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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채택된 리우선언은 지구환경 보존을 위한 방향과 원칙을 천명한 선언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 중 제10원칙은 환경정보의 이용과 의사결정 과정의 참여, 사법적 절차의 이용 등 절차적 정의에 해당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환경 문제는 연관된 모든 시민들이 적절한 수준으로 참여했을 때 가장 잘 처리 된다"고 단언하여 환경문제에 있어 시민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국내에서는 이러한 개념이 환경정책기본법에 환경정의 개념으로 명시되면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환경민주주의'는 환경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권리, 환경의사 결정에 의미 있게 참여할 수 있는 권리 그리고 환경문제에 대하여 소송을 제기하고 문제가 있는 정책이나 개발 계획에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권리를 시민의 권리로 제시하는 개념으로 절차적 환경정의 실현을 위한 핵심 권리를 잘 보여주고 있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우리사회의 환경민주주의 진단

지난해 환경정의연구소는 세계자원연구소(WRI)와 액서스이니셔티브(TAI)가 개발한 환경민주주의 지표(Environmental Democracy Index: EDI)를 활용하여 개별 법률에서 환경민주주의를 얼마나 보장하고 있는지 우리 사회의 환경민주주의 수준을 평가하여 총점 3점 만점에 1.48점, 세계 71개국 중 35위의 결과를 발표하였다.

법률의 보장 정도에 대한 평가와 함께 현장에서 활동하는 환경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체감하는 우리나라의 환경민주주의 수준을 설문조사를 통해 진단하였다. 2019년 10월 30일부터 약 20일 동안 환경 분야 시민단체 활동가 101명이 참여하였고, 환경민주주의 3대 범주별 문항으로 구성된 온라인 평가와 통계분석을 거쳐 최종 점수를 발표하였다.

환경정보 접근성에 대한 평가에서 환경활동가들은 국내 환경정보시스템과 정보공개청구제도 등을 통한 환경정보 접근권 보장 수준을 10점 만점에 3.64점으로 평가하였다. 특히 평가 설문 응답자의 90.4%가 정보취약계층을 위한 정보 접근권이 부족하다고 평가하였다.

환경정보에는 생명안전과 관련된 정보가 많아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필요한 주민에게 적절한 방법으로 전달되어야 하지만, 이주민, 노인 등 정보취약계층이 정보 습득에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평가되었다. 정보취약계층이 환경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언어와 정보 전달 방법 등을 개선해야 하는 점은 '환경정보 접근권' 보장을 위한 우선 순위 문제로 드러났다.
 
환경정보 접근성에 대한 평가에서 응답자의 90.4%가 정보취약계층이 환경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평가하였다.
▲ 정보접근권 평가 환경정보 접근성에 대한 평가에서 응답자의 90.4%가 정보취약계층이 환경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평가하였다.
ⓒ 환경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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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시민환경단체 활동가들 64.9%가 정보공개청구제도가 도움이 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실제로 정보공개청구를 경험할 활동가의 56.3%는 정보공개청구로 받은 정보에 대하여는 불만족스럽다고 평가하였다. 그 이유로 공개결정은 되었지만 원하는 정보가 아니거나(40%), 영업상 비밀로 비공개 결정이 된 경우가 가장 많았고, 비공개 결정 통보를 받은 92%는 비공개 사유에 대하여 수긍할 수 없었다고 응답해 정보공개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보완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정보공개청구로 받은 정보에 대하여 56.3%가 불만족 스럽다고 답하였다.
▲ 정보공개 만족도 정보공개청구로 받은 정보에 대하여 56.3%가 불만족 스럽다고 답하였다.
ⓒ 환경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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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는 하라는데 의견은 결정에 반영되지 않아

환경의사결정에서의 공공의 참여는 정보 접근권 보장 부문보다 더 낮은 10점 만점에 3.30점으로 평가되었다. 설문에 답한 활동가의 80%이상이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시민사회의 참여가 보장되고 있지 않다고 평가함으로써 제도 운영에 대해 상당한 불신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환경영향평가에 참여해 본 활동가들은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공청회도 주민들의 의견을 제대로 듣지 않고 요식행위로 치르면서 일방적으로 평가가 진행되는 문제를 공통적으로 지적하였다. 또한 지자체의 환경거버넌스는 정책 형성이나 결정단계에서 참여가 어느 정도 보장은 되고 있으나 시민사회의 의견이 실제 정책에 제대로 반영되고 있지는 못하다고 지적하였다.

