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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베 신조 일본 총리(오른쪽 두번째)가 지난 7일 도쿄의 총리관저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본부 회의에서 도쿄도 등 7개 광역지자체를 대상으로 긴급사태를 선언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오른쪽 두번째)가 지난 7일 도쿄의 총리관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책본부 회의에서 도쿄도 등 7개 광역지자체를 대상으로 긴급사태를 선언하고 있다.
ⓒ 연합=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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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관부서와 상의도 없이 일사천리 진행

'아베노마스크'를 둘러싼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일본 정부가 총예산규모 466억엔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구당 천마스크 2매 배부' 정책을 결정했던 3월 중순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아베 신조 총리는 마스크 수급부족 사태가 계속되고 있어 세탁 후 재사용이 가능한 천마스크를 배포하겠다고 발표했다. 3월초 전국일제휴교 요청을 내린 상황과 비슷하다. 휴교요청 당시 교육소관 부서인 문부과학성이 깜짝 놀랐던 것처럼 이번에는 후생노동성이 허둥지둥댔다. 사전조율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됐다는 뜻이다.

하지만 아베노마스크 정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예산도 금방 책정됐다. 가구당 겨우 2매 지급이라는 것과 우스꽝스럽게 작은 크기 문제로 숱한 패러디를 낳았고 지금도 여전히 저품질 등을 이유로 비판받고 있지만, 아무 것도 안하는 것보단 낫다는 의견도 있어 그다지 커다란 문제가 있어보이진 않았다. 그런데 이 아베의 마스크 정책을 둘러싼 놀라운 사실이 4월 27일 사회민주당 후쿠시마 미즈호 참의원의 폭로로 드러났다.
 
 유스비오 회사를 구글에서 찾아보니 허름한 건물에 간판도 찾아볼 수 없다. 한편에 자민당의 거수기 역할을 하는 공명당의 포스터가 붙어 있다.
 유스비오 회사를 구글에서 찾아보니 허름한 건물에 간판도 찾아볼 수 없다. 한편에 자민당의 거수기 역할을 하는 공명당의 포스터가 붙어 있다.
ⓒ 박철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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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장관은 왜 마지막 업체만 빼고 발표했을까

이 폭로 역시 일본 정부의 수상한 대응 때문에 나온 것이다. 내각의 2인자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4월초부터 지금까지 마스크 사업에 참여하는 업체에 관해 "이토추 상사, 쿄와, 마쓰오카 코퍼레이션 등 4개 회사"라는 워딩을 줄곧 써 왔다.

몇 번이나 이런 식으로 답하자 야당 의원들이 이토추, 쿄와, 마쓰오카를 제외한 나머지 네번째 회사는 어디냐고 질의한 것이다. 그러자 스가 관방장관은 확인중이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이미 사업규모가 결정됐고, 128억엔은 운송비, 그리고 나머지 90억엔이 상기 세군데 회사에 들어갔다고 발표하면서 왜 나머지 회사는 확인중인지 의혹이 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일본 정부의 발표보다 한발 앞서 사회당의 후쿠시마 미즈호 의원이 나머지 회사 이름인 '주식회사 유스비오(ユースビオ)'의 이름을 트위터를 통해 폭로한 것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유스비오에 대한 관심이 폭증했다.

나 역시 이 회사를 검색하고 등본을 떼어보려 법무성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그런데 우연히도 '등기 내용 변경 수속중'(무엇을 변경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음)이라 등본을 뗄 수 없다고 나왔다.

후쿠시마 의원이 4월 10일 이 회사에 대한 정보공개 신청을 했는데, 공교롭게도 이날 등기변경 수속을 했다는 것이다. 폭로 당일(4월 27일)에는 이 회사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알 수가 없었고, 이것 때문에 트위터는 한바탕 난리가 났다.

