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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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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광둥성 광저우 거리에 '지구의 날'인 22일 마스크가 씌워진 지구본이 놓여 있다. ⓒ 연합뉴스
 
코로나19가 전 세계에 맹위를 떨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첫 확진자가 확인된 시점부터 지금까지 최대한의 진단 능력을 가동해 확진자들의 잠재적 접촉자들까지 검사를 해왔고, 따라서 연령대별 치사율과 같은 통계 수치의 신뢰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진단 능력이 포화되고 진단 키트가 부족하다거나, 심각한 감염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이 병상 부족으로 병원 밖에서 사망하고 있다는 뉴스들이 차례로 쏟아졌다. 나라별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가 매일 경신되어 갔지만, 물리적으로 제한된 진단 능력을 고려할 때 나라마다 실제 감염자 수는 인구 대비 얼마나 될지, 실제 사망률은 얼마인지와 같은 질문은 지금까지도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다.

최근에는 나라마다 통계 방식이 조금씩 달라서, 특히 미국과 유럽의 경우 병원에서 사망했는지 아닌지에 따라 누락된 사례가 있었다는 뉴스들부터, 실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수는 발표보다 몇 배 더 많으리라고 전망하는 뉴스들이 연이어 보도되었다.

그렇게 막연히 몇 배 더 많으려니 할 수 있는 것만도 아니다. 벨기에의 경우, 잠재적 사망자들을 모두 사망자에 포함해 통계를 내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나라마다 다른 통계를 우리는 어떻게 비교하고 코로나19로 인한 각국의 상황을 종합해볼 수 있을까? 

유럽 각국은 지난 2월과 3월 일제히 코로나19 대응에 나섰지만, 그 강도는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감염 속도와 사망자 수 모두 심각했던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경우 모든 시민이 집에서 칩거하는 완전 봉쇄 형태로 들어갔고, 그보다 상황이 나았던 독일은 시민들이 산책은 할 수 있는 수준의 봉쇄를 해왔다.

북유럽의 경우 덴마크는 첫 사망자 발생 무렵에 바로 국경을 닫고 이동조치 제한에 들어간 반면, 확진자 수가 적었던 스웨덴은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제재가 가장 적은 형태로 대응해왔다. 영국은 초기에 보리스 존슨 총리가 '집단 면역'을 언급했지만, 이후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봉쇄로 전환했다. 더 강력한 대응과 완화 사이에서 각국의 여론이 계속 부딪치고 있는 상황이다.

유로모모로 보는 유럽 국가들의 사망자 통계
 
2020년 4월 28일 기준 유로모모(EuroMOMO) 자료를 한글로 편집했다. ⓒ 유로모모
 
코로나19 국면에서 '유럽 사망 모니터링(European mortality monitoring)'인 유로모모(EuroMOMO)에 집계된 유럽의 사망률 통계가 각국의 상황을 종합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계절성 인플루엔자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과 같은 공공의 건강 위협 요소나, 장기적으로는 기후 변화에 의한 평균치 대비 사망자 통계 변화를 측정하기 위해 시작된 유로모모는 유럽 질병관리본부(ECDC)와 세계보건기구(WHO)의 지원을 받고 있다. 

24개 유럽 국가의 산하기관에서 매주 보고하는 공식 통계자료를 기준으로 하며, 2015년부터 자료를 축적해왔다. 아직 유럽의 모든 나라가 참여하는 것은 아니고, 연방정부인 독일의 경우 베를린과 헤센 지방정부 단위만 참여하고 있어 독일 전체에 대한 통계는 없다.

유로모모는 1년을 1주부터 52주까지로 구분한다. 28일 기준 최신 업데이트는 16주까지의 통계를 집계한 것이다. 매주 사망자 수치는 비교 분석을 위해 제로스코어(Z-score)로 환산되는데, 사망자 수치에서 인구 평균을 감한 뒤 표준편차로 나눈 값으로 평균 대비 얼마나 차이 나는지 보여 주는 방식이다.

[도표1]을 보면 제로스코어가 나라별 그래프에서 2015년 17주부터 최근인 2020년 16주까지 파란 선으로 그려져 있는데, 평균을 표시하는 기준선 대비 수치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보여준다. 각 그래프에서 붉은 점선으로 표시된 선은 표준편차의 4배 되는 지점으로 정규분포 밖에 위치하는, 즉 비정상적인 분포를 보이는 수치들을 감지하는 기준이 된다. 그 지점을 벗어나면 '사망자 수치가 현저하게 많아졌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각 그래프의 오른쪽 끝에 노란 박스로 처리된 부분은 최근 3주간을 표시한 것으로, 사망 등록이 지연되는 경우를 고려해 수정한 수치로 오차를 감안해야 하는 주의 구간으로 표시해 둔 것이다. 
 
