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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노동자 문송면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그는 중학교 졸업을 앞둔 1987년 12월 5일 온도계 공장에 입사하여 1988년 2월 7일까지 근무하였으며 3월 22일에 수은 중독 및 유기용제 중독 추정 진단을 받았다. 그리고 7월 2일 사망했다. 그는 15세였다. 문송면은 어린 나이에 산업재해로 죽임을 당했고, 그의 죽음은 산업재해 문제를 사회 문제로 본격적으로 부각시켰다. 그의 묘에 새겨진 추모 시처럼 그는 산업재해 추방에 대한 꿈으로 부활했다. 

1987년
열 넷 가난한 농꾼의 아들로
서울 공장에 팔려와
당신 몸에 심어진 것은
소년노동 철폐와 산재추방의 꿈이었다.
열다섯 당신은 죽지 않았다.
당신은 수은보다 더 오래
이윤보다 더 오래 살아남아
오늘도 평등세상을 꿈꾸는 모든 이들의
순박한 거처가 되고 있다
우리의 출발이며
우리의 끝일 당신과 함께
우리는 오늘도 바라나니
해맑고 강인한 꿈들이여 부활하라
- 2008년 송경동 지음

지난 4월 29일 이천에서 발생한 한익스프레스 화재 사고로 38명의 노동자들이 사망하고 10여 명이 다쳤다. 그들은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소중한 분들이다. 한 가정의 아버지이고 아들이었고 남편이었고 꿈이었다. 가족을 지키려고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오신 분들이다. 심지어 한국에 일터를 찾아온 이주노동자들도 있다. 그 분들을 일터로 보낸 가족들은 웃으면서 돌아올 것을 기대하였다. 가족들과 잘 살려고 출근한 일터에서 그들은 살아오지 못했다. 그분들 가운데 소중하지 않는 분이 어디 있을까? 천하보다 귀한 분들이 이렇게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다. 우리 사회는 노동자의 죽음을 멈추게 할 수 없을까?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 사고 유가족들이 5월 4일 분향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 사고 유가족들이 5월 4일 분향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 김용균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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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자들은 이번 화재도 역시 기업이 예방을 하지 않아 일어난 인재라고 지적한다. 기업들이 노동자들을 보호하지 않고 재해를 막지 않는 이유는 하나다.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하는 안전시설 설치비보다 사고 후 보상비가 더 싸기 때문이다. 사람의 목숨을 돈으로 환산하여 안전에 투자하지 않는 기업과 경영책임자에 대한 단호한 처벌이 필요하다. 몇 개의 하청업체에 책임을 미루지 않도록, 시공사와 발주사가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2010년 5월 이후 2020년 한익스프레스 사고 즈음까지 10년이라는 기간에, 화재로 인한 중대재해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솜방망이 처벌이었다. 판결을 한 13건 중 12개의 사건은 노동자 사망을 다루고 있었다. 그러나 판결의 결과는 6건이 금고형 이상이었고. 그 중 3건은 집행을 유예하였다. 그리고 벌금은 100만~1500만 원 수준이었다. 40명의 목숨을 앗아간 2008년 이천 냉동창고 화재 때도 사업주는 현장소장보다 가벼운 2천만 원의 벌금형을 받았을 뿐이다.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정성호 의원(더불어민주당·양주)이 법무부와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건 처리 현황'을 보면, 2008년부터 올 9월까지 검찰이 산업재해와 관련해 구속기소한 사건은 9건, 1심 법원의 실형 선고는 30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고용노동부 등으로부터 10년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건 4만2045건을 접수해 3만3648건을 기소했다. 이 가운데 3만2096건은 벌금형을 구하는 약식기소였고, 정식 재판에 넘긴 것은 전체 사건의 3.9%인 1552건에 그쳤다. 이는 일반사건 기소율(8.5%)의 절반에도 못 미친 것이다. 특히 구속 기소된 사건은 9건(0.02%)으로, 일반 사건의 구속기소율(1.6%) 보다 80분의 1 수준이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중대재해(사망사고) 사건 904건(사망자 1777명)을 조사해 629건을 검찰에 송치했지만, 구속기소된 사건은 1건 뿐이었다.법원의 처벌도 솜방망이에 그쳤다. 지난 10년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 피고인 5100명에 대한 1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은 0.59%인 30명에 그쳤다. 같은 시기 일반사건의 실형선고율(18%)의 30분의 1 수준이었다. 실형 선고는 2심에서 더욱 줄어 7명에 그쳤다.
- 2017년 10월 24일 <한겨레> 잇단 산업재해, 처벌은 '솜방망이'

국회도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제기되었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20대 국회 종료 한 달을 앞두고 폐기될 처지에 놓였다. 국회에 3년 동안 계류되다 결국 폐기될 운명에 처한 것이다. 매년 일터에서 2400여 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고 있다. 국회가 제 역할을 다하지 않은 결과다.

그럼에도 정부나 검찰, 법원, 국회 모두 책임을 방기한 기업과 고용주에 대한 처벌을 외면하고 있다. 얼마나 더 죽임을 당해야 산업재해가 멈출 수 있을까? 산업재해로 죽임당하는 노동자들에게도 가족이 있다. 가족들의 불안과 고통은 또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하나. 멈춰야 한다.

4월 28일은 산업재해노동자들을 추모하는 날이었다. UN은 1996년부터 4월 28일을 산업재해를 입은 노동자를 기리고 산업재해 추방을 다짐하는 날로 정했다. 한국에서는 4월 28일 하루가 아니라 365일 노동자를 보호하는 일에 전 사회가 함께 나서야 한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노동하며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노동자도 사람이다. 온 천하보다 소중한 사람이다. 가정의 사랑이며 기둥이다. 사람이 살아가고 가정을 지켜가기 위해 노동은 필수적 과정이요 삶을 위한 근본적 권리이다. 노동이 존중받고 노동하는 사람이 보호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노동하는 사람, 노동 자체가 보호받지 못한다면 그 사회는 존속할 수 없다.

사람이 필요한 재화를 만들어내고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고 풍족히 살게 하는 힘은 노동에 있다. 노동자가 산업재해에 죽임을 당하고 불안에 몰리는 사회는 어디로든 나아갈 수 없다. 사회공동체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정부, 국회, 법원, 시민 사회 모두 산업재해 근절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 특히 새롭게 선출된 21대 국회가 산업재해 추방을 위해 발 벗고 나서기를 강력하게 촉구하며 지난 국회와 달라지기를 바란다.

15세 어린 노동자 문송면이 산업재해로 죽임당한 지 30년이 지났음에도 산업재해는 여전히 멈추지 않고 있다. 하루 평균 6~7명, 매년 2400여 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었고 11만 명의 노동자가 재해를 당하고 있다. 사회적 참사이다. 사회적 참사를 멈추기 위해 국회는 무엇을 할 것인가? 과거에서 배우지 못한다면 어리석은 일이다. 노동자들이 안전을 보장받고 건강하게 살아갈 세상을 만드는 것이 소년 노동자 문송면과 청년 노동자 김용균과 한익스프레스 산재사고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들을 애도하고 부활하게 할 것이다.

"우리는 오늘도 바라나니 해맑고 강인한 꿈들이여 부활하라" 노동자가 환하게 웃는 세상으로!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김용균재단 이사이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소장인 박승렬 목사님이 쓰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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