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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장군의 한 공립중학교에서 교장의 갑질 논란이 불거졌다. 해당 학교에서 한 영양사가 갑질행태 신고서를 제출했고, 현재는 감사가 진행 중이다.
 부산 기장군의 한 공립중학교에서 교장의 갑질 논란이 불거졌다. 해당 학교에서 한 영양사가 갑질행태 신고서를 제출했고, 현재는 감사가 진행 중이다.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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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만 가면 답답했어요. 작은 말에도 곤두서고, 자꾸 방어하게 돼요.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죠. 제가 죄인이 된 느낌에 피하고 싶고, 눈치만 봤어요... (핫라인 신고) 조사 이후에 뭔가 바뀌겠지 했는데..."

부산 한 공립중학교에서 영양사로 일하고 있는 B씨는 끝내 눈물을 보였습니다. 그는 "왜 사람들이 더러워도 참는지, 그냥 넘어가야 하는지 알겠더라"라며 기자에게 말했습니다. B씨는 학교에서 1년 가까이 직장 내 괴롭힘을 겪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핫라인 접수된 갑질행태 신고서 보니

B씨가 교육청에 제출한 '갑질 행태 신고서'에 따르면 시작은 지난해 3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8년 차 영양사인 B씨는 이 시기 부산 A중학교로 전보를 왔습니다. C교장도 같은 시기 부임했습니다. B씨는 전보 후 한 달도 안 돼 C교장의 이해하기 어려운 업무 지시를 받기 시작합니다. B씨의 주장은 아래와 같습니다.

▲ '생김치가 너무 먹고 싶은데 완제품이 아닌 김치를 담아 제공하라'고 지속적 요구. 
▲ '음식이 너무 느끼해서 앞으로 식당 올 땐 상추를 여러 장 넣어 와야겠다', '이것저것 맛이 없고, 먹을 것이 없다', '우리는 왜 다른 학교 다 하는 오향장육은 안 해주나'라는 등의 발언 
▲ 교감에게 영양사가 하는 것을 지켜보고, 행정실장에겐 식품창고를 계속 조사해 보고하라고 지시 
▲학생들과 같은 공간에서 식사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유발하니 교직원 식당을 별도로 확보할 것을 요구


급식실 노동자의 업무 강도는 매우 셉니다. 같은 해 급식노동자 3056명을 대상으로 한 민주노총의 설문조사에서 94%가 '1년에 1주일 이상 근골격계 통증을 지속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때문에 시 교육청도 관리자 교육에서 김치를 직접 담그지 말고 되도록 절인배추나 완제품 김치를 쓰라고 안내합니다. 

또 학교급식의 운영과 대상, 횟수, 시간, 등은 학교급식법 시행령에 따라 매년 3월 이전 운영계획을 수립합니다. 이미 이 학교는 지난해 학교 운영위를 거쳐 김치 완제품 사용을 결정한 상태였습니다.
  
교직원 식당 분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설이 처음부터 따로 되어 있다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으니 천상 급식노동자들이 교직원 급식을 다른 곳으로 배달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위생은 물론 안전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영양사 B씨가 교장 C씨에게 이같은 어려움을 전달했지만 돌아온 것은 불평과 불만이었습니다.

교장은 급기야 올해 2월 17일 교직원 워크숍 공개석상에서 B씨를 질책했습니다. 신고서에 따르면 C교장은 급식 불평과 함께 교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2020년부터 완제품이 아닌 김치를 직접 담고, 제철과일, 생야채 등을 제공하는 데 어려움이 있느냐'는 내용의 지시를 내렸습니다. B씨는 C교장이 "사람들 앞에서 '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다그치기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C교장은 교직원들에게 B씨를 소개하며 '사이즈를 보면 누군지 아시겠지요. 우리 학교 영양사이십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같은 달 25일 학교운영위원회에서도 학부모들 앞에서 김치 문제를 또 거론하고, 질이 떨어진다고 언성을 높였습니다.

학교 내 또 다른 직원인 D씨는 "이 문제로 (교장이) 작년 내내 심하게 했다. 특히 이번 워크숍에서 한 교장 선생님 발언에 대해선 나중에 '너무 심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급식 평가도 나쁘지 않았고, (교장이) 저렇게까지 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전했습니다. 
 
학교의 급식실 모습(자료사진, 사건과 관련이 없습니다)
 학교의 급식실 모습(자료사진, 사건과 관련이 없습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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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교육지원청의 1차조사 미비? 결국 감사 돌입

교장의 공개 질타와 신체비하 발언에 B씨는 정신과 치료를 고민할 정도로 스트레스와 우울감에 시달렸습니다. 견디다 못한 B씨는 지난 3월 부산시 교육청 핫라인을 통해 '갑질행태 신고서'를 제출합니다.

하지만 일주일 후 B씨는 'C교장 해명자료'에 가까운 해운대교육지원청 답변서 1장만을 받게 됩니다. 해운대지청은 "교장의 부당한 업무지시와 비인격적인 대우에 조사했고, 더 파악한 후 적절한 조처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이 답변으로 사건은 종결 처리됐습니다. 

하지만 공공운수노조 법률원의 검토는 달랐습니다. 법률원은 "정신적 고통 또는 근무환경 악화가 발생할 수 있는 행위로 보인다"라고 의견을 냈습니다. 즉, 갑질을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76조의2, 부산 교육공무직원 취업규칙 제72조의2에 따라 C교장이 직위를 이용한 괴롭힘을 했다는 겁니다.  

고용노동부 매뉴얼 16면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업무 능력이나 성과를 인정하지 않거나 조롱", "다른 사람들 앞이나 온라인상에서 나에게 모욕감을 주는 언행" 등을 갑질로 보고 있습니다.

결국 교육공무직본부 부산지부 등 노동조합의 대응이 이어진 뒤에야 시 교육청은 재조사에 들어갑니다. 노조에 따르면 C교장으로부터 인격모독 등의 고발 사례는 B씨를 포함 총 3건이나 있었습니다. 

C교장 "갑질할 이유 없다"... 해운대교육지원청 감사 시작

반면, C교장은 <오마이뉴스>에 "갑질을 할 이유도 없고, 작년에 그런 적이 없다. 워크숍에서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는 "감사 중인 사안이어서 뭐라고 더 드릴 말이 없다"면서 "교육청에서 밝혀질 것"이라 말합니다.

남은 것은 이제 부산시 교육청의 개입입니다. 해운대교육지원청은 지난 14일부터 해당 중학교에 대한 감사를 진행 중입니다. 교육지원청은 지난번 같이 단순한 조사가 아니라 감사팀을 꾸려 해당 학교의 신고 내용을 살펴보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해운대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종합적으로 (내용을) 들여다보고 있다.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가급적 빨리 마무리를 하겠다"고 <오마이뉴스>에 알려왔습니다.

태그:#부산, #기장군, #영양사, #교장, #직장내괴롭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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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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