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의 연습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한 메이트리 (사진 왼쪽부터 순서대로 김원종 씨, 임수연 씨, 장상인 씨, 강수경 씨, 권영훈 씨)

일산의 연습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한 메이트리 (사진 왼쪽부터 순서대로 김원종 씨, 임수연 씨, 장상인 씨, 강수경 씨, 권영훈 씨) ⓒ 한정연

 
"100% 사람의 목소리라 100번을 불러도 100번 다 달라요. 멤버 모두의 음정과 발성 포인트가 맞아떨어져야 좋은 결과물이 나옵니다. 100번을 불러도 100점이란 생각은 해본 적 없어요. 늘 '이것보다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남아요."(장상인)

올해로 결성 20주년을 맞은 아카펠라그룹 메이트리는 악기를 사용하지 않고 사람의 목소리만으로 반주를 만들어 음악을 연주한다. "사람이 내는 순수한 화음이 우리의 DNA에 새겨져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음향 장비를 이용한 공식 무대가 끝난 후, 앵콜 때는 마이크를 내려놓고 생목소리로 노래를 하면 모든 관객이 기침도 하지 않고 숨죽이고 듣는다고.

"가장 인간다운 따뜻함, 세대와 국경을 초월해 모든 이에게 통할 수 있는 아카펠라만의 매력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장상인)

2000년 결성된 메이트리는 보컬 퍼커션과 리더를 맡는 장상인, 알토 강수경, 베이스 김원종, 소프라노 임수연, 테너 권영훈으로 이루어져 있다. 국제 아카펠라 대회에 한국 최초, 최다로 참석하여 수상하고 예술의전당에서 단독콘서트를 한 아카펠라 뮤지션이기도 하다. 지난 4월 1일, 경기도 일산에 위치한 이들의 연습실에서 메이트리를 만났다.
 
 일산의 연습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한 메이트리

일산의 연습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한 메이트리 ⓒ 한정연

 
- 목소리로만 섬세한 음정을 구현해야 하니 특별히 신경 쓰는 지점이 있나요?
장상인: "멤버 한 명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음이 평소보다 떨어질 때가 있어요. 그때 그걸 방치하는 게 아니라 그 컨디션에 모두 함께 맞춰주는 호흡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강수경: "밴드와 협업한 경험이 있어요. 밴드는 악기 조율만 잘하면 뮤지션의 컨디션이 조금 떨어져도 기본적인 건 가능했어요. 그런데 아카펠라의 재료는 사람의 목소리 단 하나이기 때문에 악기보다는 변수가 많은 편이에요. 그래서 개인의 역량을 뽐내기보다, 합을 맞추는 데 더 주안점을 두고 있어요."
 
정확한 음을 내는 것만큼 완벽한 합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는 메이트리는 대부분의 노래를 편곡 후 바로 함께 연습한다고. 메이트리의 편곡을 맡는 강수경은 "시창이라고 하죠. 멤버 모두 악보를 보자마자 읽어내는 능력이 좋은 편이에요. 내공이 쌓인 덕도 있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미디어 음악이 아니기 때문에 악보에서 음표만 보고 각자 연습할 때와 현장에서 함께 소리를 만들 때가 다르다는 것이다.

강수경은 연습실 한쪽 테이블에 쌓여있는 악보 꾸러미를 보여주며 "하나의 악보에 소프라노, 테너, 베이스 등 파트가 다 있어요. 이런 식으로 연습하면 전체적인 음악의 흐름을 알 수 있다는 게 장점이에요. 내 파트 악보만 있으면 다른 사람이 이 마디에서 어떤 음을 표현하는지 알 수 없으니까요"라고 덧붙였다.
 
- 아카펠라를 스포츠에 비유한다면 어떤 종목이 가장 어울릴까요?
김원종: "TV에서 채널을 돌리다 카레이싱과 올림픽 100M 달리기를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인간이 아무리 빠르게 달려봐야 기계를 능가하진 못할 텐데도, 대부분의 사람은 10초 남짓의 육상경기를 볼 때 순간적으로 집중하잖아요. 수제 빵, 수제화 등 사람이 직접 공들여 만들어낸 것에 마음이 끌리는 것처럼, 아카펠라도 이와 비슷합니다. 가장 인간답기에 가장 높은 전달력을 지닌다고 생각해요."
 
