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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두 번째 법정 구속된 유시영 전 유성기업 대표에 대해 대법원이 징역형을 확정했다.
 2019년 9월 두 번째 법정 구속된 유시영 전 유성기업 대표에 대해 대법원이 징역형을 확정했다.
ⓒ 지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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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기업 노사갈등이 9년째 이어지는 가운데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유시영 전 유성기업 대표에게 1년 4개월의 실형이 확정됐다. 

14일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의한 법률위반(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 전 대표에게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다고 밝혔다.

유 전 대표는 지난 2019년 9월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에서 징역 1년 10개월,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변호사 선임 비용 가운데 피고인 개인이 아닌 '유성기업'을 위한 선임비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해 1년 4개월과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고 대법원은 이를 확정했다. 

앞서 유 전 대표는 지난 2017년 2월 기존 금속노조 유성기업 지회(아래 유성기업 지회)를 와해시킬 목적으로 회사에 우호적인 제2노조를 설립하도록 한 혐의로 법정 구속됐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같은 해 12월 유 전 대표에 징역 1년 2월 형을 확정했다. 이번 대법원판결로 유 전 대표는 두 차례 실형을 선고받은 불명예를 안게 됐다. 

유 전 대표의 두 번에 걸친 징역형은 사법부가 사측의 노조무력화 시도에 대한 사법적 판단을 내렸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본다. 

유성기업 노사갈등은 9년 전인 2011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유 전 대표 등 경영진은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으로부터 1노조(유성기업 지회) 무력화 전략을 자문 받아 실행했고, 이 과정에 회사 자금을 사용했다. 유성기업의 노조무력화 시도엔 원청인 현대자동차가 개입한 정황도 있었다. 

법원은 이를 사실로 인정해 유 전 대표에게 두 차례에 걸쳐 실형을 선고했다. 앞서 대법원은 2019년 8월 창조컨설팅 심종두 대표에게 유성기업 등 168개 사업장에 개입해 노조파괴 자문을 했다는 혐의를 인정해 징역형을 확정했다. 현대자동차 임직원 4명도 유성기업 노조활동에 지배·개입한 혐의가 인정됐다. 법원은 이들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사측은 지회의 불법파업과 공장점거 시도가 문제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2018년 5월부터 같은 해 6월까지 유성기업 사측과 유성지회 사이에 있었던 사태는 창조컨설팅의 컨설팅을 통한 원고의 유성지회 와해 계획 수립, 유성지회의 파업 결의, 원고의 즉각적인 직장폐쇄와 용역직원을 이용한 공장 출입 저지, 유성지회의 공장 점거, 원고의 공장탈환과 유성지회의 재점거 시도가 복합적인 원인으로 작용해 일어난 것임을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자에게만 추상같은 사법부
 

이번 판결은 노조파괴 행위에 회사 자금을 사용한 행위에 대해 사법적 판단을 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본다. 하지만 아쉽다는 느낌은 지우기 어렵다. 

유성기업 사측의 노조무력화 시도와 유 전 대표의 임금 체불, 조합원 징계가 이뤄진 시점은 모두 2011년에서 2015년 사이였다. 하지만 사법적 판단이 처음 내려진 시점은 2017년 이후였기 때문이다. 

유성기업 지회는 사법부가 노조엔 가혹한 반면 사측엔 봐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노사갈등이 장기화했다는 입장이다.

유성기업 지회 측은 올해 1월 대전지법 판결을 근거로 들었다. 대전지법 형사1부(심준보 부장판사)는 2018년 11월 빚어진 유성기업 상무 폭행 사건으로 기소된 5명의 노동자에게 각각 징역 2년, 징역 1년 6개월, 징역 1년 6개월 등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는 1심보다 높은 형량이다. 

당시 재판에서 유성기업 노조원들의 변호를 맡은 김차곤 변호사는 "1심과 다른 새로운 사실이나 증거가 없는 경우 원심의 양형 판단을 유지하도록 하는 게 대법원의 판례이다"라며 "이를 고려할 때 유성기업 노동자 5명에 대한 항소심 선고는 납득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법의 심판 끝나지 않았다
 
유성기업 지회는 지난 8일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 전 대표이사가 여전히 무죄를 주장하고 있고 노조파괴도 진행 중"이라며 엄벌을 촉구했다.
 유성기업 지회는 지난 8일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 전 대표이사가 여전히 무죄를 주장하고 있고 노조파괴도 진행 중"이라며 엄벌을 촉구했다.
ⓒ 유성범대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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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영 전 대표의 징역형이 확정됐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유 전 대표는 다시 한번 법의 심판대에 선다. 

유 전 대표는 ▲ 2012년 1월 연차수당 4억여 원 체불(근로기준법 위반) ▲ 2013년 10월 간부·조합원 11명 재해고(노동조합법 위반) ▲ 2013년 10월 조합원 13명 징계(노동조합법 위반) ▲ 2013년 11월부터 2016년 7월 사이 조합원 35명 징계(노동조합법 위반) ▲ 2014년 6월부터 2017년 7월 사이 조합원 43명 징계(노동조합법 위반) ▲ 2015년 3월부터 8월 태업 등을 이유로 한 임금 삭감(근로기준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검찰은 유 전 대표에 대해 징역 10월, 벌금 200만 원을 구형했다. 1심 선고는 오는 26일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에서 이뤄진다. 

유성기업 지회는 처벌 외엔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대법원판결 전인 8일 오후 유성기업 지회는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 전 대표이사가 여전히 무죄를 주장하고 있고 노조파괴도 진행 중"이라며 엄벌을 촉구했다. 이어 "더는 회사와 대화로 이 문제를 풀기가 어렵다고 판단한다. 지회는 다시 모든 투쟁을 시작할 것이며 유시영의 죄를 더욱더 밝혀내는 데 힘을 쓸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지회 조합원 A씨는 15일 오후 기자에게 "검찰이 유 전 대표에게 징역 10월을 선고하자 사측은 교섭을 돌연 중단했다. 유 전 대표의 두 번째 징역형이 확정되기 전이었는데, 사측이 유 전 대표가 풀려날 것으로 보고 이렇게 한 것 같다"며 "노동자가 구속된 상황에서 대법원이 2심에서 깎인 형량을 그대로 확정해 아쉬움이 없지 않지만 유 전 대표 처벌 외엔 별다른 해결책은 없다고 판단한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한편 유성기업 사측은 "사측이 일방적으로 교섭을 중단한 건 사실이 아니다. 최고 경영자가 법정 구속되는 참담한 상황이지만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노조 간 차별 등의 부당노동행위를 포함하는 내용은 합의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유성기업 지회는 19일 천안지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 전 대표에 대해 추가 처벌을 촉구할 예정이다. 지역 노동계도 유성기업 지회와 연대하기로 했다. 민주노총 세종충남지역본부, 금속노조 대전충북 충남지부는 오는 20일 오후 천안지원 앞에서 유 전 대표 엄벌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예고했다. 

태그:#유성기업, #유시영 전 대표, #현대자동차, #창조컨설팅, #노조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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