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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대학교 근처 카페에서 인터뷰한 호사카 유지 교수
 세종대학교 근처 카페에서 인터뷰한 호사카 유지 교수
ⓒ 김성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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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넘게 한일관계를 연구해 온 학자이자 독도 전문가로 알려진 호사카 유지 세종대학교 교수가 최근 <신친일파>라는 책을 펴냈다. 지난해 출간돼 파문을 일으킨 책 <반일 종족주의>의 내용을 반박하기 위해서다. 그는 작심하고 쓴 <신친일파>에서 일본 극우파의 주장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는 한국 내 '신친일파'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지난 24일 저녁 세종대 인근의 한 카페에서 호사카 유지 교수를 만났다. 다음은 호사카 교수와 나눈 이야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신친일파들의 논리 따르는 대중들 늘어나, 무섭다"

- 교수님께서는 꾸준히 '신친일파'를 언급하며 이들의 행보를 비판하였습니다. 이번에 집필한 책 제목도 <신친일파>인데 이 책을 내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이번에 <신친일파>를 출간하게 된 계기는 아무래도 작년에 출간 되었던 <반일 종족주의> 때문입니다. 그 책이 작년 베스트셀러 중 하나였죠. 일본에서도 30~40만부 가까이 판매 되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점은 그 책 안에 있는 내용들을 공감하는 한국인이 많다는 점입니다. 

저도 한일관계를 연구하는 학자의 한사람으로서 안 읽어볼 수는 없었습니다. 하나하나 팩트체크를 하며 읽어보니 너무나도 거짓된 내용이 많았습니다. '신친일파'들의 가장 큰 목적은 대중들의 생각을 '친일적'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저는 학자로서 대중들에게 잘못된 역사가 아닌 사실을 정확히 밝힐 의무가 있습니다. 그래서 <신친일파>를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 책 출간 후 주변 반응은 어떻습니까?
"반응이 매우 뜨겁습니다. 며칠 전 어떤 변호사 분이 너무 감명 깊게 읽었다고 저의 연구실에 편지를 보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도 사람이기에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또 페이스북에서 많은 시민들이 <신친일파> 인증샷을 올리며 많은 호응을 해주십니다. 그런 분들의 응원은 한일관계를 연구하는 학자로서 늘 감사하고 큰 힘이 됩니다. 며칠 전 TBS <뉴스공장>에 출연했을 때 김어준 총수에게도 <신친일파> 한권을 선물해드렸습니다. 많은 분들이 제 책을 읽고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쳤으면 좋겠습니다."

- 친일파와 신친일파에 대해서 궁금합니다.
"먼저 일본은 러일전쟁 이후부터 꾸준히 친일파를 양성하였습니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친일파로는 최남선과 이광수가 있죠. 그들은 스스로 친일파가 되었다기보다는 일본에 의해 친일파가 된 케이스입니다. 제가 주장하는 신친일파는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가 된 이후부터 친일파가 된 사람들입니다. 그들의 주장은 '1965년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는데 한국이 딴소리를 하며 돈을 요구한다'는 것입니다.

잘못된 주장입니다. 일본은 당시 식민 지배에 대해 어떠한 사과도 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1965년 한일협정을 맺은 박정희 정권의 판단이 두고두고 아쉽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는 점은 일본은 식민지배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죠. 

또 신친일파들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도 문재인 정부가 파기하였다며 굉장히 정치적으로 행동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했을 뿐 한일 위안부 합의를 파기한 적이 없습니다. 한일 위안부 합의와 한국 대법원의 2018년 강제징용 배상판결에도 일본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며 정치적인 메시지를 내고 있습니다.

가장 무서운 점은 신친일파들이 일반 대중들의 생각을 서서히 지배하며 침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들만의 논리를 따르는 대중들이 꽤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걱정입니다. 이전처럼 강압적으로 친일파를 양성하는 시대는 끝났기에 그들도 그들만의 논리로 유튜브와 책을 통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꽤 많은 대중들이 그들에게 협력하며 그들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들의 주장을 반박하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학자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하기에 많은 활동을 하고 있죠.(웃음)"
 
 호사카유지 교수의 신간 「신친일파」
 호사카유지 교수의 신간 「신친일파」
ⓒ 봄이아트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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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정치 무관심, 끔찍한 결과 가져와"

- 한국 극우와 일본 극우가 같은 맥락으로 주장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해방 후 친일청산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이죠. 친일 행적을 덮기 위해 반공주의로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승만이 남한 단독정부 수립을 주장했을 때만 하더라도 당시 사회적인 분위기와 시대정신은 '친일척결'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반민특위도 만들게 되었죠.

하지만 이승만이 대통령이 된 이후 국민들의 기대와 시대정신을 저버리고 반소·반공을 외치게 됩니다. 바로 그 유명한 '뭉쳐야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는 말이죠. 이승만의 반소·반공주의는 한국인들의 인식을 바꾸게 됩니다. 냉전시대 이전에 우리나라는 충분히 친일청산을 할 수 있었으나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제 생각에는 그때부터 한국보수는 친일청산을 사실상 외면하였다고 봐요. 또 일본의 경우에도 패전 이후 극우파 청산을 실패하였습니다. 그 중심에는 맥아더 장군이 있습니다. 맥아더의 방침으로 야스쿠니 신사를 방치하고 일왕, 그리고 꽤 많은 A급 전범들도 석방하게 됩니다. 그러한 점에서 일본은 독일의 나치청산과 같은 소중한 기회를 잃게 되었죠."

