, 나이 드신 자영업자들은 그냥 넘길 수도 있고 자동으로 돈이 빠져나가도 잘 모를 수 있다"며 분노했다. 이어 그의 말이다.

"솔직히 밴사나 밴 대리점이나 하는 것도 없으면서 돈만 꼬박꼬박 가져가지 않습니까? 자영업자들 요즘 많이 힘듭니다. 저희도 코로나19 이후로 매출이 엄청나게 떨어졌어요. 최근에는 정책지원자금, 코로나19 대출도 받은 상황이에요. 등쳐먹을 사람이 따로 있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에 대해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밴 대리점이 미리 이메일이나 문서 등을 갖춰 서비스 사용에 대한 동의를 구한 뒤 자동이체 연결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밴 대리점이 자신들의 수익 감소를 자영업자에 떠넘긴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자영업자 입장에선 수긍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나이스체크 측에 여러 차례 전화를 시도했지만 "밝힐 입장이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태그:#나이스체크, #밴대리점, #자영업자, #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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