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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민주화 운동 4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벌써 40년이 되었다는 것, 사람들의 기억 속에 현실이 아닌 과거로 잊히고 있다는 것 때문이리라. 왠지 모를 씁쓸함으로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다시 집어 들게 된다.

맨부커상으로 많은 화재를 일으킨 <채식주의자>가 유독 어렵게 읽혔던 나에게 누군가 말했다. 작품을 따로 놓지 말고 연결시켜서 봐야 한다고. 80년 광주의 수많은 죽음을 자신의 아픔으로 받아들인 작가이기에 그런 예민함이 드러나지 않았겠냐고. 맞는 말이다. 그러고 보니 주인공의 행동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
 
 ▲'소년이 온다(한강)' 책 표지
 ▲"소년이 온다(한강)" 책 표지
ⓒ 인터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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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이 책에서 광주 5·18 민주화운동의 현장을 그리고 있다. <택시운전사>, <화려한 휴가> 등 많은 영화의 소재가 되었지만그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의 마음이 어땠는지, 살아남은 사람들은 또 어떠한 마음으로 살아갔을지까지 다 보여주지는 못한다.

이 책은 그 날 현장에서 죽어간 동호, 문간방 친구 정대, 진수의 동료, 동호와 함께 청사를 지키던 은숙과 선주, 마지막으로 동호 엄마로 시선을 바꿔가며 그 날의 아픔을 너무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군인들이 압도적으로 강하다는 걸 모르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상한 건, 그들의 힘만큼이나 강렬한 무엇인가가 나를 압도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양심. 그래요, 양심.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그겁니다. 군인들이 쏘아 죽인 사람들의 시신을 리어카에 실어 앞세우고 수십만의 사람들과 함께 총구 앞에 섰던 날, 느닷없이 발견한 내 안의 깨끗한 무엇에 나는 놀랐습니다. 더 이상 두렵지 않다는 느낌, 지금 죽어도 좋다는 느낌, 수십만 사람들의 피가 모여 거대한 혈관을 이룬 것 같았던 생생한 느낌을 기억합니다.' (114쪽)
 
고작 중학교 3학년 아이가 죽음을 알면서도 그 곳을 벗어나지 못했던 이유, 총을 받았지만 사람을 향해 총을 쏠 마음은 전혀 없어 그 자리에서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의 마음을 정확하게 보여준다.

에필로그를 보면 작가가 작품을 쓰게 된 사연과 과정이 나온다. 작가는 70년생으로 광주에 살다가 열 살 무렵 서울로 이사를 간 모양이다. 그리고 그 80년, 어른들이 나누던 얘기를 통해 광주의 참상을 알게 된다. 열 살이면 어린 나이인데 작가는 아주 성숙한 아이였던 듯싶다.

교사였던 아버지가 가르치던 중학생이 자신들이 살던 집에 들어와 살았다는 것, 그 학교 학생 3명이 죽었는데, 그 중 두 명이 그 아이와 그 집 문간방에 세 들어 살던 친구라는 것도. 자신이 지내던 공간에 머무르던 아이들의 죽음이 마음에 박힌다.

시간이 흘러 작가는 그 아이, 동호의 이야기를 소설로 담아낸다. 소설이라고 생각하며 읽어내려간 이야기가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음을 알고 더욱 놀랐다.
 
'2009년 1월 새벽, 용산에서 망루가 불타는 영상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불쑥 중얼거렸던 것을 기억한다. 저건 광주잖아. 그러니까 광주는 고립된 것, 힘으로 짓밟힌 것, 훼손된 것, 훼손되지 말았어야 했던 것의 다른 이름이었다. 피폭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광주가 수없이 되태어나 살해되었다. 덧나고 폭발하며 피투성이로 재건되었다.' (207쪽)
 
우리가 그 날을 기억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이다. 우리가 그들의 아픔을 기억하고 우리의 아픔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내가 세상에 마음을 줄 때, 세상 역시 나의 일에 마음을 줄 터이다. 작가의 힘듦은 역시 우리를 세상에 눈 돌리게 한다.

소년이 온다 (특별한정판, 양장)

한강 (지은이), 창비(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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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세상을 배우고 싶은 두 아이의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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