- 고노담화는 한일관계에 있어서 중요한 역사적 사건입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후 일본은 더욱더 우경화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고노담화 이후 일본의 극우파들이 위기감을 느낀 것이 사실이죠. 극우파들은 위안부 제도와 강제징용 제도를 만든 장본인들이자 후예들입니다. 고노담화 자체를 굴욕적이며 거짓으로 매도된 담화라며 프레임을 씌웠습니다. 무엇보다 일본 정치권에는 고노담화를 계승해야 할 세력이 없습니다.

극우파가 꽤 많이 의회를 장악하였고, 그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치부와 전쟁 범죄를 덮어야하기 때문이죠. 그 결과 아베정권은 고노담화를 검증한다는 이유로 사문서화 시켜버렸습니다. 형식적으로만 고노담화를 계승하는 것일 뿐, 사실상 계승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안타까운 점은 일본에서 자민당을 견제하던 세력인 사회당의 몰락입니다. 자민당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세력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아쉬움이기도 하죠. 아무리 일본에서 올바른 소리가 나와도 대중화되지 못하는 이유는 일본 국민의 정치 무관심, 진보세력의 몰락입니다. 자민당의 선거전략 또한 '국민의 정치 무관심'입니다.

'일본은 정치에 관심 없어도 즐겁게 생활할 수 있는 나라'라는 프레임을 만들었고 일본 국민들 또한 '정치에 관심을 가지면 머리가 아프다'라는 보편적인 인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게 바로 아베 정권의 가장 큰 목적이자 자민당의 '선거전략'입니다. 일본 국민의 정치 무관심은 정말 무섭고도 끔찍한 결과를 가져왔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 그렇다면 교수님이 신친일파와 맞서 싸우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신친일파들에게 개인적인 감정은 전혀 없습니다. 단지 그들이 하는 거짓말과 위선이 싫은 것입니다. 예를 들면 '강제징용이 아니다, 일본인과 조선인들은 동등한 대우를 받았다', '한국사회는 거짓말 사회다' 등 어처구니없는 주장들을 내놓으며 자신들의 논리를 정당화하는 것을 학자로서 바로 잡아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죠. 사실 학자로서 양심도 있지만 참을 수 없는 분노도 있습니다. 용납할 수 없는 그들의 주장을 정확한 논리로 비판해야 할 사람이 꼭 필요합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단지 무시하고 가만히 놔두면 그들의 주장이 많은 대중들의 생각을 지배하게 될 수 있습니다. 신친일파들의 주장을 정확히 극복하지 않으면 훗날 꽤 많은 신친일파가 양성돼 우리사회의 보편적인 인식으로 자리 잡을 수도 있습니다. 한국인의 정체성 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저와 같은 학자들이 보다 많은 대중들이 그들의 거짓 프레임에 속지 않도록, 또 정확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그래서 저는 피하지 않고 정공법을 택했죠.(웃음)"
 
방긋 웃고있는 호사카 유지 교수님 .
▲ 방긋 웃고있는 호사카 유지 교수님 .
ⓒ 김성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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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연구한 한일관계, 더 좋은 사회 만드는 데 환원해야"

- 제가 생각했을 때 교수님은 메신저의 역할을 하고 있는 듯합니다.
"네, 맞습니다. 학자들은 연구가 직업이죠. 그렇다면 '학문 연구를 어떻게 대중들에게 전달하느냐'에 대한 고민이 늘 있습니다. 이공계 학자들의 연구는 많은 부분이 사회에 환원되죠. 예를 들면 의학 발달로 난치병 해결 등 사회와 굉장히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인문사회학의 연구와 논문들은 연구실에서 끝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꼭 이공계와 인문사회학을 나누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학문의 가장 큰 목적은 사회 환원이어야 합니다. 제가 평생 연구한 한일관계 문제에 있어서도 제 연구실에서만 끝날 것이 아니라 보다 더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환원되도록 노력해야합니다. 대중강연을 통해 스스로가 메신저가 되어 환원할 수 있는 방법도 있고, 또 오늘처럼 인터뷰를 통해 기자님이 저의 메신저가 되어 제 생각과 주장들을 대중들에게 알릴 수도 있죠. 방법은 여러가지입니다."

-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일본에서도 제가 출간한 책들이 꽤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고, <신친일파>도 일본판으로 곧 출간 될 예정입니다. 제가 일본에도 책을 출간한 후 한일관계에 대해 역사적 사실을 알게 되었다며 칭찬하는 일본인들도 많아졌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역사적 사실 앞에서는 거짓에 맞서 정확하게 대응해야합니다.

일본에서도 저의 '정공법'이 통했다고 봅니다. 최근 저에 관한 일본 보도 중에서 '한국에서 정식으로 인정받은 일본계 한국인이다'라는 기사를 흥미롭게 보았습니다. 이전에는 극우언론에서 저의 말들을 왜곡하며 제가 하지도 않은 말을 기사화하는 곳도 많았으나 최근에는 양심적인 일본언론들의 인터뷰 요청도 꽤 많아졌습니다.

또 '한국에서 인정받은 일본계는 교수님 밖에 없다, 한일관계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사람이다'라며 많은 일본인들이 저를 응원해줍니다. 저는 학자로서 열심히 연구하고 또 학문연구를 통해 보다 더 좋은 사회, 보다 더 나은 한일관계를 만들고 싶습니다. 단 절대 사악한 목적을 갖지 않도록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학자가 되고 싶습니다."

신친일파

호사카 유지 (지은이), 봄이아트북스(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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