[도표1] 모든 연령대 기준 통계 2020년 4월 28일 기준 유로모모 자료 ⓒ 유로모모
 
[도표1]은 모든 연령대를 포함한 통계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벨기에,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모두 최근 몇 주간의 제로스코어가 높게 치솟았다는 것이다. 나라별 그래프를 보면 2017년과 2018년, 2019년 각 연초를 전후한 시기에서 다른 시기 대비 사망률이 솟아오르는 양상을 볼 수 있다. 이것은 겨울마다 인플루엔자와 같은 요인으로 사망률이 올라가는 패턴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에 비해서도 2020년 초 코로나19 출현 시기의 사망률 초과 현상이 현저하게 높음을 알 수 있다.

유럽에 일부 존재하는 '코로나19는 그냥 인플루엔자에 불과하다. 봉쇄를 풀어라'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는 그래프이다. 이 중에서도 영국은 가장 빠르게 수치가 치솟고 있는데, 미비했던 초동 대처가 스페인과 이탈리아에 비해 더 빠르게 확산되는 결과를 낳은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반면, 독일, 덴마크, 스웨덴의 그래프를 비교해보면 스웨덴의 상황이 나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독일과 덴마크의 경우 사망률이 예년 겨울에 비해 오히려 낮게 잡히고 있는 추세인데 비해, 스웨덴은 앞에 언급된 나라들만큼은 아니지만 수치가 높게 치솟아 있다. 

독일은 전국 기준이 아니고 베를린 기준이라, 피해가 컸던 바덴뷔르템베르크나 바이에른주 통계는 더 높은 수치일 것임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독일에서 상황의 심각성이 중간 정도 되는 베를린과 헤센주 모두 그래프가 비슷한 양상인 것에 비춰보면, 독일 평균 그래프가 이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스웨덴은 예년 겨울 통계가 인플루엔자의 유행 같은 것에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던 것에 비해, 이번 코로나19 여파는 더 선명한 대비가 된다.

독일과 덴마크, 예년 동기 대비 노년층 사망률 오히려 떨어져
 
[도표2] 15~64세 연령대 기준 통계 2020년 4월 28일 기준 유로모모 자료 ⓒ 유로모모
  
[도표2]와 [도표3]은 이 통계들을 연령대별로 나눠 본 것이다. [도포2]는 15세부터 64세 사이의 젊은 연령대의 통계다. 벨기에,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을 비교하면, 스페인과 영국의 수치가 아주 높은 것이 눈에 띈다. 특히, 영국은 스페인을 훨씬 웃돌고 있는데, 이는 대개 노년층 사망률이 높은 코로나19가 스페인과 영국에서는 젊은 연령대에서도 많은 사망자를 냈고, 그 정도가 스페인보다 영국에서 더 심각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독일과 덴마크, 스웨덴의 경우, 15세에서 64세 사이의 연령층에서는 뚜렷한 사망률 증가가 관찰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도표3]은 65세 이상 연령대의 통계로 [도표1]과 같은 패턴이다. 벨기에,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은 예년 대비, 다른 나라 대비, 모두 수치가 치솟은 것을 볼 수 있다. 독일과 덴마크, 스웨덴 중에서는 스웨덴이 단독으로 치솟은 형상이 같다. 다만, 독일과 덴마크의 경우 예년 동기 대비, 노년층 사망률이 오히려 떨어진 양상을 보인다는 것은 흥미로운 점이다.
 
[도표3] 65세 이상 연령대 기준 통계 2020년 4월 28일 기준 유로모모 자료 ⓒ 유로모모

도표에는 없지만 유로모모 24개국의 통계를 보면, 프랑스와 네덜란드는 스페인, 이탈리아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헝가리나 노르웨이 등은 독일, 덴마크와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이를 각 정부의 초기 대응 방식과 연계해 이해해 보면, 코로나19 확산이 폭발적으로 전개되기 전에 봉쇄 단계를 밟아간 나라들에서는 대체로 낮은 사망률을, 봉쇄 전 이미 전염이 크게 번져버린 나라들에서는 치솟은 사망률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난다.

코로나19가 계절성을 띠는 인플루엔자와 달리 2차, 3차 확산으로 이어지면서 장기전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문가들이 전망하는 만큼, 각국에서의 앞으로의 대응도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태그:#유로모모, #코로나19,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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