보다 의혹을 증폭시킨 것은 유스비오의 소재지였다. 이 회사의 소재지가 표기된 법인 안내 페이지를 통해 구글 스트리트뷰로 검색한 결과 시골동네의 허름한 사무실이 나온 것이다. 슬레이트 지붕에 철제 사이딩으로 외벽 마감을 한 길다란 단층구조 창고 사무실에 몇 개사가 다닥다닥 입주한 전형적인 유령회사 분위기가 물씬 풍겨왔다. 무엇보다 '유스비오'라는 간판은 보이지 않았다.
  
 각 보조금 지원업체에 대한 정보가 수록된 일본 부흥청 홈페이지. 왼쪽 위에서 두번째 주식회사 히야마 유스포트(?山ユ?スポット)가 식료품제조업으로 보조금을 받았다고 명시돼 있다.
 각 보조금 지원업체에 대한 정보가 수록된 일본 부흥청 홈페이지. 왼쪽 위에서 두번째 주식회사 히야마 유스포트가 식료품제조업으로 보조금을 받았다고 명시돼 있다.
ⓒ 일본부흥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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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주지 불명의 경제사범이 수십억엔짜리 국가 사업을 수주?

후쿠시마 의원의 폭로 이후 불과 몇 시간만에 숱한 의혹과 그에 근거한 기사들이 나오자 스가 관방장관은 이날 오후에 유스비오가 맞다고 인정하면서 임산부용 마스크 제조 이력 등 적절한 절차에 따라 사업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스가 장관의 인정은 불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 됐다. 유스비오의 정체가 공식적으로 인정됐기 때문이다. 유스비오의 법인번호로 검색한 정보에 따르면 회사의 설립연도가 2017년이다. 불과 3년밖에 안된 회사가 수천억 규모의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일본사회의 통념상 감히 상상하기 힘들다.

본사 소재지는 후쿠시마현 후쿠시마시 니시주오였으며 대표이사는 히야마 시게루(樋山茂) 로 되어 있다. 그런데 대표이사의 이름을 조사해 보니 매우 신기한 점들이 나온다.

히야마씨는 유스비오를 운영하면서 또다른 주식회사 '히야마 유스포트'라는 태양광 발전사업체의 대표이사를 겸직해 왔다. 그런데 이 히야마 유스포트는 동일본대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지역을 복구하기 위해 신설된 부흥청이 2015년 실시한 후쿠시마 산업부흥기업입지 조성금(보조금.1969억엔 규모)을 받은 기업 명단에 들어가 있다.

그런데 이 때는 유스포트의 주력산업인 태양광발전이 아니라 식료품 제조업체로 등록돼 있었다. 정확한 금액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본래의 업종과는 상관없는 분야로 국가의 조성금을 받았다는 말이다.

게다가 히야마씨는 2018년 1월 3000만엔의 탈세혐의로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던 경제사범이다. 마지막으로, 매우 공교로운 일이지만 4월 9일 히야마 시게루의 자택이 이미 경매로 넘어간 사실이 발각됐다. 즉, 지금 그의 소재지는 알 수 없다.

현재까지 알려진 상황을 종합해본다면 '탈세로 법적처벌까지 받고 아직도 집행유예기간에 있는 거주지 불명의 경제사범이 대표로 앉아있는, 고작 3년 전에 세워진 회사가 수십억엔 규모의 국가예산이 들어가는 천마스크 사업을 낙찰받았다'는 말이 된다. 이게 과연 가능한 일인지 궁금하다. 보통이라면 돈세탁(머니론더링)을 의심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만약 이러한 돈세탁에 자민당 및 공명당이 개입됐다면 그 규모에서 전후 최대의 스캔들이 될 것이다. 돈세탁이 아니라면 어떻게 이런 회사가 낙찰받을 수 있었는지, 스가 장관이 말한 '공정하고 엄정한 프로세스'를 반드시 밝혀야 할 것이다. 앞으로 이 스캔들이 어떻게 진행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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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거주. 소설 <화이트리스트-파국의 날>, 에세이 <이렇게 살아도 돼>, <어른은 어떻게 돼?>, <일본여친에게 프러포즈 받다>를 썼고, <일본제국은 왜 실패하였는가>, <인터넷 동반자살>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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