 세계의 아카펠라 대회와 페스티벌에 한국 최초, 최다로 참석하여 수상한 메이트리

세계의 아카펠라 대회와 페스티벌에 한국 최초, 최다로 참석하여 수상한 메이트리 ⓒ 메이트리

 
- 대중음악 시장에서 아카펠라는 어떤 방향성을 찾고 있나요?
장상인: "멜로디가 좋은 곡이 나오면 아카펠라든 대중음악이든 상관없이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메이트리의 목소리와 잘 녹아드는 좋은 멜로디를 찾고자 노력 중이에요."
강수경: "사실 그런 고민을 안 한다면 거짓말인 것 같아요. 더 많은 분께 저희 음악을 알리고 싶어서 아이돌 곡을 많이 부르기도 해요. 가끔 더 자극적인 걸 찾으려고 노력하는데 이걸 첫 번째로 두는 순간, 이도 저도 아닌 게 돼버린다고 생각해요. 결과적으로 많은 분이 저희를 알게 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거기에만 치중하다 보면 메이트리만의 색깔을 잃을 수도 있으니까요. 'Be yourself'라는 말처럼, 우리가 정말 잘할 수 있는 부분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 이번에 내는 두 번째 정규앨범에 미리 생각해 둔 콘셉트가 있었나요?
강수경: "콘셉트를 정하진 않았어요. 다만 평소 친분이 있던 김형석 선배님의 곡으로 채우다 보니 서정적인 정서가 묻어나는 앨범인 것 같습니다. 발라드의 따뜻함과 아카펠라의 순수함이 섞여 아날로그적인 느낌이 물씬 나요."
 
- CD 대신 LP로 앨범 발매를 선택한 이유도 관련이 있나요?
장상인: "맞아요. 발매할 때 LP를 선택한 것도 이런 아날로그 감성과 메이트리가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입니다. CD와 달리 LP와 같은 바이닐 레코드는 고음역과 저음역이 자연스럽게 융화되는 음반이에요. 사람의 목소리 역시 초저역과 초고역대로 나올 수 없기 때문에 아카펠라 음악이 LP에서 더 돋보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모바일 기기로 듣고 싶어 하는 팬분들도 계시니까 음원 링크도 넣었어요."

다섯 명이 모여 한 그루의 메이트리가 되다
 
 2018 모스크바 세계아카펠라페스티벌에서 세계 2위를 차지한 메이트리

2018 모스크바 세계아카펠라페스티벌에서 세계 2위를 차지한 메이트리 ⓒ 메이트리


2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이들이 함께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임수연은 "부족하고 넘치는 부분이 멤버 간에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서로의 빈 조각을 채워줬기에 가능한 것 아닐까요"라고 답했다. 어엿한 선배 아카펠라 뮤지션이 된 메이트리는 해외 콘서트에서 워크숍 요청도 많이 받는다. 국내에선 편곡 작업을 요청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지금은 국내 아카펠라 신의 단단한 강자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는 그들에게 음악을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이 있었는지 물었다.
 
수경은 "여러 순간이 있었다. 철이 없을 때 다른 멤버들의 단점이 보였다. 집중력이 흐려지다 보니 할 수 있는 것도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런데 나이가 들며 멤버들의 장점들에 집중하게 됐어요. 내가 못하는 걸 다른 멤버들이 채워줄 수 있다는 게 감사하다고 생각해요. 100의 퀄리티를 생각했지만, 누군가 60 정도밖에 기대치에 못 미쳤을지언정, 독려하면 60이 80도 되고, 다그치면 50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나중에야 깨닫게 됐어요."(강수경)
 
메이트리에 합류하기 전 고민을 했던 수연도 입을 열었다.

"어렸을 때 동요 대회를 많이 다녔어요. 남들이 부러워하는 교대를 진학했어도, 대학 내내 어렸을 때 노래하던 시절이 그리웠어요. 그래서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음악의 길로 접어들었죠. 그때 주변에서 '너 잘 안 되면 언제든지 철밥통으로 돌아갈 거잖아'라는 시선이 많았어요. 당시에는 제 학력이 족쇄처럼 느껴져 뮤지컬 대학원도 들어갔어요. 지금은 어떤 학교에서 어떤 전공을 하는 것보다 내가 즐겁고 나의 강점을 잘 표현하는 게 진정한 음악이라고 생각해요."(임수연)
 
- 멤버를 선택할 때 중요하게 보는 기준이 있나요?
김원종: "아무래도 음악적으로 '이 수준은 되어야 한다'라는 필수 요소가 있죠. 그렇지만 능력 외에도 성격이나 사회성도 중요하게 봐요. 멤버를 결정하는 건 사실 결혼에 가까울 정도로 매우 신중한 일이니까요. 우리와 함께할 가족을 찾는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남녀노소 다양한 팬층을 가지고 있는 메이트리는 팬들과 함께 나이가 들어갈 때 행복하다고 입을 모았다. 임수연은 "팬미팅할 때 아이와 함께 오시는 팬분도 있다"고 말했다. 팬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어릴 때부터 그들의 음악을 들으며 성장하는 걸 볼 때 신기하다고.

