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수업>이 화제다. 넷플릭스가 대단한 걸 만들어 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제서야 나올 것이 나왔다는 느낌이다. 옛날 <학교> 시리즈 같은 귀여운 판타지 드라마가 아니라 진짜 레알 청소년의 막장 드라마가 드디어 한국에서도 나왔다.

우리는 십수 년 전부터 인기가 많았던 <가십걸>이나, 최근 드라마인 <엘리트들> 등에서 전 세계 미성년자가 미성년이라서 할 수 있는 모든 사랑과 범죄에 연루되는 걸 봐 왔다. 찐따 취급받지 않으며 학교도 무사히 다니고 공부도 잘해서 부모에게 사랑받고 결국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 모두의 지상 목표인 한국 청소년의 현실을 보여주는 한국형 막장 드라마, <인간수업>이 특히나 반갑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인간수업> 스틸 컷

넷플릭스 오리지널 <인간수업> 스틸 컷 ⓒ 넷플릭스

 
버림받은 학생들

주인공인 '오지수'는 양쪽 부모에게 모두 버림받은 상태로 혼자 생계를 꾸려가면서도 학원에 다니고 독학을 해서 1등급을 받아 내는 타칭 모범생이다. 대학 진학이라는 누구에게는 꿈이라고 할 수도 없는 평범한 목표를 이루고 싶을 뿐이지만 지수에게는 방 청소를 해주거나 학원비를 내주는 부모가 없다. 지수는 결국 본인에게 익숙한 휴대폰 앱 개발과 보안 네트워크 조작 등을 이용해 성매매 알선 사업을 꾸려나간다. 휴대폰 앱으로 구매자와 판매자를 연결해주고 여성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만일의 사고에 대비하는 중간책 '이왕철'에게 음성 변조를 통해 지령을 내린다. 

혼자 이 무거운 세상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지수 눈에는 세상 행복한 인싸로만 보이던 '배규리'는 사실 완벽한 자식이 되기를 요구하는 부모님에게 정서적 학대를 받아 오던 불안한 학생이었다. 둘 사이에 싹 튼 조그만 연애 감정으로 서로를 알아 가는 과정에서 둘은 결국 서로의 깊은 상처를 알게 된다. 종국엔 성매매업 알선도 같이 벌이기 시작한다. 지수는 자신의 평범한 일상을 위해, 규리는 부모로부터 생긴 결핍과 분열을 채우기 위해, 둘은 알면서도 잘못된 선택을 한다.  

이 사업의 가장 큰 리스크는 성 판매자로 일하는 '서민희'가 하필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미성년자라는 것이다. 미성년자가 미성년자를 성매매 알선한다는 설정 때문에 비난이 많았지만 실상 이 드라마에서 누군가를 성적 대상화 하는 장면은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또한 현실 성매매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권력 구도, 즉 남성이 여성을 지배하고 압박하는 관계도 전혀 없다.

이 드라마에서의 성매매는 돈을 원하는 여자, 혹은 남자가 더 돈이 많은 상대방에게 자신의 몸을 제공하고, 중간책은 가끔 나타나는 변태 진상으로부터 여성을 보호할 뿐이다. 이것 또한 완력으로 밀리는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함이지, 원하지 않는 상대에게 성매매를 요구하는 포주 같은 것은 나오지 않는다. 성매매가 이런 식으로 이루어진다면 아주 이상적이란 생각마저 든다.

인간이 되어가는 자

성매매 구도보다 오히려 흥미로운 구도는 미성년 대 어른의 구도이다. 미성년은 어른보다 가진 게 없지만 요구되는 것은 많다. 그들의 섬세하고 흔들리는 자아를 잡아줄 만한 어른은 주변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나마 왕철이 아이들을 비이성적 폭력에서 구해주긴 하지만 그 또한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할 뿐이다. 주어진 선택지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도 잘 모르는 채 아이들은 각자 벼랑 끝에 내몰리고 그래서 각자의 방법으로 외롭게 생존해 나간다.

사실 어른이라고 자신의 선택지에 대해 잘 아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만큼이나 자기 인생에 흔들리는 어른들은 그래서 그저 멍청하게 아이들을 방임하고 그들이 벼랑 끝에서 우르르 떨어질 동안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도와주려고 뛰어가 봤지만 결국 너무 늦었다. 

미성년은 어른이 가르치고 선도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은 다양하다는 걸 보여주고 혹여나 잘못된 선택지를 택하지는 않게 보호해 주어야 한다. 한국에서 청소년은 그저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을 가기만 하면 되는 대상이다. 그 좁고 좁은 사회에서 청소년들이 얼마나 곪아 썩어가고 있는지를 <인간수업>은 보여준다.

그러고 보니 제목부터 참 잘 지었다. 인간이 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미성년자를 오히려 방치하는 것은 명백한 사회의 잘못이다. 우리는 과연 인간을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가.
넷플릭스 인간수업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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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넷플릭스를 보고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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