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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지식인, 혹은 스타들의 목소리만 넘쳐나는 속에서 진짜 이 사회의 주인인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살려내고자 합니다. 노동자 개인의 삶을 인터뷰하면서, 어릴 적 꿈과 직장을 구하는 과정, 일터에서의 보람, 힘든 점, 그리고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의식의 변화 등을 중심으로 진솔한 삶을 기록합니다.[기자말]
 
전국철도노동조합 코레일네트웍스지부장 서재유 2016년 1월 한국철도공사의 '자회사'인 코레일네트웍스의 노동착취에 맞서 본사 앞에서 처음으로 1인 시위를 하는 서재유씨. 코레일 네트웍스를 비롯한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다섯 개 자회사에 속한 노동자들이 하는 일은 모두 코레일의 감독과 간섭을 받는 일들이다. 코레일은 이들 노동자들을 관리하고 지휘하지만, 책임은 지지 않는다.
▲ 전국철도노동조합 코레일네트웍스지부장 서재유 2016년 1월 한국철도공사의 "자회사"인 코레일네트웍스의 노동착취에 맞서 본사 앞에서 처음으로 1인 시위를 하는 서재유씨. 코레일 네트웍스를 비롯한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다섯 개 자회사에 속한 노동자들이 하는 일은 모두 코레일의 감독과 간섭을 받는 일들이다. 코레일은 이들 노동자들을 관리하고 지휘하지만, 책임은 지지 않는다.
ⓒ 서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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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철도노동조합 코레일네트웍스지부 지부장 서재유씨. 그는 2013년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자회사인 코레일네트웍스에 입사해 역무원으로 일해 왔다. 공기업 자회사라고 하면 흔히 최소한 임금 수준도 나쁘지 않고, 복지도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코레일네트웍스는 그렇지 않았다.

만 7년. 그가 근무하는 기간 내내 회사의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이었고 사내 복지를 제한하는 공공기관 지침이 적용되어 복지 수준은 처음의 열악한 상태에서 한 치도 나아지지 않았다.

똑같은 일 하는데 
  
지하철이나 철도역에서 만나는 역무원 중 누가 코레일 소속 정규직이고 누가 코레일네트웍스 소속 비정규직일까? 우리 중 대다수는 이를 구분하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하는 일이 똑같기 때문이다. 서울 지하철 1호선 회기역과 신이문역은 두 정류장 차이지만 회기역에는 코레일 소속 정규직 직원들이, 두 정류장을 더 간 신이문역은 코레일네트웍스 소속 비정규직 직원들이 근무한다.

신이문역 바로 다음 정류장인 석계역과 그 옆에 있는 광운대역은 코레일이 운영하지만, 그 옆에 있는 월계역과 녹천역은 코레일네트웍스가 운영한다. 똑같은 일을 하지만 신이문역 비정규직 직원은 회기역 정규직 직원의 절반 수준의 임금을 받는다. 코레일네트웍스 소속이기 때문이다.

2014년 코레일네트웍스는 임금을 동결했다. 그리고 노동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연 2회 10만 원씩 지급하던 명절 상여금을 20만 원으로 올렸다. 그런데 이듬해인 2015년에 최저임금이 인상되자 작년에 동결한 대다수 직원의 임금이 최저임금을 밑돌았다. 회사는 하는 수 없이 최저임금에 맞춰 임금을 인상해야 했다.

사측은 인상분을 최소화 하려고 연 2회 20만 원씩 주었던 명절 상여금을 주지 않으려 했다. 공지없이 안 줘버리면 노동자들의 불만이 폭발할 것을 우려한 사측은 추석 한 달 전에 '추석 상여금이 지급되지 않을 것'이란 정보를 일부 직원들에게 흘렸다. 미리 소문을 퍼뜨려서 막상 닥치면 체념하도록 하려는 작전이었다. 실제로 화를 내던 직원들이 정작 추석에는 조용했다. 11월쯤 되어서는 설 상여금도 못 받을 거라는 소문이 퍼졌다.

그러나 계속되는 사측의 '꼼수'는 노동자들을 오히려 각성시켰다. 회사의 일방적인 횡포와 열악한 조건, 정규직과의 차별을 견디느니 제대로 맞서서 부조리를 고쳐보려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그들 중 몇몇은 당시의 어용노조 대신 제대로 된 노조를 결성할 뜻을 모았다. 그렇게 2015년에 코레일네트웍스 민주노조인 철도노조 코레일네트웍스지부가 설립됐고 서씨는 노조 지부장이 되었다.

