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20일 과천 방통위에서 열린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20일 과천 방통위에서 열린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방송통신위원회(아래 방통위)가 TV조선과 채널A에 조건부 재승인 결정을 내린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20일 전체회의를 연 방통위는 TV조선, 채널A에 각각 4년, 3년의 유효기간을 주고 조건부 재승인을 의결했다. 방통위는 "조건을 미이행하거나 진술 내용이 사실과 다를 경우 재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당초 방통위는 지난 3월 26일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 편성·보도의 독립성 강화 등을 위한 계획을 확인한 후 재승인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보류했다. 두 방송사 모두 재승인 기준점수 650점을 넘겼지만 "방송의 공적 책임·공정성의 실현 가능성" 항목의 점수가 낮아 재승인이 미뤄졌다. TV조선은 해당 항목에서 210점 중 104.1점을 받아 50%를 넘기지 못했으며 채널A는 109.6점을 받아 겨우 과락을 면했다.

2011년 첫 출범한 종합편성채널들은 올해 세 번째 재승인을 받는다. TV조선은 지난 2014년에도, 2017년에도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2017년에는 재승인 기준점수 650점에 못 미치는 625.13점을 받았지만 방송 품격제고, 심의 법정제재 매년 4건 이하로 감소, 법정 제재받은 진행자 및 출연자의 출연정지 등의 조건을 걸고 재승인에 성공했다. 

채널A는 이전 재승인 심사기간 중 650점에 미달된 적은 없었지만 이번 재승인 결정을 앞두고 법조 기자와 현직 검찰 간부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뒷조사에 관여하는 등 긴밀한 유착관계를 형성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방통위는 이후 이 사건에서 심각한 취재윤리 위반이 발견되면 재승인이 취소될 수도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청와대 국민청원 2주 만에 25만 명 이상 동의

TV조선을 비롯한 종편 채널들이 매번 개선안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음에도 재승인 심사를 무사 통과하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 재승인 여부 결정을 앞두고 올라온 '채널A와 TV조선의 재승인을 취소하라' 청와대 국민청원은 2주 만에 2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김서중 상임공동대표(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21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방통위가 재승인을 거부하지 않은 것은 제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김 대표는 앞서 3월 방통위 심사위원회에서도 TV조선의 재승인 거부 의견이 나온 것을 언급하며 "TV조선은 이전부터 시민 사회와 학계에서도 방송으로서 품위를 지키지 못하거나 특정한 정치 성향에 따라 편파·왜곡 보도를 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재승인이 거부돼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어 채널A의 검언 유착에 대해서도 "채널A 기자의 행위도 당연히 잘못됐지만, 이게 과연 그 기자만의 일인지, 더 나아가서 방송사 윗선의 개입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 이런 의혹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재승인은 이르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승인 결정을 앞두고 방통위가 재승인을 거부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올해로 종합편성채널들이 출범 10주년을 맞은 만큼 방통위가 재승인 거부 결정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조항제 부산대 신문방송학 교수 역시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방송사의 재승인을 거부한다는 게 방통위에겐 쉽지 않은 일이다. 정권 차원에서도 상당한 부담이 됐을 것이다"라며 "더구나 TV조선은 과락한 항목이 있었고, 채널A는 '검언 유착' 문제가 불거졌으니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정책당국으로서는 잘 피해가려고 한 게 아닌가 싶다"라고 이번 조건부 재승인 결정을 분석했다.

반면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 교수는 "재승인 제도는 방송이 지속적으로 공정성을 담보하지 않았을 때 책임을 지게 만들겠다는 제도다. 방송사의 왜곡·편파 방송 또는 불공정한 방송을 막기 위한 절차이고 지극히 상식적인 제도다"라며 "방통위가 그 본령의 취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여기에 왜 정치적 판단이 들어가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재승인 심사의 실효성이 완전히 무너졌다고 생각한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뉴스와 시사보도 하니까 승인 대상 사업자인 것"
 
 허욱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이 20일 과천 방통위에서 열린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2020.4.20

허욱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이 20일 과천 방통위에서 열린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일각에선 TV조선이 최근 <내일은 미스트롯> <내일은 미스터트롯> 시리즈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채널A에서도 <하트시그널> <아내의 맛> 등 여러 인기 예능 프로그램이 탄생하면서 이들이 종합편성채널 사업자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옹호론을 내놓기도 했다. 김석진 방통위 부위원장 역시 지난 2월 재승인 심사를 앞두고 <미스터 트롯> 등을 언급하며 두 방송사를 칭찬한 바 있다.

김서중 대표는 이에 대해 "종편이 승인 절차를 거치는 이유는 뉴스, 시사보도 때문이다. 예능오락 프로그램만 방송하는 사업자들은 심사를 받지도 않는다. 등록만 하면 된다. 뉴스와 시사보도를 하니까 승인 대상 사업자인 것이다"라며 "TV조선이 재승인을 거부 당했으면 등록 사업자가 돼 <미스터 트롯> 방송을 계속하면 된다.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방통위 부위원장이) 기존 사업자의 처지에서 이 사안을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방송통신위원회에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조항제 교수는 이 모든 문제는 결국 2010년 방통위가 4개의 종합편성채널을 허가해주면서부터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방통위가 종편 사업자 선정을 하기 전에 2, 3개 아니겠느냐는 예상이 많았다. 그런데 4개를 모두 허용해줬다. 당시 정책적인 결정을 해서 시장을 엉망으로 만든 것이다. 최근 종편에서 불거져 나온 문제들을 통해 그 판단이 무리였다는 게 증명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재승인 결정으로 정치적 갈등은 피해갔으나 종편이 갖고 있는 숙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편향된 방송으로 사람들을 자극하는 것은 현재 종편의 장사법이다. 종편이라는 염증을 도려내지 않으면 곧 또 다시 염증이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송통신위원회 종합편성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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