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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 최종 후보지가 전남 나주와 충북 청주로 압축됐습니다. 이 사업과 관련해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광주 광산을 당선인이 오마이뉴스에 글을 보내왔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이 사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기다립니다. [편집자말]
어제(6일) 전남 나주와 충북 청주 오창 두 곳이 방사광가속기 입지 후보 부지로 압축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선정평가위원회는 7일 현장 실사를 거쳐 8일 오전 최종 후보지를 발표할 예정이다. 방사광가속기는 전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하는 장치로, 물질의 기본 입자를 관찰할 수 있다. 최근 수요가 늘어나 정부는 지난 3월 방사광가속기 구축계획을 발표했다. 방사광가속기는 소재‧부품‧장비산업 및 의약·바이오 분야 등에 활용된다.

이틀 만에 이뤄지는 방사광가속기 설치 후보지 결정, 전광석화처럼 빠르다. 왜 이러는 걸까?

나주와 청주, 두 곳 모두 '최적입지'에 대한 고유 논리를 갖고 있다. 두 곳 모두에 들어서는 게 최상책이고, 그러한 시도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한 군데일 수밖에 없다면, 나주여야 한다고 확신한다.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나주-청주 모두 최상책... 하나만 고르라면 나주, 왜냐면 
 
 전라남도 나주 방사광가속기 조감도안.
 전라남도 나주 방사광가속기 조감도안.
ⓒ 전남도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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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는, 초정밀 대형 연구시설은 재난 등에 대비해 안정성 차원에서 지역 분산 배치가 원칙이다. 대형 가속기를 다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미국(33), 일본(20), 독일(18)의 경우 예외 없이 분산 배치를 하고 있다. 가속기와 같은 초대형 연구시설은 충청권에 4곳, 영남권에 3곳, 수도권에 2곳이 있으나 호남권에는 단 한 곳도 없다. 초대형 연구시설의 분산 배치 및 안전성을 고려한다면 국토 서남권에 들어서는 게 자연스럽다.

둘째는, 균형발전이라는 정책적 접근의 필요성이다. 인구감소, 고령화, 경제력 등 모든 지표에서 전남은 최하위다. 지역별 R&D 투자비율의 경우 수도권이 68.7%, 충청권이 16.4%인데 반해 호남권은 3%에 그치고 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동등한 주권을 가진 것처럼 지역의 주권 또한 등가여야 한다. 균형발전은 시혜가 아니라 각 지역의 정당한 권리다. 전략적 선택과 집중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과학기술 인프라의 호남권 소외는 지나치다. 이 지나침은 호남권뿐 아니라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권리로서 지역균형발전 및 국가경쟁력 향상을 위해 방사광가속기의 나주 배치가 꼭 필요하다.

셋째, 2년 뒤 나주에 세워질 한전공대의 성공을 위해서는 방사광가속기 같은 대형 연구시설이 필수적이다. 대형 연구시설 없는 한전공대를 세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전문 교육연구기관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방사광가속기도 제 역할을 감당하고 한전공대도 성공하려면 피해 가서는 안되는 선택이다. 한전공대와 방사광가속기는 한 쌍이다.

일본 수출규제 이후 본격화한 방사광가속기 논의, 그런데

앞서 필자는 두 곳 모두에 들어서는 게 최상책이라고 했다. 실제로 최초의 구상 과정에서 전문가들은 두 개를 제안한 바 있다. 이는 필자가 2018년부터 문재인 정부 청와대 비서관으로 일하기 시작한 이후 구체적으로 확인한 내용이다.

지난해 일본의 소재‧부품‧장비산업 무역규제 이후 방사광가속기 논의가 본격화했다. 부지가 작은 오창에 3.5 GeV(6,000억 원) 작은 가속기를, 부지가 큰 나주에 6GeV(1조2000억 원) 큰 가속기를 구축하자는 것이 전문가들의 제안이었다. 청와대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방사광가속기는 소재‧부품‧장비산업 전쟁에서 싸울 무기를 만들 시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안은 과기정통부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를 거치면서 축소됐다. 두 개가 하나로 줄어들었고, 그나마도 4 GeV 작은 가속기 구축으로 결론이 났다. 예산문제 때문이라고 하는데 옹색한 변명이다. 대한민국의 경제력이 미래시설에 8000억 원을 더 투자하지 못할 만큼 허약하지는 않다. 이때부터 일이 이상하게 흘러갔다.

당초에 방사광가속기는 나주에 설립될 한전공대 기본계획에 포함돼 있었다. 한전공대가 제 역할을 다하려면 방사광가속기 같은 대형 연구시설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기정통부가 공모를 통해 방사광가속기 설치를 모든 지역으로 개방해 버렸다. 대형연구시설 설치에는 지자체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채택하는 일반적 접근방식이라고 한다. 과연 그럴까?