그리고 2016년 코레일네트웍스 노조는 명절 상여금을 지켜냈다. 또 '이런 옷감은 요즘 사람 옷에 쓰지 않는 것'이라며 물이 빠진다고 세탁소에서도 안 받아주던 근무복도 바꿨다. 정규직이 입는 것과는 너무도 달랐던 그 근무복은 날염도 엉망이지만 뻣뻣하고 손세탁 하면 금세 쭈글쭈글해져서 노동자들의 자존감을 상하게 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임금과 복지에서만 차별을 받는 게 아니라 고용불안에도 시달린다. 2017년 코레일네트웍스는 12월까지 주차 사업 쪽에 근무하는 108명을 해고하려 했다. 주차 사업 무인화 계획을 추진하면서 직원들의 고용 계약 기간을 서서히 줄였다. 회사는 대외적으로는 '무인화 계획은 없다'며 노동자들을 안심시키고 뒤에서는 무인 시스템을 도입했다. 사실 무인화는 핑계였고 무인화가 되더라도 인력은 부족한 상태였다. 이 사실을 감지한 코레일네트웍스 노조는 여러 번 주차 사업장을 찾아갔다. 그러나 주차 쪽 노동자들은 노조와 만나면 회사의 미움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서재유씨를 포함한 노조 관계자들을 피했다.

그러던 중 마침내 9월 13일 한 달 뒤에 50여 명을 해고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됐다. 그때서야 주차쪽 노동자 20여 명이 코레일네트웍스 노조를 찾아왔다. 그들은 "노조에 가입할 테니 살려 달라"고 간청했다. 당시 노조는 생긴 지 얼마 안 되었고 직원의 95%가 비정규직이며 철도공사의 간섭을 받는 '자회사' 노조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었다.

서재유씨는 "말씀은 맞는데 노조 가입했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고 함께 싸우실 수 있어야 합니다"라며 그들을 설득했다. 그러자 투쟁이란 말에 20명은 돌아가서 다시 오지 않았다. 그 뒤로도 또 몇 명이 찾아왔다가 같은 얘기를 듣고 돌아가버렸다. 그런데 해고 날짜가 얼마 남지 않은 10월에 다시 한 사람이 서재유씨를 찾아왔다.

"제가 주차 쪽에서 노동자교섭위원으로 선출됐는데 다 해고된다고 합니다. 어쩌죠?"

노조 지부장인 서씨는 앞서와 똑같은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전에 오셨던 분들에게도 말씀드렸지만 이 문제는 같은 얘기입니다. 노조 가입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함께 싸우셔야 합니다."

이 말에 60이 넘은 그 노동자가 대답했다.

"목숨 걸고 싸우겠습니다."

그 말을 들은 서씨는 모른 척할 수 없었다. 그는 그 노동자의 조합 가입서 한 장을 들고 철도노조 중앙과 서울지방본부에 찾아갔다. 그러자 철도노조 간부들은 고개를 저었다. 어이없다는 반응들이었다. "해고 3, 4일 남은 사람들을 어쩌려고 그러느냐?", "가입자 달랑 한 명 데리고 와서 무얼 하겠다는 거냐?"는 말들이 이어졌다.

서재유씨는 대답했다.

"선배님들께서 노동자의 억울함이 있다면 함께 싸워야 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결국 10월부터 12월 말까지 철도노조 선배들과 코레일네트웍스 노조는 주차 관리 노동자들의 해고를 막으려고 투쟁했다. 그 싸움으로 노조는 해고예정자 108명 중 18명을 제외한 90명의 해고를 막아냈다. 회사를 떠난 18명 중 10명은 정년이 가까운 사람들이었다. 처음 싸움을 시작할 때 1명이었던 주차 사업 노동조합원은 이듬해 12월 말까지 170명으로 늘어났다. 해고예정자 중 코레일네트웍스 조합원들은 전원 회사에 남았다.

2019년 코레일네트웍스 노조는 사측으로부터 '임금 인상률이 최저임금 인상과 초과근무수당에 이미 잠식되어서 임금 교섭 자체가 필요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미 근무자의 90% 이상이 다 최저임금을 받고 있기 때문에 인상된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일부 직원의 기본급을 올려서 임금이 조정되었다. 이 때문에 기본급 역전현상이 일어났다.

한 사례를 예로 들자면 인상된 최저임금과 같거나 조금 높은 역장의 임금은 그대로 두고 직급이 낮은 매니저의 임금은 최저임금에 맞춰 인상해야 했다. 이때 인상되는 임금은 수당이 아닌 기본급인데 그러다 보니 직급이 낮은 매니저의 기본급이 역장보다 더 높아지는 역전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10년, 20년씩 일해도 매년 최저임금밖에 받지 못하며 이와 같은 웃지 못할 아이러니까지 겪은 노동자들의 열패감은 컸다.

