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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선영 경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가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사회학자로서의 성찰을 담은 칼럼을 연재합니다.[편집자말]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의 코로나19 브리핑을 중계하는 CNN 방송 갈무리.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의 코로나19 브리핑을 중계하는 CNN 방송 갈무리.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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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사태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는 요즘 나는 가끔 뉴욕주 시민들이 부럽다는 생각을 한다. 코로나 사태 심각성으로 치자면, 뉴욕이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 없이 안 좋은 상태인데 말이다. 그래서 말하기 조심스러운 면이 없지 않지만, 사실이다. 그 이유도 어떤 이에게는 조금 어이없을지 모르겠다. 그렇다. 내가 뉴욕을 부러워하는 이유는 뉴욕주지사의 코로나19 브리핑 때문이다.

뉴욕주지사의 코로나19 브리핑

내 영어가 썩 훌륭하지 않아 내용을 다 이해할 수 없음에도 기회가 닿는 대로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의 코로나19 브리핑을 챙겨 본다. 무엇보다, 이 또한 매우 조심스러운 말이지만, '재미'있기 때문이다. 공인의 공적인 프레젠테이션이 어떠해야 하는지, 어떨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견본 같다. 뉴욕주 현재 상황이 몹시 좋지 않음에도 주지사와 그 정책에 대한 지지도가 높고, 그의 브리핑이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에 비견되기도 한다니 나만 그리 느끼는 것은 아닌 것이 분명하다.

앤드루 쿠오모의 브리핑은 어떤 면에서는 강의 비슷하게도 보인다. 명쾌하고 설득력 있으면서 친절하기까지 한 강의. 차분한 어조, 과학적 데이터의 적절한 이용, 간결한 문장을 사용한 PPT 등도 돋보이지만, 내가 느끼기에 쿠오모 브리핑의 눈에 띄는 강점 중 하나는 그의 시선 처리라고 생각한다.

띄엄띄엄 앉은 기자석 가운데 보이는 검은 색 박스가 컴퓨터 또는 프롬프터인 것 같긴 하지만, 그의 시선은 브리핑 현장에 있는 기자들, 나아가 시민들을 향해 있다. 그가 자신의 말이 가 닿아야 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를 정확히 알고 있고, 그들에게 직접 말을 건네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전달된다.

물론 그런 느낌을 줄 수 있는 것은 그가 사안을 매우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만이 쉽고도 분명하게 설명할 수 있다. 이것은 브리핑 후 이어지는 기자들과의 치열한 일문일답에서도 확인된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공적 브리핑은 작성된 글을 읽는 형태라 발표자의 시선은 대부분 책상 또는 발표대를 향하고 있다. 잠시 잠시 카메라를 보긴 하지만 발표자가 말을 하고 있다기보다는, 글을 읽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일쑤다. 브리핑 이후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이 진행되는 것 같지만, 그 시간이 주목받는 일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듣다 보면 저절로 신뢰가 생기는 그런 브리핑, 불가능한가?

우리나라 정부의 코로나19 관련 솔직한 데이터 공개는 평가받아 마땅하겠고, 대응능력 또한 국제적으로도 꽤 인정받고 있다 듣고 있지만, 브리핑 능력은 살짝 아쉽다. 요즘 말을 패러디해 해보자면, '갑자기 분위기 교육'인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말하기와 글쓰기 교육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급반성이 된다. 교육의 주요 목표 중 하나가 사유력과 표현력을 기르는 일이라는 것을 우리가 잊은 것은 아닌지. 아직 대학의 강의실조차 대부분 강의자만 쳐다보는 형태인 것이 떠올라 한숨이 절로 나오고, 대학생들도 말하기, 글쓰기 이야기만 나오면 작아지는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좋지 않다.

그래서 이 문제가 어느 날 갑자기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은 알지만, 나는 정확하고 간결한 데다 울림이 있고 품격까지 갖추고 있어 저절로 신뢰가 생기는, 그런 공적 브리핑을 듣고 보고 싶다. 특히 이런 심각한 위기 국면에서 말이다.
 

태그:#코로나19, #앤드루쿠오모, #코로나브리핑, #뉴욕주지사, #사유력표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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