이는 한전공대 설립에 정부계획으로 포함돼 있던 방사광가속기 나주 설치를 빼내는 조치나 마찬가지다. 공모가 일반적 접근방식인 것도 아니다. 전략적 판단에 따라 공모하지 않은 사례는 무수히 많다. 예컨대 대전의 중이온가속기, 포항공대의 방사광가속기는 공모 절차 없이 설치됐다. 게다가 이번 공모 평가 기준을 살짝만 주의 깊게 들여다보아도 공정성이나 합리성 같은 기본적인 가치가 반영돼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지나치게 높은 입지조건 점수... 미래가치 빼버린 과기정통부
 
 지난 4월 27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방사광가속기 호남권 유치위원회 관계자들이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호남권(나주)유치 '230만명 서명 돌파' 대국민 보고대회를 하고 있는 모습.
 지난 4월 27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방사광가속기 호남권 유치위원회 관계자들이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호남권(나주)유치 "230만명 서명 돌파" 대국민 보고대회를 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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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의 적합성을 판단하는 과기부의 평가기준은 기본요건 25점, 입지조건 50점, 지자체지원 25점이다. 균형발전 항목, 지역분산 배치 필요성이 평가기준에 중요하게 반영돼 있지 않다. 반면에 입지조건 점수는 지나치게 높다. 입지조건은 주로 연구자들의 접근성을 말한다. 연구인력의 절반가량이 수도권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수도권에서 가까운 곳이 높은 점수를 받는 구조다. 기존 인프라가 많을수록 유리한 기득권 중심 논리다. 이렇게 되면 호남권은 영원히 연구시설 같은 걸 유치할 수 없다.

포항의 경우 수도권에서 먼 데도 전략적 판단에 따라 공모절차 없이 방사광가속기를 설치했다. 수도권에서 가깝기 때문에 충청권에는 이미 대형 연구시설이 몰려 있다. 정치적 기득권과 지리적 기득권이 영남권과 충청권에 반영된 셈이다. 이제는, 이처럼 몰려있음으로 생겨난 불합리성을 해소하는 새로운 수단이 평가기준이어야 한다. 균형발전 및 분산배치가 바로 그것이다. 여기에 에너지 강국으로 나아가는 국책 전략으로서 한전공대의 위상을 높이는 관점이 포함돼야 한다.

놀랍게도 과기정통부는 이 모든 미래가치들을 빼버렸다. 지리적 기득권, 같은 말로 수도권 중심주의만을 분명하고 세게 강화시켰다. 지역균형발전의 사다리를 걷어차 버렸다. 지역주권의 등가성을 무시한 반민주주의 행태다. 도대체 어떤 힘이 작용해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속전속결식 처리, 기득권강화, 미래가치의 결여 등 통상적이지 않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청와대 내부의 권력구도와 관련이 있다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청주에 작은 가속기, 나주에 큰 가속기... 가장 합리적인 방법

방사광가속기는 기초과학부터 산업분야(에너지 소재,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소재, 신소재 및 금속, 단백질 구조분석을 통한 신약개발)에 이르기까지 연구장비 중에서 가장 활용도가 높은 연구시설이다. 또한 과학기술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한 필수기반 플랫폼이다. 주요 이용 분야는 에너지 신소재 등의 개발(60%)과 바이오 및 생명과학연구(25%)이다.

충북 청주에 바이오 및 생명과학연구를 중심으로 한 작은 가속기를, 전남 나주에 에너지 신소재 등의 연구를 중심으로 한 큰 가속기를 설치하는 것이 지금까지 나온 제안 중에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다. 당장에 한 군데만 선택해야 한다면 나주여야 한다. 근거는 앞서 밝혔다. 나주 설치 이후 청주 설치를 다시 추진하면 된다. 두 곳 설치는, 균형발전·분산배치·한전공대 위상 높이기 등의 미래가치와 연구자들의 접근성 제고라는 현실의 필요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안이다.

방사광가속기는 나주의 것도 청주의 것도 아니다. 대한민국의 미래시설이다. 지역여론을 의식한 정치적 배려를 넘어서야 한다. 그러나 다양한 정책적 가치들을 고려한 전략적 판단은 필요하다. 수도권이 아닌 대한민국 전체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그 출발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주가 아닌', '한전공대'를 염두에 둔 부지를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

그러고 나서 곧바로 추가 설치를 논의하는 게 좋겠다. 높은 수준의 제조업(부품‧소재‧장비)과 바이오 산업은 코로나19 이후 각국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세계적 경쟁에서 우뚝 서려면 1개가 아닌 2개, 3개, 4개 이상의 방사광가속기를 꾸준히 설치한다는 담대한 계획이 필요하다. 지금 주저 없이 이 길로 나갈 것을 촉구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민형배씨는 전 청와대 비서관으로 21대 총선 민주당 광주 광산을 당선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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