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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통근버스 노동자가 원청회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대법원이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23일 금속법률원(법무법인 여는)과 전국금속노동조합 웰리브지회에 따르면, 한 운전노동자가 대우조선해양의 버스수송 등을 맡고 있는 업체인 ㈜웰리브를 상대로 냈던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판결 파기환송 판결'을 받아냈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가 지난 9일 했던 판결이다.

1심과 항소심인 부산고등법원은 운전직이 웰리브(원청업체) 소속이 아니라 도급업체(웰리브수송) 소속으로 도급업체가 노조와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했지만, 대법원은 이 판단이 잘못됐다며 '원심 파기'한 것이다. 웰리브는 대우조선해양의 자회사로 출발했다가 매각되어 지금은 독립법인이다.

대법원은 운전직들이 도급업체(웰리브수송)가 아니라 원청업체(웰리브)와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한다고 본 것이다. '묵시적 근로관계'가 인정된 사례가 많지 않은 가운데 나온 상고심 판결이라 관심을 끈다.
  
대우조선해양 자회사인 웰리브의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웰리브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소송 상고심에서 승소했다. 사진은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웰리브지회가 2018년 9월 11일 하루 파업하고 집회를 열었을 때 모습.
 대우조선해양 자회사인 웰리브의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웰리브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소송 상고심에서 승소했다. 사진은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웰리브지회가 2018년 9월 11일 하루 파업하고 집회를 열었을 때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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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웰리브투어, 2015년 웰리브수송 이어져

웰리브는 대우조선해양의 단체급식과 수송, 시설물유지관리, 경비 등의 업무를 도급해 왔고, 이 업체의 직원인 최아무개씨가 2007년 '웰리브투어'를 설립해, 웰리브와 수송업무 도급계약을 맺었고, 운전직들은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다가 2015년 웰리브 직원 김아무개씨가 웰리브투어를 포괄양수하는 계약을 체결해 '웰리브수송'을 설립해 운전직과 근로관계 승계를 했다.

도급업체 운영자인 최씨와 김씨는 웰리브 직원이었다. 최아무개씨는 웰리브의 '직원 정보' 전산망에 '수송지원팀장'으로 표기되어 있었다. 최씨는 2014년 말 정년퇴직했지만 2015년 1월 촉탁직으로 다시 채용되었다.

웰리브수송 운영자(김아무개) 역시 사실상 웰리브 직원이었고, 웰리브는 웰리브수송 직원들의 채용, 근태관리, 징계 등에 관여하고 구체적인 작업지시나 지휘‧감독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했다.

또 웰리브는 웰리브수송 운전직의 임금 등 제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대법원은 보았다.

대법원은 "웰리브는 2014년경 웰리브투어의 직원이던 운전직에게 출장비 명목의 일비를 웰리브 명의 계좌에서 급여계좌로 직접 지급하였고, 취업규칙은 설‧추석 상여금의 지급 여부 등에 관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의 전체 내용이 매우 유사하다"고 판단했다.

또 대법원은 "웰리브수송의 운영이나 업무 처리 과정에서 독자성이 없거나 웰리브에 밀접하게 의존한 부분이 있다"며 "웰리브는 협력업체 직원 채용 안내와 교육을 통합적으로 실시하고, 웰리브수송 직원들이 웰리브 임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상조회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고 했다.

웰리브수송은 사무실과 버스도 독자성을 갖지 못했다. 대법원은 "웰리브수송의 사무실은 소유권이 웰리브수송의 운영자가 아니라 대우조선해양에 있고, 웰리브가 임차해서 다시 웰리브수송에 임대하는 형식으로 제공되었다"고 했다.

버스에 대해, 대법원은 "웰리브수송의 핵심 업무인 수송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버스 등 수십대의 차량은 대우조선해양이나 웰리브, ㈜대우투어 등의 소유물일 뿐, 웰리브수송은 사업경영상 필요한 물적 시설이나 자산 대부분을 독자적 또는 독립적으로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웰리브수송은 형식적으로 웰리브와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소속 근로자로부터 노무를 제공받아 사업을 수행한 것과 같은 외관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업무수행의 독자성이나 사업경영의 독립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웰리브의 일개 사업부서로서 기능하거나 노무대행기관의 역할을 수행하였을 뿐이고, 오히려 웰리브가 수송직원으로부터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받고, 임금을 포함한 제반 근로조건을 정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원고(수송직원)와 피고(웰리브) 사이에는 피고가 원고를 직접 채용한 것과 같은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되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항소심인 부산고법에서는 "웰리브수송이 사업주로서 독자성이 없거나 독립성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존재가 형식적, 묵시적인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와 피고 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되었다"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원심판결에는 외형상 도급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그 수급인의 근로자와 명목상의 도급인 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있는 것으로 평가하여야 할 근로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해 자유중심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있다"고 판결했다.

"묵시적 근로계약관계 법리 자체 적용 사례 의미"

노동자들을 대신해 법정에서 싸운 금속법률원 김두현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웰리브수송은 독자성이 없고 웰리브의 노무대행기관에 불과하므로, 웰리브가 하청인 웰리브수송 노동자의 직접 사용자라고 판결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묵시적 근로계약관계 법리 자체는 기존에 있던 것이지만, 이걸 인용한 판결은 거의 없었던 점에서 의미가 있고, 웰리브지회의 단체교섭 상대방으로 소사장제 재하청업체가 아닌 웰리브가 직접 나와야 할 것인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특히 웰리브가 직접 사용자로 인정되었으므로, 웰리브지회는 단체교섭시 하청인 웰리브수송이 아니라 웰리브가 직접 나와서 교섭하고 단협을 체결해야 하는 당사자가 되었다"고 했다.

그는 "웰리브의 나머지 하청(웰리브푸드 등)도 웰리브수송과 유사한 구조라는 점을 고려하면, 웰리브푸드 역시 원청인 웰리브가 직접 교섭에 나서라고 요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태그:#대우조선해양, #대법원, #웰리브, #금속노조, #원심파기환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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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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