김원종은 지난해 5월 팬미팅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간단히 노래를 들려주고, 함께 이야기 나눌 생각으로 팬미팅을 열었는데 팬들이 응원봉과 팔찌를 직접 제작해왔다며 "심지어 저희 노래를 연습해 오셔서 불러주셨어요. 생애 최고의 이벤트를 받은 느낌이었죠"라고 덧붙였다.
 
2018년 12월 방영된 채널A의 <보컬 플레이>에 출연했던 메이트리는 응원 온 팬들의 함성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김원종은 "다른 유명한 가수 분들도 많았는데, 저희 팬분들이 매주 간식을 들고 찾아오시며 많이 챙겨주셨어요. 말로 표현이 안될 정도로 감사했죠"라고 회상했다. 당시 메이트리는 아이돌 모모랜드의 '뿜뿜'을 바버렛츠와 커버한 곡으로 MVP를 차지해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기도 했다.
 
메이트리는 새 앨범 발매와 동시에 오랜만에 팬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콘서트를 열고자 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음감회로 전환했다. 김원종은 "코로나19로 저희뿐만 아니라 많은 예술인들이 힘든 나날입니다. 너무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잖아요"라고 의연하게 말했다. 메이트리는 온라인상으로나마 팬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작년 5월 첫 팬 미팅을 진행한 메이트리

작년 5월 첫 팬 미팅을 진행한 메이트리 ⓒ 메이트리

 
실제로 메이트리는 매주 수요일 저녁 유튜브 채널을 통해 1시간 가량 신청곡을 받는 '수메라(수요일 메이트리 라이브)'를 통해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기자가 찾아간 날 역시 인터뷰 후 곧바로 라이브방송을 시작했다.

'코로나로 인해 자가격리 중이라 우울합니다', '메이트리 새 앨범만 기다렸는데, 오프라인 콘서트로 들을 수 없어 아쉬워요'와 같은 실시간 댓글을 읽으며 팬들이 원하는 노래를 불렀다.
 
 팬들과 실시간 소통하며 즉흥 라이브를 선보이는 메이트리. ‘수메라’는 ‘수요일 메이트리 라이브’의 준말로, 매주 수요일 저녁 유튜브를 통해 진행된다.

팬들과 실시간 소통하며 즉흥 라이브를 선보이는 메이트리. ‘수메라’는 ‘수요일 메이트리 라이브’의 준말로, 매주 수요일 저녁 유튜브를 통해 진행된다. ⓒ 한정연


- 메이트리라는 그룹명이 오월의 나무처럼 싱그럽고 따뜻한 음악을 노래하자는 의미로 알고 있습니다. 멤버들이 하나의 나무를 이룬다고도 볼 수 있을까요?
장상인: "원종이는 베이스 멤버로서, 기둥을 맡아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무게감 있게 메이트리의 색깔을 잡아주니까요. 소프라노 수연이 같은 경우는 화려한 꽃, 테너 영훈이는 풍성한 이파리와 가지 같습니다. 잎과 꽃이 서로 돋보이게 해주는 것처럼 말이에요. 편곡을 맡아주는 수경이는 메이트리의 뿌리라고 생각해요. 이 친구가 만들어낸 아름다운 곡이 우리에게 다 전달되니까요. 그리고 저는… 물 주는 사람이 아닐까. (웃음) 그렇게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목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메이트리는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 
                                                                                                         
"사람들이 어떻게 20년이나 함께 음악을 해왔냐고 물어보곤 해요. 좋아하는 일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간이 흘렀는데 말이죠. 앞으로 계속 '40년, 50년 어떻게 해오셨어요?'라는 질문을 받고 싶어요. 멤버들과 오래 좋은 음악을 만들어 가는 게 저희 목표입니다."(김원종)
 

▲ 출발 아카펠라 (김동률 cover) by Maytree 메이트리 ⓒ 메이트리


공동취재 : 이래현, 오현경
아카펠라 메이트리 코로나19 화음 A CAPP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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