환경영향평가에서 주민 의견수렴 기회나 지자체의 환경거버넌스 등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도적으로는 일부 마련하였지만, 실제로 참여한 시민들의 의견이 정책결정에 반영 되는 수준에는 아직도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활동가 93.6%가 찬성하는 환경단체소송제도, 왜 필요할까?

환경활동가들은 우리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환경사법제도에 대한 평가에서 10점 만점에 2.97점으로 환경민주주의 세 평가 부문 중에 가장 낮은 평가를 하였다. 특히 환경오염피해구제제도의 실효성 문제를 가장 많이 지적하였는데, 환경성 질환 입증의 어려움(49.2%)을 제도의 문제점으로 가장 크게 느끼고 있었고, 환경분쟁조정제도는 지나치게 긴 소요 시간(31.5%)과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대한 신뢰도(27.8%)를 문제로 느끼고 있었다.

환경소송의 경우 피해 사실 입증 책임의 어려움(36.4%)과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원고 자격을 인정받기 어려운 점 (20.5%)을 문제로 지적하였다. 환경소송의 문제점 중 하나로 지적된 원고적격 문제에 대하여 활동가들은 93.6%가 환경공익 소송에서 환경단체의 원고적격을 인정하는 '환경단체 소송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답해 환경문제가 발생한 현장에서 법적 대응을 하는 활동가들이 소송을 제기할 때 겪은 어려움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환경사법 접근권 평가에서 환경오염피해 구제제도의 효과에 대하여 낮은 평가를 하였다.
▲ 사법적 접근권 환경사법 접근권 평가에서 환경오염피해 구제제도의 효과에 대하여 낮은 평가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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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자의 93.6%가 공익소송에서 환경단체의 원고적격을 인정하는 환경단체소송제도가 필요하다고 응답하였다.
▲ 환경단체소송제도 도입 필요성 응답자의 93.6%가 공익소송에서 환경단체의 원고적격을 인정하는 환경단체소송제도가 필요하다고 응답하였다.
ⓒ 환경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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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활동가들이 평가를 통해 정보접근권 강화를 위해 생명안전 관련 정보의 비공개 남용을 제한하는 제도적 개선을, 사법적 접근권 보장을 위해 환경단체의 원고자격 부여와 인과관계 입증 책임 완화를, 의사결정 참여권 보장을 위해 취약한 법제도 기반을 개선하여 시민 의견 청취의 수준에서 멈출 것이 아니라 의사결정에 시민의 의견이 실제 반영될 수 있도록 개선되어야 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환경민주주의 평가는 환경정책기본법 제2조 제2항에 선언적으로 명시된 환경정의 개념을 실현 가능한 보다 구체적인 법률과 제도로 만들어 가야할 실천 과제를 시사하고 있다. 이제 국민의 선택을 받아 새롭게 구성될 21대 국회에서 환경 이슈의 현장에서 제기하고 있는 문제에 귀 기울이고 법률과 제도의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우리나라의 환경민주주의 수준을 한 단계 발전시키고 환경정의 실현을 위해 나서주기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환경정의 홈페이지에도 기고됩니다.


태그:#환경민주주의, #환경정의, #환경정보 접근권, #환경의사결정 참여권, #환경사법 접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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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여성, 어린이, 저소득층 및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나타나는 환경불평등문제를 다룹니다. 더불어 국가간 인종간 환경불평등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정의(justice)의 시각에서 환경문제를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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