또 문재인 정부의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되지도 못했다. 비정규직으로 받는 차별은 고스란히 엄존한 채 '공공기관 자회사 무기계약'이므로 '직접고용 정규직'이라고 이름만 바뀌는 또 다른 아이러니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바꾸는 법

부조리와 차별을 경험한 사람들은 그 원인을 찾으려고 애를 쓰게 된다. 서재유씨가 그랬다. 그리고 그는 모든 문제의 원인을 '비정규직 간접 고용'에서 찾았다. 실제로 코레일네트웍스를 비롯한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다섯 개 자회사에 속한 노동자들이 하는 일은 모두 코레일의 감독과 간섭을 받는 일들이다. 코레일은 이들 노동자를 관리하고 지휘하지만 책임은 지지 않는다.

IMF 이후에 많은 사업장에서 기존의 정규직 노동자들이 교묘한 방법으로 비정규직화되는 과정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철도는 그 대표적인 곳이다. 마그네틱 승차권이 도입된 후 승차권을 판매하는 곳을 대매소라 하여 코레일에서 분리하고, 정규직 직원이 하던 승차권 판매 업무를 용역직으로 돌렸다. 그러다가 일회권에서 카드로 넘어가는 시점에서는 위탁업체를 만들어 대매소 직원들을 모두 비정규직으로 전환했다.

그렇게 처음 승차권 관련 업무만 떼어 만들어졌던 위탁업체는 만들어진 뒤 업무 영역을 조금씩 확장했다. 그리고 점차 모든 역무원이 하는 업무를 다 해나가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정규직이 하던 일을 고스란히 비정규직으로 대체하는 과정이 진행됐다. 결국 코레일 정규직들이 하는 동일한 업무를 코레일네트웍스 같은 자회사 직원들이 역별로 나누어 가지는 이상한 형태의 현재 모습이 되었다.

그러면 무엇 때문에 하청이나 위탁, 자회사의 형태로 기존의 정규직을 자꾸만 비정규직으로 만드는 걸까? 이에 대해 서재유씨는 이렇게 대답했다.

"비정규직을 만들면 고용주들은 달콤하거든요. 노동자들을 불안정한 상태에 두면 바른 소리 못 하게 입을 막을 수 있고 임금도 덜 줄 수 있으니까요. 이렇게 자꾸 정규직 일자리마저 비정규직으로 바뀌는 일이 계속되면 결국 모든 노동자의 처우가 다 나빠지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어요.

지금 코레일네트웍스와 달리 한국철도공사는 비교적 좋은 조건의 직장이라고 여겨지잖아요? 그래서 요즘엔 경쟁이 심해 철도공사 입사도 어렵다고 하고요. 하지만 2000년대 초까지도 철도는 '죽음의 현장'이라 해서 사람들이 꺼리는 직장이었습니다. 자다 일어나 보면 누군가는 죽어 나가는 곳이었죠. 그만큼 열악했어요. 그런데 철도노조가 어용노조를 뒤집고 민주노조가 된 뒤에 달라졌죠. 노조의 투쟁으로 3조 2교대로 근무형태도 바뀌고 민영화도 막아냈습니다. 임금이나 근무 조건도 노동자들의 단결과 투쟁을 통해 나아진 거고요.

개인이 공채 시험 준비를 열심히 한다고 좋은 노동 조건이 만들어지는 게 아니죠. 그런데도 어떤 이들은 코레일네트웍스 노조의 '자회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요구를 '무임승차'라고 비난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무임승차란 말은 개인 욕심 때문에 열심히 경쟁해서 입사한 사람들, 그렇게 들어와서 기득권을 누리기만 하려는 이들에게 오히려 걸맞은 게 아닐까요? 그들이 누리는 노동 조건은 선배 노동자들이 노조를 통해 해고를 불사하며 쟁취한 것이니까요. 그걸 지키기 위해 단결하지 않고 누리기만 한다면 그게 무임승차인 거죠."


20대 후반까지 데모하는 이들을 보면 '빨갱이'라고 생각했던 서재유씨는 건설현장에서 일하며 늦은 나이에 방통대에 입학해 공부하는 동안 세상을 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졌다. 코레일네트웍스에 입사한 후에는 비정규직의 부조리를 온몸으로 느끼고 동료들과 연대하면서 변해갔다.

서재유씨와 코레일네트웍스 노조 조합원들은 소외된 이웃의 고통을 예민하게 공감하려 하고 억울한 일을 당한 이들이 있으면 찾아가서 연대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비정규직의 모순을 없애는 길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서씨는 그 사실을 2016년 촛불 당시 '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과 함께 하면서 더 확실하게 배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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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여 년의 교직 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구체적 절망과 섬세한 고민, 대안을 담은<경쟁의 늪에서 학교를 인양하라(지식과감성)>를 썼으며, 노동 인권, 공교육, 미혼부모, 입양 등의 관심사에 대한 기사를 주로 쓰고자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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